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지난해 길거리에 버려진 반려동물의 숫자다. 거리로 내몰린 유기동물들의 삶은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유기동물들 중엔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장애 유기동물들도 포함돼 있다. 장애 유기 고양이 ‘꼬미’는 그런 ‘기적’을 겪고 다시 사람과 더불어 살게 된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일 것이다. 작은 미물의 삶도 소중히 여긴 한 사람과 장애 고양이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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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 장애 안고 있던 ‘꼬미‘를 만나다
눈도 멀고 귀도 먼 한 살배기 장애 유기묘 ‘꼬미’. 꼬미에게 기적이 찾아 온 건 지난해 여름이다. 눈이 보이질 않아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닐 수 없던 꼬미는 무려 한 달 여 동안을 굶주려 왔다. 길모퉁이 작은 카페의 에어컨 실외기에 몸을 숨긴 채 그렇게 살던 어느 날. 꼬미를 우연히 발견한 건 카페 주인 남지우씨(39·일산 동구 백석동)였다.
“실외기를 점검하려는데 안쪽에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거예요. 건드려도 미동도 하지 않아 가까스로 꺼냈는데 글쎄 뼈만 앙상하게 남은 것이 도망도 못 치더라고요.”
그녀는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그 길로 꼬미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상태가 위중했던 꼬미는 바로 중환자실로 넘겨졌고 꼬박 한 달을 병원에서 지내야 했다. 본의 아니게 보호자가 된 남씨는 꼬미가 입원해 있는 내내 정성스레 돌봤고 퇴원을 앞두고 갈 곳이 없던 꼬미를 일단 자기 집으로 데려 왔다.
“꼬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당장 기관에 보낼 수가 없었어요. 처음엔 딱 일주일만 돌보고 입양을 보내려 했어요. 그런데 데리고 온 첫 날. 꼬미의 행동이 좀 이상한 거예요. 박수를 쳐도 반응이 없고 초점도 뚜렷하지가 않았죠. 그때서야 꼬미가 청각과 시각을 모두 잃은 아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죠. 어떤 날은 발작도 일으키고 정말 집으로 데려오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져 너무 당황했답니다. 이제 한 살 인데 이 아이를 어찌해야 하나 많이 고민하게 되었죠. 기관에 보내더라도 입양이 될 것 같지 않았어요. 다시 버려지는 것을 상상하니 너무 가슴 아팠죠.”
그녀는 무슨 인연에 끌리듯 그렇게 꼬미를 가족으로 받아 들였고 둘의 특별한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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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유기묘의 쉼터로 만들다
그런데 꼬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부터 그녀의 삶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장애가 있다 보니 비장애묘 보다 큰 소리를 내며 웁니다. 제가 일을 나가면 하루 종일 집안에서 ‘야옹야옹!’ 낮에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밤에도 계속 울어대고. 당연히 이웃들의 불만을 샀죠. 그러던 어느 날 꼬미를 제 일터인 카페로 데리고 왔는데 이 아이가 잘 지내더라고요. 함께 퇴근하고 집에 가는 날은 울지도 않고 잠도 잘 잤죠. 그런데 문제는 카페가 좁아 매일 데리고 올 수 없었단 거죠. 꼬미를 위한 더 큰 공간이 필요했어요.”
그녀는 당시 홍익대 근처에서 8년째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고, 제법 동네에서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하지만 꼬미가 맘 놓고 편히 쉴 수 있을 공간을 찾아 이곳저곳을 살피다 지금의 백석동 2층 건물 자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실버라이닝 커피 로스터즈’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카페를 오픈했다. 물론 꼬미와 24시간 매일 함께 할 수 있게 됐고 꼬미는 급속도로 안정을 찾아갔다. 아픈 꼬미를 만나고 카페를 옮기는 오랜 과정을 겪으며 남씨는 자연스레 유기묘에 대한 생각과 관심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유기동물의 삶은 비참합니다. 보호소를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고는 있지만 유기동물의 수요가 너무 많고 그러다 보니 환경도 열악합니다. 입소 후 열흘이 지나도록 입양이 안 되면 바로 안락사를 시킨대요.”
그녀는 올 초 자신의 작은 카페를 개조해 본격적으로 유기묘들을 위한 쉼터로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30평 남짓한 카페 한켠에 10평 규모의 고양이 쉼터를 만들었고, 그 안은 폭신한 쿠션이 깔린 고양이 텐트와 캣 타워가 설치 됐다. 유기묘 단체 등에 연락을 취해 고양이를 데려와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보호하는 위탁모 역할을 자처했다. 온라인을 통해 입양을 공 해 현재까지 모두 네 마리를 입양 보냈다고 한다.
입양을 보낼 때는 그녀만의 원칙이 있다. “반드시 제가 직접 입양가족 집에 찾아가 아이를 인도하는데 키울 환경이 되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녀의 아침 일과는 출퇴근하는 꼬미와 카페 지킴이 사인방인 유키, 워누, 누누, 무민이의 아침밥 먹이기로부터 시작한다. 정성스레 고양이들과 눈빛을 맞추고 나서야 비로소 그녀는 커피 원두 로스팅기를 돌린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훤히 내다보이는 통 유리와 널찍한 실내 공간은 고양이는 물론 사람에게도 편안한 쉼터다. 경력 8년차 바리스타인 그녀는 “커피의 맛은 90%가 생두의 질이 좌우하죠”라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사용하는 원두에 대한 자부심도 매우 크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 한 만큼 가격을 낮추었다. 아메리카노 2,500원 카페라테는 3,000원. 유기묘 입양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들러 주인장과 얘기를 나눠보길 권한다.
위치: 고양시 일산 동구 백석동 1442-1
운영시간: 낮12시부터 오후 8시. 일요일 휴무
문의: 031-907-4927
김유경 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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