11월 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2016년도 대한민국 인재상 시상식이 열렸다. 창의적 사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배려와 공동체의식을 갖춘 고교 50명, 대학 40명, 청년일반 10명 등 총 100명의 인재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고교부문 서울지역 수상자 7명 가운데 우리지역 유일한 수상자인 관악고등학교(교장 이방수) 함어진 학생을 만났다.
컴퓨터 즐겨하던 꼬마가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및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까지 진출
양평동에 있는 관악고등학교 앞 작은 카페에서 함어진 학생을 만난 날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17일 오후였다. 여느 고교생과 다름없는 평범한 교복을 입은 어진군은 밝은 미소로 리포터를 맞았다. 다른 고3 친구들은 대부분 수능을 보느라 긴장되고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어진군은 수능을 치르지 않았다. 특기자 전형으로 대입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3년 연속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수상자답게 인터뷰에 응하면서 자신의 노트북을 꺼내든다. 프로그래머가 된 경위를 물었다. “어릴 때 만화보기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즐겨했어요. 초등 1학년 때부터 줄곧 플래시 게임을 만들었죠. 간단한 언어만 습득하면 만들 수 있어 성취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재밌었죠.” 어진군은 프로그래밍을 학원에서 배운 적이 없다. 컴퓨터와 친해지면서 혼자 관련 책이나 인터넷 강의를 통해 프로그래밍을 익혔다. 어릴 때부터 즐겨보고 그렸던 만화와 그림, 간단한 포토 숍이 기초가 됐다. “직장생활로 바쁜 엄마가 제게 가르쳐 주신 게 있어요. ‘컴퓨터는 복사하기, 붙여넣기, 검색하기 3가지만 잘해도 반은 해결된다’라고요.”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3학년 때였다. 과학시간에 갖가지 행성들의 운동을 판서로 설명하는데 애를 먹는 선생님을 돕기 위해 교육용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작은별’을 만들었다. 시현해 보니 반응이 좋아 선생님의 권유로 2013년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 출전, 중등부 공모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고교에 진학한 후 더욱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빠졌고 고등 1~2학년 정보올림피아드에 출전해 각각 동상과 은상을 수상했다.
올 4월에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열린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ntel-ISEF)에 한국 고등부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어진군에게 2016 대한민국 인재상을 안겨준 프로그램 ‘윙클릭’은 손대신 눈으로 정보를 입력하도록 도와주는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바라보고 눈동자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카메라가 동공을 따라가면서 정보를 제공, 화면 위 커서를 움직이게 한다. 사지를 움직이기 힘든 중증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정보 소외계층 위한 소프트웨어 만들고 싶어
어진군운 독학으로 컴퓨터를 배우고 훌륭한 작품도 만들었지만 프로그래머의 길에 대해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초등 6학년 때는 교육청 영재교육원 정보기술 부문에 지원해 합격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수업을 듣지 못했다. “아버지는 제가 법대에 진학해 법조인이 되길 바라셨어요. 프로그래머로는 사회에서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신 거죠. 한번은 제 컴퓨터를 부숴버리시는 바람에 종이에 코드를 적고 모두 암기해 학교 컴퓨터실에서 시현해 보면서 개발하기도 했어요. 대회에서 수상한 상금으로 노트북을 마련하기 전까지요.”
컴퓨터 언어를 혼자 배우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은 언어를 얼마나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나의 작품을 개발하는데 짧게는 6개월에서 1~2년이 걸리기도 해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습득하고 있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지에 대한 기본 아이디어를 고안해 내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죠. 그 이후에 필요한 언어를 배워도 늦지 않아요.”
앞으로의 포부는 정보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정보의 세계가 무궁무진하잖아요. 돈이 없어서,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정보에서 소외되는 이들에게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어진군은 정보기술 분야 특기자 전형으로 현재 대구과학기술원에 합격한 상태로 2017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에 출품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도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 훗날 모든 이들에게 유익한 소프트웨어로 이름을 알리게 될 함어진군의 밝은 미래를 마음속 깊이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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