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교사들이 말하는 학생부, 활동 주체는 학생

"이런 학생이라면 학생부 더 잘 써주고 싶어요~”

피옥희 리포터 2016-12-01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늘어나면서 교사와 학생 모두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강남권 고교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강남지역 학생들은 치열한 내신경쟁으로 인해 다른 지역 학생보다 내신 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평가가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전형이므로, 단지 ‘내신이 좋지 않다’며 학생부를 소홀히 하지 말 것을 강남 교사들은 당부했다.
‘이런 학생이라면 학생부 더 잘 써주고 싶다’는 강남권 고교 교사들의 속내. 학생부 기록 주체는 교사지만, 학생부 활동 주체는 학생임을 다시금 되새겨보라는 의미다.  


“선생님, 제 다이어리 한 번 봐주시겠어요?”
소소한 활동이라도 교사와 소통할 것!

학기 초부터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는 A 학생.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날그날의 학습 계획표와 느낀 점 한두 줄을 적은 다이어리를 들고 찾아왔다. 성적이 아주 우수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점차 성적이 향상되고 있는 학생이었다. 그 다이어리를 보니 계획을 못 지킨 날에는 반성의 문구를 적어놓고, 잘 지킨 날에는 자신을 칭찬하는 문구를 적고 그날그날 공부지수로 평가해놓은 것이었다. 자신의 계획보다 더 많이 공부한 날에는 200점, 계획대로 실천한 날에는 100점, 이 외에 실천을 못 하는 항목마다 ­10점씩 차감해 기재했던 것.
A 학생은 평소 말수가 적어 반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학생이었지만, 이 다이어리를 본 교사는 A 학생을 다시 보게 되었고, 종합의견평가 란에 이러한 내용을 기록해주었다. 자기주도학습이 잘 되어 있다는 것뿐 아니라 노력, 성실, 끈기와 인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말이다.   


“선생님, 이 부분은 잘 모르겠어요”
적극적인 자세로 교사와 친밀해질 것!

반에서 유독 눈에 띄는 B 학생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교실로 들어가면 거의 모든 학생은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지만 유독 그 학생은 항상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선생님!”이라며 인사를 했다. 성적은 전체 중 50~60% 정도였지만 수업에 임하는 태도도 매우 좋은 학생이었다. 한 번은 교과서 단원 중 유독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학생들에게 ‘이해됐니?’라고 물으니,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하는 학생이 있었다. 역시 B학생이었다. 이 학생이 없었다면 다음 수업 시간은 진도 나가기에 급급했을 것이다. 덕분에 다음 수업시간에 그 단원을 한 번 더 복습하고 재차 설명해줄 수 있었다. B 학생은 내신 시험을 보고 나서도 시험지를 들고 찾아왔다. 틀린 문제를 확인하고 다음 시험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면 좋을지 물어왔던 것. 발표 주제를 준비하면서도 몇 번이나 교무실로 찾아와 의견을 구했다. 학부모들이 오해하곤 하는데 교사들이 꼭 잘하는 학생의 학생부만 신경쓰는 것은 아니다. B학생의 이런 태도는 오히려 다른 학생과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세부능력 특기사항이 될 수 있다.   


“수학이 싫지만, 수학부장 맡고 싶어요”
C 학생은 1학기 첫 수업시간에 가장 눈에 띄었다. ‘수학부장을 희망하는 학생’을 찾으니 C 학생이 ‘선생님, 전 수학이 제일 싫지만 수학부장을 맡고 싶어요’라며 손을 번쩍 들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수학부장을 하면 책임감에 수학을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 C 학생 외에 몇 명의 학생이 손을 들어 결국 가위바위보를 했고, 결국 다른 학생이 수학부장이 되었다. C 학생은 다른 과목은 우수한 편이었지만 수학 점수만 유독 낮아 고민이 많은 학생이었다. 이때부터 수시로 찾아와 수학 고민을 털어놓았고, 어느 날 ‘수학이 싫다’는 식의 제목을 가진 수학책을 읽고 교과 독서록을 가져왔다. 또 한 번은 ‘생활 속 수학’을 주제로 한 책을 읽고 교과 독서록을 가져왔다. 수학을 잘하고 싶다는 의지를 학기 내내 보여준 C 학생을 보며, 비록 등급은 낮을지라도 1~2등급 못지않게 수학 열정이 있음을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재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선생님, 이번에도 대회에 참가했어요”
수상 여부 떠나, 준비 과정 속에 학생부 내실을 기할 것!

1년에 수십 개의 교내대회가 열리지만, 대다수 학생은 자신이 잘하는 것이나 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대회만 선별해 참가한다. 내신도 관리해야 하고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효율적으로 참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D 학생처럼 활동 자체를 즐기며 학교활동에 열심히 임한다면 교사들이 더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 대체로 학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각종 교내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만 D 학생처럼 수상 여부에 상관없이 늘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교사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된다. 진로 관련 교내대회를 준비하면서 D 학생은 자신의 꿈인 ‘1인 기업 CEO’를 주제로 사회, 과학 등 여러 과목별 선생님을 찾아가 창업 아이템을 묻기도 하고, 최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몇몇 교사들은 참고할만한 잡지와 도서를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테드 동영상을 추천해주었다. 비록 D 학생은 수상하지 못했지만 이 과정에서 읽었던 책을 학생부 독서로 활용하고, 관련 주제를 교과 시간에 발표하며 한 줄 수상 목록 대신 더 많은 것을 학생부에 담아낼 수 있었다. 


“스터디 활동, 공부 잘하는 애들만 하나요?”
학생부는 잘하는 학생 것? 노력하는 학생 것!

중위권이었던 E 학생은 수도권 대학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했다. 1학년 때는 하위권이었지만 2~3학년 때는 중위권으로 성적이 올랐다. 성적만 놓고 보면 입시 경쟁력이 없어 보이지만 중위권으로 성적 향상을 이루기까지, 이 학생은 스터디 모임을 결성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교과목 선생님을 찾아가 과목별 ‘공부 비법’ 노트를 정리했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찾아가 각각의 공부 노하우를 듣고 정리해 친구들과 공유했다. 고교 3년 평균 등급은 중위권이었지만, 그 중 한 과목은 1등급을 받기도 했다. 또, 1등급을 받게 된 과목은 수업시간에 ‘꼴찌도 할 수 있다, 1등급’이라는 주제로 공부한 방법을 자세히 정리해 발표하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학생부에 담을 수 있었다. 똑같은 1등급이라도 이 학생의 세부능력 특기사항은 특별할 수밖에 없고, 등급이 낮은 과목이라도 세특 내용에 따라 1등급과 맞먹는 능력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강남 학생들은 등급이 낮으면 ‘학종 포기’를 선언하는데, E학생처럼 5등급도 1등급처럼 평가받을 수 있는 학생부가 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 위의 사례들은 강남서초 고교 교사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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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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