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교육부가 주최한 진로교육 실천사례 연구발표대회에서 우리 동네 한빛중학교(교장 오인수) 허재원 교사가 ‘행복스토리디자인’ 프로젝트로 입상했다. 진로를 진지하게 탐색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나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행복하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행복스토리디자인 프로젝트. 처음엔 가볍게 시작한 활동이 점차 깊어지고 진지해지는 그 속 이야기를 들어본다.
올해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은 허재원 교사는 학기 초에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학생들 대부분이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들 중에는 본인의 진로와 진학을 미리 결정해서 한 단계씩 맞춰나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자기 진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심지어 무작정 친구 따라 진학하겠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매해 반복되는 진로상담은 ‘정답 없는 문제 풀기’처럼 학생들에게는 무의미하게 와 닿는 측면이 있다는 걸 허 교사는 학기 초 학생 상담을 통해 느꼈다고 한다. 학생들의 시선으로 눈높이를 낮춘 그는 자기 진로를 찾는 과정이 지나온 인생과 앞으로의 인생을 행복하게 디자인하는 과정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행복스토리디자인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진로를 찾아가는 행복한 인생디자인
행복스토리디자인 프로젝트는 진로선택기의 학생들이 진학과 진로 결정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인생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디자인이라고 하면 흔히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넓은 의미에서 디자인은 설계나 계획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허 교사가 이름 붙인 행복스토리디자인은 마인드맵과 스토리보드, POP 광고 등 미술적 요소에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냥 자기 이야기를 써보라고 하면 아이들이 자칫 지루해할 수 있어서 여기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보탰습니다. 제가 미술교사이다 보니 그리기나 꾸미기 등의 활동을 병행해서 진로에 대한 탐색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행복스토리디자인 프로젝트에는 30여 가지의 진로디자인 활동이 포함된다. ‘내 삶의 쓰레기통 비우기’에서는 각자 삶의 텐트 속으로 밀고 들어와 소중한 꿈과 자신감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나쁜 습관이라는 쓰레기를 찾아서 비우는 활동을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모습 중 버려야 할 부분을 찾아내고 실제로 쓰레기통에 버림으로써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한바탕 신나게 소각식을 벌인 후 허 교사는 아이들의 소중한 기록이 담긴 활동지를 쓰레기통에서 꺼내 소중하게 펴서 파일에 보관했다고 한다.
![]() | ![]() |
미래의 내 모습 상상하며 요리대회 금상 수상
‘나는 누구인가’ 활동에서는 내가 보는 나와 친구가 보는 나를 통해 좀 더 객관적인 나를 바라보도록 했다. ‘중2 병’을 극복하고 진로와 진학의 진지한 첫 걸음을 떼어야 할 친구들을 위해 응원 문구를 만들고 자신의 미래 직업을 홍보하는 POP 광고디자인도 만든다.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는 활동에서는 요리사로 입상하는 장면, 영재고에 합격한 모습, 마이스터고에 진학해 원하는 전공을 공부하는 장면 등 다양한 결과물이 나왔다.
“한 학생은 특목고에 갈 정도로 성적이 매우 좋은 아이였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평소 자신의 관심사인 소프트웨어 전공으로 마이스터고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또 요리사가 꿈인 학생은 ‘미래의 내 모습’ 활동에서 요리대회에 입상하는 장면을 그렸는데 며칠 전 전국학생요리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어요.”
행복스토리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만 찾는 것은 아니다. 평소 공부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 중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공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친구들도 있었다. “진로를 고민하면서 여태껏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어떤 친구는 앞으로 후회 없이 공부에 전념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 | ![]() |
진로탐색은 고행길이 아니라 동행이 있는 길
허 교사는 행복스토리디자인을 통해 진로탐색의 길이 혼자만의 고행길이 아니라 친구라는 동행이 있는 행복한 여정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나의 직업카드와 친구의 직업카드’를 함께 만들어 학생들이 서로에게 유용한 정보를 찾아 공유하도록 지도했다.
2016년 진로교육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허 교사는 자신보다는 행복스토리디자인에 담긴 아이들의 성장사를 이야기할 때 더 행복해 보인다. 그는 올해의 성과에 대해 아이들에게 공로를 돌리며 내년에는 진로교육에 인성교육을 접목해서 행복스토리디자인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로라는 게 쉽게 해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라서 내년에는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인성 활동을 추가해볼 생각입니다.” 오늘을 행복하게 만드는 인성 활동과 미래를 행복하게 만드는 진로 활동이 조화된 허재원 교사표 행복스토리디자인을 기대해본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