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떠나는 나들이]

반나절이면 다녀올 여행지에서 느끼는 계절의 정취

남궁윤선 리포터 2016-10-18

무더위 끝에 찾아온 반가운 가을, 제대로 맞이하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날씨가 차다. 환절기를 제대로 지나느라 눈은 뻑뻑하고 피부도 종잇장처럼 뻣뻣하니 건조하다. 이러다 금방 겨울 오겠구나 싶은 마음에 바삐 가을로 나들이를 나서본다.
둘이어도 좋고 셋이어도 좋다. 나설 시간과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동네친구들과 쓸쓸한 기운 완연한 가을날 나들이를 떠나보자.



서해대교가 한 눈에 보이는 해어름카페

당진 해어름카페는 서해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통창 카페로 너른 정원이 보기 좋게 관리되어 있다. 주말에는 1, 2층의 카페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는데 평일 오전이라 한가로운 분위기다. 바닷바람도 좋고 곳곳에 그네가 놓은 정원에서 시간 보내기 좋을 것 같다. 스카프라도 하나 들고 가야 서늘한 바람을 피할 수 있다.
돌보는 정성스러운 손길을 미루어 짐작케 하는 예쁜 정원은 볼수록 인상적이다. 여러 가지 종류의 나무들도 장관이다. 무엇보다 집에서 멀리 나오지 않았는데 펼쳐진 툭 터진 바다가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바닷가에서 더 이상 “나 잡아봐라”를 하지 않게 된 이후, 이따금씩 바다 앞에 서면 그간 뱉어내지 못했던 말들이, 때론 당혹스런 눈물이 또 어떤 때는 노래가 봇물 터지듯 흘러나온다. 그렇게 한참을 쏟아내고 나면 한결 가뿐한 마음으로 바다를 등지고 돌아올 수 있다. 어떤 바다에서는 아버지와의 이별을, 또 다른 바다에서는 큰 아이를 향한 서운한 마음을 던져버리고 왔던 것들이 기억난다. 그렇게 다 비워내고 오면 또 한동안 아무 일 없는 듯 잘 지내게 되더라. 그래서 바다가 참 각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카페 안에서 통창을 통해 바라보는 바다와 서해대교, 소나무는 근사하다. 쨍한 햇볕 아래도 그림 같지만, 비가 오는 날 예술적일 것이며 노을 구경도 인상적일 것을 안 봐도 알겠다. 무엇보다도 창을 향해 나란히 앉아 있을 동행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테지만 말이다.
차를 마시고 파스타와 피자로 점심식사를 할 수도 있다. 가격이 헐한 편은 아니지만, 차도 식사도 권할 만하다. 적어도 그 시간 동안 음식 뿐 아니라 풍경을 음미하는 호사를 누린다. 식사를 마치고 3층 전망대에 앉았노라니 파도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세상이 다 평화롭고 고요하게 느껴진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당진 아미미술관이나 솔뫼성지에 들러도 좋겠다. 폐교를 이용한 아미미술관은 아담한 미술관 내부와 잘 어우러진 주변 환경에서 계절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솔뫼성지 솔밭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정돈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근방인 한진포구에 들른다면 지금 한창인 새우와 꽃게를 구입할 수 있다. 수게의 살이 묵직하게 차 있어서 찜을 하거나 찌개를 끓여 먹으면 별미중 별미다. 



아이 손 잡고 세종시 베어트리파크

아이를 동반한 나들이라면 세종시 베어트리파크를 추천하겠다. 아산에 내려와 살면서 한 번씩 동물원나들이가 아쉽다. 과천까지 가기는 엄두가 나지 않고 대전으로 향하자니 어쩐지 서운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종시 베어트리파크는 아이 손잡고 산보 삼아 걷다가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연못에서 만나는 노랗고 빨간 색 선명한 비단잉어들의 환대를 시작으로 미어캣, 강아지, 공작과의 만남이 신선하다.
가슴팍에 반달무늬가 선연한 어린 곰과 낮은 으르렁거림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곰들과의 만남은 제법 인상적이다. 게다가 던져주는 당근을 받아먹는 곰의 몸짓은 사람과 많이 닮아있어 어수선한 생각이 지나간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즐거워하니 더 바랄 것이 없다. 곰 우리를 지나 산책길에 나섰던 아이는 다시 곰 우리로 가자고 보챈다. 몇 번을 다시 가보고도 새롭게 환호한다. 하염없이 당근을 던져 주는 아이들로 곰 우리는 북적댄다.
주말에는 야외결혼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깊어가는 가을날 공원 한복판에서 만나는 신혼부부의 혼인예식은 경건하고 아름답다. 수국과 리시안셔스, 백합으로 장식된 꽃길에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베어트리파크 안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갖춰져 있어 편리하게 차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세종호수공원도 세종시의 명물이다. 파란 가을 하늘이 고스란히 호수에 비쳐진다. 호수공원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산책할 수 있다. 돔형콘서트장에서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국립세종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있다. 미리 동선을 짜고 가야 세종호수공원을 미련 없이 즐기고 돌아올 수 있다.
세종호수공원에 갔다면 반드시 노을을 보고 오자. 세종호수공원의 노을은 압권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작품사진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아이와 엄마 아빠 모두에게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여행지로 기억될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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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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