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가볼만한 곳 - 용인 백암장]
순대국 먹으러 떠나는 국도 드라이브 여행
한적한 용인 국도변 가을 풍경 즐기다 만나는 100년 전통의 장터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언제부턴가 맛집에서의 맛난 한 끼 식사를 위해 한 시간여 드라이브는 아깝지 않게 생각된다. 국수 한 그릇 먹으러 KTX며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백주부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어느 날, 괜스레 혼자 백주부 코스프레에 나섰다. 오늘의 목표는 그가 극찬했던 용인의 ‘백암 순대국’이다. 평소 순대국을 즐기는 리포터는 한 시간여 거리의 국도 주행코스를 잡았다. 분당에서 출발, 동백을 거쳐 에버라인을 따라 42번 국도에 접어든 뒤 중부대로를 이용, 백암면사무소를 향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갈 때는 순대국만 생각하며 정신없이 달렸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정말 가을이구나’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풍경에 몇 번이고 차를 멈추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가을이 곳곳에서 황금 자태를 자랑하는 10월에는 가까운 용인 국도변 드라이브 여행과 용인시의 시그니처 메뉴 ‘백암 순대국’을 추천한다.
국내 대표 토종 순대, 연한 빛깔 ‘백암 순대’
백주부가 극찬했던 용인 백암면의 순대는 흔히 만날 수 있는 거무죽죽한 빛깔의 순대가 아니었다. 순대 내용물로 들어간 야채가 무엇인지 구별이 갈 만큼 연한 빛깔의 백암 순대는 돼지 소창자에 익으면 빛깔이 거멓게 변하는 돼지선지 대신 소선지와 무청, 양배추, 부추, 양파, 깻잎, 대파, 생강 등을 갈아 넣어 만든 야채순대이다. 그래서 그 씹히는 맛이 독특하다. 속이 삐져나온 통통한 순대에 짭조름한 새우젓 한 젓갈 올려 입 안에 넣으면 당면 순대나 찹쌀 순대와는 전혀 다른 식감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현재 백암면사무소 주변에는 9개의 순대 맛집이 손님을 맞고 있다. 밥을 국에 말아 내는 토렴방식을 하는 곳이건 아니건 백암의 순대국은 설렁탕 국물 같은 말간 국물에 머리고기와 파를 듬뿍 넣어준다. 평소 들깨가루 넣어 텁텁하고 걸쭉한 순대국 국물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100년 전통의 돼지 장터, 용인 백암장
그렇다면 백암 순대국이 이렇게 유명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순대장으로 널리 알려진 용인 백암장 덕이다. 1, 6, 11, 16, 21, 26일 이렇게 한 달에 6번이 열리는 용인 백암장은 조선시대부터 그 명맥을 이어온 100년 전통의 5일장이다. 예전에는 순대보다 돼지와 소, 쌀 시장으로 유명했지만 산업화 바람에 밀려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최근에는 전통 있는 5일장으로 인근 지역에서 많이 찾고 있다.
백암장은 초창기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소시장이 들어서면서 전국 각지에서 의류, 생선, 막걸리, 과일장수들이 몰려들어 번성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소 대신 돼지 사육농가가 늘고 돼지 사육두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아지며 풍부한 돼지내장을 이용한 순대가 백암장의 얼굴마담이 되었다. 지금은 1천여 평 장터에 먹거리 가게와 의류, 만물상등 100여개의 가게와 노점들이 들어와 있어 여타 5일장과 비슷한 분위기다. 특색이라면 각종 야채류 '모종'과 용인의 특산 백옥쌀, 그리고 이젠 흔히 볼 수 없는 '곤달걀'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백암장의 위치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암리 일원
문의 : 031-324-2275
▶ 백암면사무소 일대 순대국집
토종순대 중앙식당 | 031-333-7750 |
백암제일식당 | 031-332-4608 |
형제식당 | 031-332-4055 |
백암본가순대 | 031-334-9425 |
황금 들녘 허수아비와 코스모스가 인사 건네는 국도여행
영양 만점의 순대국으로 배를 두둑이 채우고 돌아오는 길, 국도변을 달리다 만나는 용인의 가을 풍경과 여유롭고 낭만적인 조우를 해보자. 백암면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한택식물원은 용인 거주민에게 강력 추천하는 경유지이다. 벌개미취와 구절초 등 가을에만 만날 수 있는 가을꽃들로 가득한 이곳을 산책하다보면 가을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용인시청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리다 만나는 용인농촌테마파크는 어린 자녀와 함께 나들이를 나선 가족여행자에게 권유한다. 수확을 앞두고 풍성한 열매를 품은 각종 작물들을 자녀와 함께 보면서 사진으로만 배웠던 자연의 경이로움을 직접 체험하는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면 어떨까.
입장료를 내고 어딘가 들어가는 대신 여유로운 산책 정도만 즐기고 싶다면 내동마을과 와우정사도 좋겠다. 코스모스 꽃밭과 연꽃이 함께 어우러진 내동마을의 논둑길을 걷거나 목탁 소리 나즈막이 울리는 와우정사의 사찰 경내를 돌다보면 한 주 동안 묵혀두었던 마음의 짐을 한켠에 슬그머니 내려놓게 될 지도 모르겠다.
▶ 용인 국도변 따라 만날 수 있는 가을 관광지
용인농촌테마파크 | 처인구 원삼면 농촌파크로 80-1 | 031-324-4053 |
내동마을 | 처인구 원삼면내동로 23번길 6 | 031-322-3323 |
한택식물원 | 처인구 백암면 한택로 2 | 031-333-3558 |
와우정사 | 처인구 해곡로 25-15 | 031-339-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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