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수능시험 3주 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훈련 필요

지역내일 2016-10-28

11월이 되면 수험생에게 가장 큰 일이 닥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일 것입니다. 올해는 11월 17일이어서 이제 약 3주 정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고3 학생들에게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것입니다. 2학기 들어서면서 긴장도가 높아져 공부가 잘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오전에는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생각 많은 시험 전 날,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수능 시험이 오후에 실시되면 좋겠지만, 수능 당일에는 8시 10분까지 고사장에 들어가야 하고, 8시 40분이 되면 국어 영역부터 시험이 시작됩니다. 뇌는 잠에서 깬지 두 시간 정도가 지나야 각성이 되어서 정상적인 활동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8시 40분부터 우리의 두뇌를 완전히 풀가동 시키려면 적어도 6시에는 기상을 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수능 당일만 일찍 일어난다고 두뇌가 정상 가동되는 것은 아니어서, 적어도 두세 달 정도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공장도 정상 가동을 하기 위해서는 몇 달 정도의 워밍업이 미리 필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 일찍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수능 전날은 9시 뉴스를 시청하고, 다음 날 가져갈 것들을 미리 가방에 챙겨 넣은 후 입을 옷도 미리 꺼내 놓고, 샤워를 한 다음 10시쯤에 잠자리에 들도록 권합니다. 그래야 10시부터 자신의 일대기가 다큐멘터리 드라마처럼 야간 상영으로 머릿속에 스쳐지나가고 12시쯤 잠이 들어서 푹 자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충고도 응용을 하는 학생들이 생기더군요. 다큐멘터리 야간 상영은 식상하니 12시에 잠자리에 들면 바로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12시에 잠자리에 드는 친구들이 생기네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심야 상영’을 간과한 것입니다. ‘심야 상영’이 시작되고 새벽 3시쯤에 잠에 빠져들게 됩니다. 자칫 아침에 늦잠을 자게 되지요. 


소화 안 되는 고기반찬은 독, 과일과 간식 준비할 것
몇 년 전에 ‘심야 상영’의 피해 사례(?)가 생겼습니다. 12시에 잠자리에 들었고, ‘심야 상영’의 공습으로 새벽 3시쯤 잠에 빠졌다고 합니다. 어머니도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늦게 잠자리에 드셔서 모녀가 7시에 눈을 떴습니다. 샤워, 아침 식사, 도시락 지참 등 모든 것을 생략하고 수험표와 옷만 입고 차에 올라타 고사장으로 달렸습니다. 하필이면 제가 그 고사장에 수험생을 응원하러 갔었는데, 8시 9분경 경찰 순찰차의 경광등과 함께 화려하게 교문 앞에 등장해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울면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주변 분들은 박수로 응원을 해주시던데, 저는 그렇게 박수를 쳐줄 수도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바로 담임이니까요. 어머니도 운전석에서 잠시 나와서 눈물을 보이시더군요. 저는 들킬까봐 숨었고요. 수능이 끝나고 수능 성적표를 나눠주면서 확인을 해보니 그 학생은 평상시 보다 점수가 많이 안 나왔더군요. 저도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11월 수험생들의 가장 큰 적은 ‘심야 상영’입니다. 꼭 주의해 주십시오.
아울러서, 준비물도 전날 미리 챙겨놓으세요. 도시락을 어머니가 잘 준비해 주셨는데, 수저를 챙겨주시지 않아서 어머니가 당황하셨던 일도 있었고요. 수험생 응원하러 가서 악수도 하고 시험 잘 보라는 멘트도 날려주고 고사장으로 들여보냈는데, 어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차 안에 학생이 수저를 놓고 내렸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사장 학교의 고사관리본부에 전화해서 수험번호 알려주고 방법을 문의하라고 조언해 드렸는데요, 그 고사장 학교에서 플라스틱 수저와 나무젓가락을 제공해 줬다고 합니다. 이걸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미리 준비하지 않으니 별 일이 다 생깁니다.
어머님들은 수능 시험 당일 날의 도시락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데, 힘내라는 의미에서 고기반찬을 많이들 싸주십니다. 그런데, 수능 날은 대부분 긴장을 해서 소화기능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그런 고기류 반찬들은 소화가 잘 안돼서 배탈이 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지요. 점심식사 이후에는 영어와 한국사, 탐구 영역의 시험이 실시됩니다. 약 10년 전이네요, 우리 반 학생 한 명이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점심 도시락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되어서 영어 시간에 화장실 세 번, 탐구 시간에 화장실 세 번 갔다고 합니다. 학생은 학생대로 파김치가 되었고, 성적은 성적대로 파김치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소화 잘되라고 죽을 싸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죽을 잘 싸주시지 않는 이유의 첫 번째로는 죽을 먹으면 오후에 체력이 달려서 중요한 탐구 시험 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둘째로는, 미신이긴 한데 성적을 죽 쑤게 될까봐 부모님도 그렇고 학생들도 그렇고 죽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미역국도 잘 안 싸주시더군요. 하지만 죽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제가 추천하는 점심 도시락은 평소 먹던 것으로 준비하되, 소화가 잘되는 반찬(콩, 두부, 생선, 소고기 살코기 다진 것 등),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것 위주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밥과 국 이외에도 밥맛이 없을 것에 대비해 따뜻한 죽과 과일(귤, 바나나, 블루베리 등)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능 시험은 정신노동이기도 하지만 육체노동기이도 합니다. 점심 소화가 잘 되는 것은 좋은데, 이렇게 정신노동, 육체노동을 하다보면 4교시 탐구시간에 체력이 바닥나게 됩니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간식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간식 비닐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게 되면 다른 수험생들이 항의하게 되므로 미리 포장을 벗겨 준비해 가는 것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보온병 2개에 찬 대추차, 따뜻한 꿀물을 챙겨주는 것도 좋습니다. 껌도 준비하시면 긴장을 완화시키고, 두뇌운동도 되므로 챙겨주시면 좋습니다.
초콜릿(포장지 벗긴 것), 육포(냄새 때문에 쉬는 시간에 먹어야 할 것입니다) 등도 준비해 주시면 오후 4교시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찹쌀떡을 준비해 주시는 것은 체할 우려가 많아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험 당일에는 커피나 우유를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는 이뇨작용이 있고, 우유는 자칫 설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수능 시험 전날이나 당일 날에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님이나 모두 긴장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일어날 수가 없는 황당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으니,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서 마음을 바꾸지 말고 추진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김태용교사 (진선여고 진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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