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7일(목), 2017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치러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이하 평가원)원은 모의평가(이하 모평) 때와 비슷한 난이도를 유지했다고 발표했지만 몇 년간 ‘쉬운 수능’에 익숙해졌던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무척 높았다. 내가 어려웠으면 남들도 어려웠을 거라며 애써 위로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 상황. 수능시험이 끝난 직후 입시업체가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2017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와 출제경향에 대해 정리해봤다.
참고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자료, 유웨이중앙교육 자료, 비상교육 자료, 종로학원하늘교육 2017 수능 직후 대학입시전략 자료집,
이투스청솔 2017 수능 가채점 분석 및 최종 지원전략 자료집, 대성마이맥 2017학년도 대입지원전략 자료집
2017 수능 국어 수준별 시험 폐지, 한국사 필수
2017학년도 수능의 가장 큰 특징은 국어의 수준별 수능이 폐지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2017학년도에는 국어, 영어 모두 인문·자연계열 공통 시험으로 실시됐다. 수학은 인문계열이 응시하는 A형이 ‘나’형으로, 자연계열이 응시하는 B형이 ‘가’형으로 명칭 변경되었으며 2009개정 교육과정이 처음으로 적용됐다.
또한 이번 수능부터 한국사가 필수 과목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문·이과 구분 없이 수능 지원자 60만5987명 전원이 한국사를 지원했다. 성적은 다른 과목과 달리 절대평가제에 따른 등급만 제공된다. 정시모집에서는 80개 대학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형태로 반영하고, 그 외 50개 대학은 응시 여부만 확인, 23개 대학은 점수 합산, 8개 대학은 최저학력기준 등으로 반영한다. 하지만 한국사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7 수능의 과탐Ⅱ 응시인원은 2016 수능 대비 뚜렷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전체 과탐 지원 인원 대비 물리Ⅱ와 화학Ⅱ의 접수 비율은 1%대, 지구과학Ⅱ 접수비율은 4%대로 지난해와 동일하지만 생명과학Ⅱ 접수인원이 지난해 2만5492명에서 올해 1만5891명으로 크게 감소하면서 과탐Ⅱ과목 선택 비율도 지난해 18.4%에서 올해 13.3%로 낮아졌다.
난이도 높아진 2017 수능
이번 수능에서는 인문계열은 국어와 수학, 자연계열은 수학과 과탐의 비중이 컸다. 수능의 변별력이 높아져 수시모집에서 상위권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국어, 수학, 영어 모두 변별력이 있어 예년에 비해 동점자가 줄고, 1ㆍ2 등급 숫자가 적어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자가 줄어들면 수시에서 정시로 넘어가는 인원 등 정시모집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 2011년 이후 가장 어려운 수능이었다고는 하지만 지난 6월과 9월 모의평가 때의 난이도와는 유사했다는 평가다. 김영욱 수능 검토위원장은 ‘적정 난이도 일관성 유지’에 가장 신경을 쓰며 6월 모의고사와 9월 모의고사 수준과 유사하게 출제했다고 말했다.
실제 수능 가채점 결과를 봐도 이번 수능의 난이도는 6월ㆍ9월 모의평가 난이도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0일 현재 예상되고 있는 2017 수능 1등급 컷은 원점수 기준 국어 90점, 수(가)형 92점, 수(나)형 88점, 영어 94점이다. 지난 6월 모평 때는 원점수 기준 국어 1등급 컷 90점, 수학(가)형 96점, 수학(나)형 91점, 영어 93점이었다. 9월 모평 1등급 컷은 국어 90점, 수학 (가)형 96점, 수학 (나)형 92점, 영어 97점이었다.
비문학 지문 길어져
작년 수능 B형보다는 약간 어렵게 출제 되었지만 6월, 9월 모평과는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되었다. 하지만 문학 지문이 생소한 조합으로 구성돼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비문학도 지문의 길이가 늘어나고, 문항수가 늘어 체감 난이도가 높았다. 또 문학비평, 고전소설, 현대소설을 묶은 복합 지문이 등장해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훨씬 높았다.
EBS 교재 연계 비율은 약 71%. 문학 일부 작품에서 직접 연계된 것을 제외하면 개념이나 원리, 지문이나 자료 등을 재구성하여 연계된 문항이 많았다.
작년에는 B형 만점자 비율이 0.30%였지만 올해는 변별력 있는 문제들로 인해 6월 모평 때의 0.17%나 9월 모평 때의 0.10%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난도 신유형 문제 출제
수학도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높았다. (가)형에서는 고난도 문제 출제가 3문항에서 4문항으로 늘었고, (나)형에서는 개념 이해와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증가했다. 그리고 (가)형과 (나)형 공통으로 30번 문제는 여러 수학 개념의 복합적 활용을 묻는 고난도 신유형 문제가 출제되었다.
최상위권 변별력을 기할 수 있는 문제도 작년에는 1~2문제였지만 올해에는 3~4문제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1등급 커트라인이 하락하고, 만점자 비율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문과 수학의 작년 수능 만점자 비율은 0.31%, 올해 6월 모평 만점자는 0.15%, 9월 모평 만점자는 0.15%였다. 이과 수학 작년 만점자 비율은 1.66%, 올해 6월 모평 만점자는 0.31%, 9월 모평 만점자는 2.08%였다.
심리적 압박감 높이는 난이도
어려웠다는 작년 수능 영어보다 더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가 높았다. 올해 9월 모평 수준으로 대비했던 학생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는 상태. 작년 수능 1등급 커트라인인 94점은 물론 만점자 비율도 0.48%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BS 체감 연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지문 해석 자체가 어려운 것이 많았다. 빈칸추론 4문제 중 3문제가 모두 어렵게 출제되었으며 주제 찾기와 제목 찾기 문제도 어렵게 출제되었다. 평소 쉽게 출제되었던 전반부의 문제도 어렵게 출제되어 수험생들의 심리적 중압감이 컸다.
9월 모평 난이도 유지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보다는 어렵게, 9월 모평 때와는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료 해석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이 주로 출제됐으며, 그동안 수능에서 다루었던 개념들 위주로 출제됐다.
평가원에서는 전체 문항 중 70% 정도가 EBS 교재와 연계되어 출제됐다고 발표했지만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조금 달랐다. 문항 구성 요소 중 일부만 차용 또는 변형하거나 개념을 연계하여 출제한 문항들이 많아 실제 연계 체감 정도는 낮았다. 전체적으로 올해 평가원의 ‘적정 난이도 일관성 유지 의지’가 잘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과목별 체감 난이도 편차
사탐도 전반적으로 9월 모평과는 비슷하게, 2016 수능보다는 어렵게 출제되었다는 분석이다. 9월 모평에서 어려웠던 생활과 윤리는 다소 쉽게 출제된 반면, 사회 ·문화는 자료 분석 문항이 많아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높았다.
EBS 수능 교재와의 연계는 개념이나 원리 활용, 자료 상황 활용, 문항의 축소·확대 변형 등 골고루 이루어졌지만, 자료 및 지문 활용의 경우 그대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과목별로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 연계는 다소 편차가 있었다.
모평 난이도 유지
처음 필수로 치러진 한국사는 대체로 모평 때의 난이도를 유지했다는 평이다. 전근대 부분과 근현대 부분이 각각 50%씩 출제되었는데 전반적으로 볼 때 9월 모평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되었다. EBS 교재 연계 비율은 70% 정도. 정진갑 출제위원장은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하기 위해 핵심 내용 위주로 평이하게 출제했던 지난 모의평가 출제 기조를 유지해 수험생의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핵심 개념 위주로 출제되었지만 사료를 재구성하기보다는 사료 원문을 출제한 경우가 많았고 선지들의 시기가 촘촘하여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높았다. 입시기관들에서는 9월 모평보다 좀 더 변별력을 갖추어 약 25%가 1등급(50~40점)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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