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고양이를 만들다 보니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생겼어요.”
아이와 고양이가 마주보는 피규어를 제작하다가 고양이만으로도 온전한 피규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반려동물, 야생동물을 특화해 만들고 있는 ‘꼭두나라’ 이성학 대표를 만나다. ‘꼭두나라’의 ‘꼭두’는 처음, 최고라는 뜻이며 꼭두각시의 ‘꼭두’처럼 인형을 통칭하는 순우리말이다.
어린 시절 취미가 직업으로 이어져
이성학 대표의 진열장 속 피규어들은 각각의 이야기들을 만들며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뒷발을 들어 귓불을 긁적이는 고양이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서로 얼싸안은 정다운 고양이 모습. 강아지는 눈을 지그시 감고 앞발을 모은 채 평온하게 드러누웠고, 어미 개는 다칠 새라 강아지를 조심스레 입에 물고 이동한다.
“어릴 시절 유난히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했어요. 2차 세계대전 군대의 피규어 모으는 것에 심취했었죠.” 이성학 대표는 어릴 적 취미를 살려 피규어를 제작하며 제2의 인생을 그려 나가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인형을 디자인한 것은 아니었다. 의료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직장생활도 했었다.
“그 일들은 너무 지루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즐기는 취미를 하고 싶었지요.” 그래서 어릴 적부터 관심이 있었던 피규어 제작의 꿈을 펼쳐보기로 결심하고 2012년부터 조형학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콘셉트로 만들어보자’는 다짐으로 학원 이외의 시간에도 피규어 만들기에 무섭도록 집중했다. 2014년 10월 드디어 ‘꼭두나라’를 사업자로 등록하고 ‘꼭두나라’, ‘텐바이텐’ 등 온라인 쇼핑몰에도 판매를 시작했다.
작품을 만들다가 교육에도 관심이 생기면서 ‘지혜공유협동조합’의 회원이 되었는데 그곳에서 활동하던 중 자연스레 학교에서 의뢰가 들어왔고, 학생들의 자유학기제 수업도 나가게 됐다. “학생들은 자유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하는데 한 학기에 1~2개 작품을 완성해요.” 뿐만 아니라 한겨레문화센터와 핑거스 아카데미에도 출강하게 됐다.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피규어
피큐어는 공장에서 나오는 인형과는 다르게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가끔 몇몇 사람들이 피규어를 쉽게 만든다고 생각해 터무니없는 비용을 얘기하시거나 무료 제작을 요구할 때는 힘이 많이 빠져요”라고 어려움도 말한다. 피규어를 제작하는 과정을 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을뿐더러 그만한 가치가 있다.
조형의 모형을 본 뜰 실리콘 거푸집을 만드는데 하루 8시간 작업으로 3일 정도를 투자해야한다. 그 과정은 처음에 철사로 뼈대를 세우고 대략적인 형태를 잡은 다음 3종류의 흙, 플라스틱들을 사용하여 작업 대상물의 특징이 잘 드러나게 세부묘사를 한다. 그 세부묘사 때 쓰는 ‘스컬피’의 플라스틱은 강한 열이 가해지기 전에는 굳지 않아 수정하기에 편리하다.
원형 주변에 아크릴판으로 형틀을 세우고 그 안에 실리콘을 부어 거푸집을 만든 다음 실리콘 거푸집에 레진을 부어 복제물을 제작한다. 마지막으로 채색하며 마무리를 짓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작품을 만들 때에는 사진에 충실하며 개인적인 감정도 표현하려고 하죠. 예를 들어 억울해 보이는 인상 등을 잡아서 나타내려 하죠. 피규어를 만드는데 어려운 점은 작품을 만들기 시작할 때 무얼 만들지 정하는 것이 제일 어려워요.”
종종 생태계 화보 책 등을 많이 관찰하며 참고를 한다. 보통 반려동물과 이별을 준비하려는 사람들, 또 반려동물이 죽고 나서 추모를 위해 제작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의뢰를 많이 한다. “이 분들은 동물 피규어를 받고서 적잖은 위로를 받는데 그럴 때 뿌듯함을 느끼지요. 작가마다 각자의 특유한 문체가 있듯이 ‘정교하다’는 이성학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고 말해 줄 때 너무 고맙죠. 지인들 부탁으로 외할머니 임종직전 흉상을 만들었는데 깊은 의미가 있었어요.”
토속적인 것들을 살려 세계로 나아가
유화를 그리는 아버지와 손재주가 뛰어난 어머니는 이 대표에게 적잖은 조언을 해주는 든든한 지원자다. 부모님은 쓴 소리를 마다않고 작품에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말씀하신다. 현재 이 대표는 3D프린터기와 연결된 피규어를 연구 중에 있는데, 새로운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더 좋은 디자인으로 제작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꼭두나라’ 하면 이성학, 이성학이 만든 거다’라는 장인이 되기를 바라며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피규어, 감동이 있고 재미가 느껴지는 피규어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토속적인 것들을 살려 한국적인 피규어를 만들어 세계로 나아가고 싶어요. 또한 프로그래밍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접목된 퓨전 형태의 피규어를 만들어서 장르도 점차 늘여가고도 싶어요. 스케일이 큰 특정 장면을 연출하는 디오라마도 구상 중에 있지요. 더 좋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해 주세요”라며 앞으로의 큰 포부를 밝혔다. 현재 한겨레문화센터 일산지부에서 피규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나 자신만의 특별한 반려동물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피규어 수업이 개설 중에 있다.
문의 010-3977-4651
작업실 경기도 고양시 산현로 34 일산동문 1차아파트 내 꼭두나라
온라인 쇼핑몰 www.kkokdunara.co.kr
권주심 리포터 wnt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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