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마다 학생들의 어려운 마음을 달래기 위한 상담실이나 상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동갑내기 친구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상담해주는 또래상담반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또래상담은 친구들끼리 갈등이 발생했을 때 교사가 아닌 친구들이 나서 중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상담훈련을 받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또래친구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을 돕는다.
고민상담 1순위 친구
지난 10월 13일 오후 서울신기초등학교(교장 조은희) 또래상담반 동아리 회원들은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한 전문 과정 공부가 한창이다.
“친구의 고민을 상담해주기 전에 자신의 고민을 먼저 우리끼리 나누며 어떻게 고민을 해결할지 의논해보자”
각자 고민을 하나씩 적은 종이를 제출하고 선생님이 그것을 읽으면 동아리 회원들은 친구들에게 상담해주고 싶은 내용을 종이에 적었다.
“할 일을 미루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계획을 세우거나 시간을 쪼개서 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보자” “숙제는 미루면 하기 싫으니까 학원 마치고 바로 해봐” “플래너를 짜보는 건 어떨까?”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친구관계가 안 좋아서 왕따가 될까 고민”이라는 의견에는 “친구와 공통 관심사를 찾아봐” “온라인상에서 친구를 사귀어 보면 어떨까” “친구에게 가서 나랑 같이 노는 건 어때? 라고 먼저 이야기 해봐” 등 전문가다운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상담 의견을 듣던 회원들은 “상담사 같다” “멋있다” 등의 말을 하기도 했지만 “매번 듣던 말이라 좋은 조언은 없었다” 는 날카로운 피드백을 해주기도 했다.
신기초의 또래상담반은 올해 만든 동아리로 김민정 교사와 상담교사가 함께 지도한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자원한 아이들과 담임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6학년 10명의 회원들로 구성됐다.
동아리 모임은 총 20회 차로 친구관계를 돌아봄으로써 서로의 관계를 힘들게 하는 요인을 찾아본다. 또 서로 다른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돕는 대화의 기술도 배운다. 김민정 지도교사는 “다른 친구를 도와주고 싶어 또래상담반 신청을 했는데 자기 자신을 먼저 이해하면서 친구들과 서로 다른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고, 친구와의 차이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며 “교실에서 친구들을 상담해주며 배운 것을 활용한다”고 전한다.
또래상담으로 평화로운 교실 만들기
상담이란 것을 배우기 위해 참여했지만 오히려 친구관계가 좋아진 경우가 많다. 강지훈 회원은 “상담이 무엇이고 상담을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배우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상담을 하는 기본자세와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배우면서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졌다”고 덧붙인다. 소현진 학생은 “친구들이 고민을 상담해오면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친구에게 상처 주지 않고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방법을 배워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승윤 회원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말을 곱게 사용하는 것을 배우고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회원들의 장래희망이 상담사이거나 상담을 활용해야 하는 선생님인 경우가 많다. 정민경 회원은 “유치원 선생님이나 배우가 되고 싶은데 둘 다 소통이 중요한 직업이라 생각한다”며 “상담을 배우면서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하고 대화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친구들 간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도움을 준 회원들도 많다. 김지우 회원은 “또래상담이라는 것이 궁금해서 참여하게 됐는데 친구들이 ‘친구랑 싸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물어볼 때 도와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김예인 학생은 “다른 사람과 고민을 공감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공감적 이해를 새롭게 배웠다”며 “친구가 찐따를 당해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이 대화법으로 공감해주고 해결방법을 제시했다”고 말한다.
미니 인터뷰
박정연 학생
“친구에게 도움 주고 싶어요”
“평소 고민도 많고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거 같아 또래상담반 신청을 하게 됐습니다. 친구가 고민이 있다며 다가와 이야기 하면 여기서 배운 것을 활용해 상담해 줍니다. 특히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최진주 학생
“친구 고민 상담해줘요”
“친구들의 고민을 듣고 상담해주는 것이 좋아 상담을 배우고 있습니다. 어떤 친구가 부모님과의 관계 때문에 상담했는데 부모님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해보라고 했는데 효과가 좋았다고 칭찬해줬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김윤진 학생
“상담해 줄 수 있는 선생님 되고 싶어요”
“친구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해주고 싶었어요. 또래상담반 수업을 하면서 상담가나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도 생겼어요.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 상담 자세 등 배운 대로 학생들이 고민을 이야기할 때 잘 들어주고 의견을 제시해 주고 싶어요.”
김태형 학생(5학년)
“제 고민이 동아리에서 해결됐어요”
“비밀도 많고 고민도 많았는데요 친구와 고민 상담해주면서 오히려 제 고민이 해결되기도 했어요. 친구들과 상담할 때 눈높이를 맞춰주고 경청해주고 공감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해주면 좋아해요. 이것을 친구들과 대화할 때 활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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