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발전소책방.5’의 책방지기 이정은씨]
마을이야기 엮어가는 문발동 동네 마담
NO심각, NO무취, NO디지털, 3NO의 문화 공간 만들어
“재미없는 일은 하지 않아요.” 재미는 의무니까! “누구나 하는 건 하지 않아요.” 발칙한 상상은 기본! “손가락으로만 해결되는 일은 하지 않아요.” 잘난 얼굴은 봐야 맛이니까!
재미와 개성, 그리고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다.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천성으로 우리 동네의 소소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자칭 ‘동네 마담’ 이정은씨. ‘커피발전소in교하’ 내 위치한 ‘발전소책방.5’의 책방지기 이정은씨를 만나 그의 독특한 책이야기와 사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책밥브런치세트 추천합니다!
언뜻 들으면 무슨 말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슬로건이다. 문발동 공방거리에 위치한 ‘커피발전소in교하’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발전소책방.5’‘가 있다. ’발전소책방.5‘는 자칭 ‘동네 마담’ 이정은씨와 카페지기 부부 덧뺄셈, 마을이웃 소소, 시시, 이콜 이렇게 다섯 명이 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책방이자 문화기획모임이다.
‘발전소책방.5’라는 명칭이 담은 의미를 물어보았다. “문발동에 살면서 자연스레 친해진 다섯 명의 친구들이라는 뜻에서 ‘발전소책방’ 뒤에 ‘.5’를 붙였어요. 게다가 흔히 소프트웨어의 베타버전에는 ‘.5’를 붙여서 테스트 버전임을 알리잖아요. 우리 모임도 지금은 시험단계에 있지만 완성체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가 있답니다.”
‘커피발전소’ 카페 벽면에는 발전소 책방지기 오남매가 추천하는 ‘책밥 추천 메뉴’가 붙어 있다. 카페지기 덧뺄셈의 ‘책으로 만나는 옛사람’ 세트, 마을이웃 소소의 ‘너와 내가 마주앉은 책밥상’ 세트, 시시의 ‘사진의 맛을 음미하라!’ 세트, 이콜의 ‘엄마와 아이를 위한 여름 특선’ 세트, 그리고 마담 이정은씨가 추천하는 ‘책! 권하는 책!’ 세트. 각 세트 메뉴마다 서너 권의 책들이 세팅돼 있다. 책밥 세트 메뉴의 장점은 먹는 순서와 방법을 세세히 알려준다는 것이다.
사람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이자 링커
‘커피발전소in교하’를 ‘아주 느슨한 연결고리를 가진 아지트’라 부르는 이정은씨는 카페에서든 밖에서든 그가 만나는 사람마다 지인 목록에 자동으로 등록 된다. “제가 원래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길 좋아해요. 그러다보니 아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누가 이야기 끝에 ‘이런 거 한번 해보면 어때?’라고 하면 아는 지인들 중에 물어물어 기어코 일을 만들고야 말지요.” 그렇게 해서 마담이 꾸민 일만 해도 시동아리, 작은 음악회, 바느질모임 등 여러 가지다.
“우연한 기회에 시인을 만나게 됐어요. 그 시인이 주축이 되어 결국 시동아리를 만들었지요.” 한번은 카페 손님 중에 기타리스트가 있어 최근 3집 앨범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카페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고 한다. “대규모 공연장은 아니지만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기타리스트 안형수씨의 기타 연주를 감상했는데, 꽤 많은 동네 사람들이 모였답니다.”
이뿐이 아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동네에서 소소한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끼리 모여 바느질모임 ‘수다놀이터’를 만들었다. “지금은 각자 일로 바빠졌지만 회원 중 한명이 바느질 공방을 차렸답니다.”
사람과 책을 좋아하는 마담 이정은씨가 주목한 또 한 가지가 있으니 바로 ‘사람책’이다. 10여 년 전 런던에서 시작된 ‘사람책’ 프로젝트는 한 명의 사람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됐다. ‘사람책’은 비록 책의 형태로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특색 있는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책 한권에 버금가는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카페 안에는 오래전에 사용하던 난로 연통이 있어요. 지금은 연통기술자를 찾아보기가 힘들죠.” 그는 연통기술자를 통해 난로 연통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연통 만드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고 한다. 이만하면 책 한권보다 훨씬 나은 ‘사람책’이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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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 북캉스!
지난해까지 교하도서관에서 문화전시행사를 기획했던 이정은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북캉스’ 프로젝트이다. 북캉스는 북(book)과 바캉스(vacance)를 합쳐 ‘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북캉스 프로젝트에서는 북캉스 추천 지도를 만들어 전국 각지의 동네 책방 27군데와 지역출판사의 책들을 추천했다.
이 행사에는 충북 괴산에 위치한 ‘숲속작은책방’과 경남 통영에 위치한 ‘남해의 봄날’도 함께 참여했다. 북캉스에서 추천한 피서지로 휴가를 떠난 사람들이 지역 책방에 들러 인증샷을 찍는 릴레이가 펼쳐지기도 했다.
‘발전소책방.5’와 독서동아리 ‘책벗’ 그리고 교하도서관이 함께 한 마을공동체 프로젝트 ‘걷고 싶은 동네, 살고 싶은 공간’은 올해 6월에 시작해 10월 시민토론회로 마무리 지은 장기 프로젝트다. 먼저 교하도서관이 ‘걷는 동네, 마을의 기록’으로 전시와 강연회를 열고 뒤이어 ‘발전소책방.5’와 독서모임 ‘책벗’이 ‘도시를 바꾸자’는 모토로 이웃들과 함께 마을의 의제를 생각해보는 행사를 열었다. 마지막 날 열린 시민토론회에서는 인도 만들기, 중앙공원에 청년아트마켓 열기, 동네 미술관 만들기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 지역공동체를 위한 실질적인 참여와 소통의 자리가 되었다.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 마을공동체와 책 이야기. 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커피발전소in교하’ 내 ‘발전소책방.5’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지역출판사들의 책을 사서 읽어보시라. 커피쿠폰 대신 책 한권에 냠냠쿠폰 도장 찍고, 열 장이 모이면 동네 가게에서 1만원 상당의 차와 음식을 즐기는 행운이 찾아온다.
위치 파주시 문발동 617-1, 1층
문의 070-4133-9462
http://www.facebook.com/booksdot5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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