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유적 여행]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은 옛 흔적들

권성미 리포터 2016-11-08 (수정 2016-11-08 오후 10:38:59)

늦가을은 짙은 향기를 내뿜으며 깊어간다. 울긋불긋 단풍의 향연과 갈 길 급한 낙엽들의 무도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이럴 때 수원의 곳곳에 숨어있는 역사의 흔적들을 더듬어 보자. 지척에 두고도 알지 못했던 청동기시대 고인돌, 고려시대 불상, 조선시대 가옥과 향교 등 시간의 흔적을 담은 유물들이 우리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가을날의 운치를 느끼며, 세월의 두께가 주는 아름다움에 젖어들 수 있을 것이다.

 ■팔달산 인근

▷팔달산지석묘군
얼마 전에서야 수원에도 청동기시대의 무덤으로, 흔히 고인돌이라 부르는 지석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팔달산의 수원중앙시립도서관 동쪽 구릉에 자리 잡고 있는데, 도서관 옆의 산길에 이르니 아주 작은 팻말이 지석묘가 있음을 알려준다. 산길을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둑판식 고인돌 4기와 마주한다.
1·2호 고인돌은 비교적 낮은 구릉의 평지에 서로 가까이에 있고, 화성 성곽이 보이는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오솔길 왼편으로 3·4호 고인돌이 있다. 3호 고인돌은 하부구조가 드러나 있고 옆에 덮개돌로 보이는 돌이 흙속에 묻혀 있다. 수원의 지석묘군은 경기도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한강 유역의 선사문화를 밝히는데 귀중한 자료란다. 고인돌 주변에는 수원화성 축성공사 당시 돌을 뜨던 유적도 넓게 분포하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주소 팔달구 팔달산로 318

▷수원향교
고인돌을 보고 아래로 내려오면 ‘수원향교’가 보인다. 향교는 유교의 성인들의 제사를 지내고, 유생들을 길러내는 교육기관의 역할을 했던 곳. 원래 수원향교는 고려시대인 1291년에 수원의 옛 도읍인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 화산 앞에 세워졌다. 그 후 1783년(정조 13년)에 현 위치로 옮겨 세운 뒤 여러 차례 수리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수원향교 앞에는 하마비가 있고, 홍살문을 비롯해 명륜당, 대성전, 동·서재, 동·서무 등의 건물이 있다. 교육 공간인 명륜당을 앞에 두고 뒤에 제사 공간인 대성전을 뒀다. 대성전에는 유교 성인, 중국 현인, 우리나라 현인 등 25위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명륜당의 좌우에는 유생들이 기숙하던 동·서재가 있는데 동재에는 양반계급이, 서재에는 그 이하 계급이 기숙했다고 한다.
지금도 수원향교에서는 정기적인 제사를 시행하고 있다. 교육 역시 진행 중인데, 일반인 대상의 명륜대학(한문·사서·서예·다도반)이 개설돼 있다. 또한 지역 내 초·중학생들의 청소년 인성 교육과정도 실시하고 있어 방문, 전화 등으로 신청하면 참여가 가능하다.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관리 사무소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주소 팔달구 향교로 107-9

 ■축만제(서호)와 그 주변

▷수원축만제(서호)
서호는 언제 찾아도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곳. 서호의 풍경에만 빠져 있었다면 그 역사적 진가도 알아보자. 화성 서쪽에 있어 일명 서호로 불리지만, 1799년 정조임금이 수원을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당시 동서남북 방향으로 조성한 호수 4개 중 하나인 ‘축만제’이다.
천년만년 만석의 생산을 축원한다는 뜻을 품고 있는 축만제는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으로 국내 최초로 등재되는 영예를 안았다. 축만제는 가뭄에 대비한 구휼 대책과 수원화성을 지키는 군사들의 식량과 재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다했다. 가을이 물든 서호를 바라보며 걷다보니 수문 옆의 ‘항미정’으로 발길이 닿는다. 1831년 박기수가 건립한 항미정은 서호의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조선 후기 선비들의 풍류도 전해준다.
주소 팔달구 화서동 436-1 외

▷여기산 선사유적지와 꽃뫼 제사 유적지
서호 서쪽의 구릉에는 ‘여기산 선사유적지’가 있다. 이 유적에서는 청동기시대부터 원삼국시대의 주거지와 토기, 철기 등이 발견됐다. 하지만 선사 유적의 보호를 위해 일반인들의 진입을 막아 놓았다. 직접 확인해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컸다.
인근 화서동에는 ‘꽃뫼 제사유적지’도 있다. 지금은 아파트단지 사이 조그마한 어린이 놀이터 근처의 표지판으로만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이곳에선 토광묘, 옹관묘 등 여러 형태의 묘와 제사에 쓰이는 각종 용구들이 발견돼,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제사를 지냈던 제사 유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산 선사유적지와 꽃뫼 제사 유적지는 이 일대에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주소 여기산 유적지
        권선구 서둔동 256-1외
        꽃뫼 유적지 팔달구 화서동 688-4


 ■광교 신도시 인근

▷심온선생 묘
광교역사공원에는 조선 초기의 문신이며 세종의 장인이었던 안효공 심온 선생의 묘소가 있다. 묘역 안에는 돌로 만든 석등과 좌우에 문인석 1쌍이 배치되어 있고 외손자였던 안평대군이 쓴 묘비가 보인다. 묘역 아래에는 9대손 심하단이 글을 짓고 서명균이 글씨를 쓴 신도비(왕이나 고관 등의 평생 업적을 기리기 위해 무덤 근처 길가에 세운 비)가 세워져 있다. 그 외에도 홍살문을 비롯해 내·외삼문, 재실, 사당 등이 조성돼 있다.
또한 조선 유일의 왕자묘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혜령군묘와 수원광교박물관도 함께 있다. 잘 다듬어진 정원 같은 공원에는 조선시대 돌방무덤과 이의동 작은 안골 마을 논 가운데에서 옮겨온 고인돌도 만나볼 수 있다.
주소 영통구 이의동 산13-10

▷봉녕사 석조삼존불과 신중탱화·현왕탱화
고즈넉하고 정갈한 분위기에 반해 가끔 찾았던 비구니의 요람 봉녕사에도 유물이 숨어있었다. 용화각에는 대웅전 뒤편 언덕에 건물을 지으려고 땅을 파다 출토된 고려시대의 석불로 보이는 ‘석조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삼존불은 본존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보살입상이 배치돼 있다. 삼존불 모두가 뚜렷한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는데, 이는 오랜 시간 땅 속에 파묻혀 마모된 것으로 보인다. 원추형의 대좌에는 연화문이 섬세하게 조각돼 있다. 비록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마모는 됐지만 입가의 미소는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다.
또 하나는 봉령사 약사전에 있는 조선시대의 ‘신중탱화’와 ‘현왕탱화’다. 신중탱화는 불법을 수호하고, 불경을 외우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신을 그렸고 현왕탱화는 사람이 죽은 후 3일 만에 재판을 하는 현왕을 중심으로 판관, 지옥사자, 동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몰랐으면 그냥 지나쳤을 불상과 탱화들, 정녕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주소 팔달구 창룡대로 236-54


■수원에 남아 있는 옛 건축물

▷파장동, 수원광주 이씨 월곡댁
도심 한가운데 한 채의 초가가 낯설게 보인다. 조선 말기 살림집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집이다. 원래 주위로 산이 있고 조그마한 개울이 흘러 풍수상으로 좋은 위치였다지만, 지금은 답답할 정도로 꽉 들어찬 집들 사이에서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외로이 남아 있다.
전체 건물은 안채, 사랑채, 헛간채, 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ㄱ자형의 안채가 남서향으로 놓이고, 그 앞으로 ㄴ자형으로 연결된 사랑채가 오른쪽으로 비켜 앉아 안마당을 감싸고 있다. 바깥마당 맞은편에는 5칸 규모의 헛간채가 보인다. 현재도 사람이 거주하고 있어, 양해를 구한 뒤 월곡댁의 이모저모를 구경할 수 있다.
주소 장안구 파장천로 56-9 

▷매향동, 아담스기념관
삼일중학교 교정에는 유독 붉은 벽돌로 지어진 근대 건물이 눈에 띈다. 예사롭지 않은 모습에 다가가니 1923년에 지어진 ‘아담스기념관’이다. 수원지방 감리사였던 노블 목사는 삼일학교가 설립 초부터 교사도 없이 중포산 기슭의 교회 건물에 더부살이는 딱한 사정을 아담스 교회에 호소했고, 교인들로부터 2만 엔을 기부 받아 건축했단다. 아담스기념관은 우진각 지붕의 2층 벽돌조 양옥으로 건물 한쪽에 치우쳐 현관이 위치하고 있다. 지하층에는 거칠게 다듬은 돌을 쌓고 1·2층은 적벽돌로 벽체를 쌓았으며 층간에 목조 마루틀을 설치해 바닥을 꾸몄다. 지붕은 벽체 위에 목조 트러스를 올리고 널판을 깔아 함석판을 올린 구조다. 현재 삼일중학교 도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소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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