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이야기라는 문구에 내심 기대했던 것들이 있었다. <백설공주>처럼 예쁜 이야기거나 <수면의 과학>처럼 몽환적이거나 아니면 <피터팬>처럼 희망적이거나, 그도 아니면 <반지의 제왕>처럼 아예 비현실적인 이야기일 거라는 기대.
하지만 영화 <가려진 시간>은 아름다운 영상을 제외하고는 거의 동화 같지 않은 흐름을 보인다. 유괴를 당한 듯 사라지는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그 아이들을 찾으며 울부짖는 부모의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또한 성인으로 훌쩍 자라서 나타난 성민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는 얼마나 현실적인지. CG의 도움을 받은 장면들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느라 날카로워진 감정 때문에 영화 <가려진 시간>은 아름다운 동화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13살 몸으로 들어간 가려진 시간에서 훌쩍 나이를 먹어 20살 넘은 어른의 몸으로 돌아온 성민.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는 건 다 자란 성민을 강동원이 연기했기 때문이다. 동안의 얼굴에 많은 이야기를 품은 눈동자. 여기에 영화 <초능력자>, <전우치>, <검은 사제들> 등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는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어김없이 화면을 채운다.
하지만 영화 <가려진 시간>을 강동원만의 영화로 생각한다면 영화의 앞부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강동원은 영화 중반이 다 되어서야 등장하기 때문이다. 강동원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놀라울 정도의 연기력을 보이는 아역배우 군단이다. 주인공 수린 역의 신은수는 물론, 어린 성민역의 이효제, 어린 태식역의 김단율, 재욱 역의 정우진 등 아역들의 수려한 연기가 제법 오래 펼쳐진다.
극중 수린이는 아무도 믿지 않는 성민의 가려진 시간을 믿는다. 그래서 겁에 질리고, 두려움에 떠는 성민이 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어른 중 누구도 그런 수린을 이해하지 못한다. 안타까운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수린과 성민을 응원하게 되는 관객들.
‘가려진 시간’의 존재를 믿는 만큼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 <가려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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