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저출산 보완대책의 하나로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 정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2월 발표해 올해부터 시행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에도 출생아 수가 감소하자 보완한 후속 조치다. 그동안 소득 기준(월평균 소득 150%, 2인 가구 기준 583만 원 이하)에 따라 지원했던 지원금을 소득과 상관없이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소득 하위계층의 지원금과 횟수도 늘어났다.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100%(2인 가구 기준 316만원) 이하까지 체외 수정 지원 횟수를 3회에서 4회로, 지원금도 19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확대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손발을 걷고 나선 것이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난임, 진단부터 치료 과정에 대해 알아봤다.
글 싣는 순서
① 난임, 진단부터 골든타임
② 의학의 진보, 난임의 극복-체외수정 시술(IVF-ET) 인공수정(IUI)
③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난임의 고통, 난임 힐링
④ 난임의 극복, 임신의 감동(case-by-case)
난임, 진단부터 골든타임이다
난임은 부부가 피임하지 않고 정기적인 성관계를 한 지 일 년이 지나도 임신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임신능력은 남녀 모두 24세경에 최고가 되며, 이후에 5년마다 임신하기 위해서는 2배의 기간이 필요하다. 35세 이후에는 임신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임신이 안 됐다면 정확한 검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난임을 극복하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임부부는 140만 쌍(2009년 기준)이며 7쌍 중 1쌍만이 상담을 위해 난임클리닉을 찾는다.
대전미래여성병원 미래아이 난임클리닉센터 최영배 원장은 “난임부부들은 자신이 난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며 “또한 사생활에 대한 상담을 전문가와 해야 한다는 점을 매우 꺼리고 이와 같은 상담이 시험관아기시술과 같은 전문적이고 비싼 시술로 이어질 것이란 부담감으로 홀로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거나 남편에게 있을 불임 요인을 찾지 못한 채 난임 진단 시기를 놓친다는 것이다.
한국 남녀의 결혼 시기는 갈수록 늦어지는 추세이다. 그에 따라 첫 아이를 낳는 산모의 평균 나이도 올라가는 실정이라 그에 맞게 임신과 출산, 난임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여성 나이가 35세 이상이라면 더욱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생리 주기가 일정하고 자궁 내 문제가 없더라도 염색체나 난자, 혹은 수정된 배아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정 불능이나 착상실패, 유산,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막연히 스스로 불임이라 판단했던 부부의 경우에도 문진과 검사를 통해 그에 맞는 간단한 시술로 임신이 가능한 경우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에 난임클리닉 방문은 꼭 필요한 절차다. 유전적인 난임이라 생각했지만 간단한 조영술을 통해 자궁과 난관의 문제를 찾아 힘든 시술 과정 없이 임신이 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이 아닌 남성이 난임의 원인인 경우도 45%에 달하기에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홀로 겪는 난임 스트레스, 암 환자와 유사
최영배 원장은 “난임부부가 갖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례로 그들이 겪는 스트레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시댁 친척의 충고’(37%)와 ‘동서들의 임신 추월’(25.4%)이라는 것을 인지한다면 여성 홀로 겪을 마음의 고통을 주변에서 분담해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난임으로 부부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과의 갈등, 임신한 친구나 직장 동료에게 느끼는 감정 등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 스트레스는 암 환자, 혹은 중증 심장질환 환자 등이 겪는 정도와 유사하다고 한다. 실제로 체외수정 시술을 중단하는 이유 중 45%가 ‘치료과정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이유’라고 답했으며 스트레스 요인은 절대다수가 친인척과의 관계를 언급했다.
어떤 질환이든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진료의 시작이다. 원인도 모른 채 민간요법에 의지하며 막연히 임신을 기다린다면 그만큼 가임 기간이 줄어들어 임신 확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 원장은 “임상결과를 보면 여성과 남성의 난임 요인은 45%로 같다.(원인불명 10%) 그러나 대부분 난임 치료에 남편이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클리닉의 전문가 지시가 남편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며 “문제가 없더라도 함께 상담하는 자세는 예비 산모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여성이 받는 심적 고통 역시 분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70일 전 생활패턴, 난자와 정자 건강 좌우
난임 치료의 우선순위는 올바른 생활패턴이다. 여성의 생식능력은 나이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이달에 배란된 난자와 정자는 약 70일 전부터 몸에서 생성된 것이다. 따라서 인스턴트 식품, 과음과 흡연, 불규칙한 생활패턴은 임신의 방해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임신하기 전부터 아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올바른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부모의 준비 과정이다.
건강한 생활패턴 유지와 클리닉 방문으로 적극적인 난임 치료를 하는 부부를 위해 정부 역시 적극적인 출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 10월부터 난임 시술비 및 시술 관련 제반 비용(검사·마취·약제 등)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연계를 통한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정보제공·모니터링 강화, 부당대우 의심 사업장 자동 추출 및 집중근로감독을 실시해 유·사산 위험 낮추기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또한 남성의 육아와 가사 참여 확대를 위해 ‘아빠의 달 제도’도 강화한다. 내년 7월 이후 출생하는 두 번째 자녀부터 아빠의 달 휴직급여 상한액을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50만원 늘린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이 난임을 극복하기 위해 클리닉을 찾는 이들에게 경제적·심리적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시언 리포터 whiwon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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