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곱셈구구로 정식 명칭이 변해버린 구구단.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구구단을 아무리 외우도록 시켜도 안 된다며 하소연을 한다. 의문점은 그들의 머릿속에 제대로 곱셈의 원리가 정립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보통은 자신들의 어렸을 적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테고, 2x1=2, 2x2=4와 같이 외우도록 시키고 9단부터 거꾸로 하는 방법을 시키거나, 우리 아이는 19단까지 외운다며 자랑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구구단은 어떠한 방법이나 원리에 대한 설명 없이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통해 암송했던 기억이 먼저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2학년인 나에게는 제법 버거웠지만 생각보다 대부분 잘 외워서 놀랐던 것이 생각난다. 나는 40명 정도 되는 학생들 앞에서 약간 떨기도 하고, 보통 학생들처럼 6단이나 7단 정도에서 두어 번쯤 막히며 무사히 통과했고, 몇몇은 숙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손바닥을 맞았던 것 같다.
주변의 지인들과 구구단에 대해서 이렇게 깊게 생각해 보거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해본 적은 없던 것 같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에게 본인의 경험을 떠올리며 같은 방식을 적용시킬 것이다. 이들이 가장 속상해 하는 부분은 구구단을 곧잘 외우지만, 아무리 외워도 틀리는 부분만 계속해서 틀린다는 것이다.
곱셈의 원리부터 제대로 학습을 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곱셈이란 덧셈의 확장이며 연속이다.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구구단을 금방 외운 친구들은 곱셈의 개념이 정확하게 머릿속에 들어있고, 기습 질문을 해도 곧장 대답을 한다. 또한 아는 수의 범위가 늘어나면서 9단 이상의 셈들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19단까지 줄줄이 암송하는 학생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고 싶겠지만, ‘구구단을 외자’를 학습이 아닌 게임으로써 즐길 수 있을 정도, 8x7=56이 자연스레 입에 붙을 정도가 되면 시간을 재거나 거꾸로 외우기와 같은 것들은 사실 별 필요가 없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가볍게 2, 4, 6, 8을 말해보고, 자동차 바퀴를 세면서 4, 8, 12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안 되는 단의 뛰어 세기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마저도 잘 되지 않는다면, ‘3,6,9’나 ‘배스킨라빈스31’과 같은 게임을 하면서 수와 친해지는 게 더 먼저라고 생각한다.
사고력수학 시매쓰 불당센터
박성헌 초등수학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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