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지난 21일(수) 제33회 천안시민의상 수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수상자는 모두 네 명. 교육학술 부문에 유성재(56) 천안중앙고등학교 교사, 문화예술부문에 고 김준응 단청장, 사회봉사 부문에 최찬규(49) 강사, 특별상에 전영화(87세) 화백이다.
이중 교육학술 부문에 선정된 천안중앙고 유성재 교사는 글로벌 시대 인재육성을 위해 2010년부터 한일 공동수업을 시작해 학생들을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는 리더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또한 천문우주교육 활성화를 위해 학교에 별바라기 천문대를 건축하고 동아리활동을 주도한 노력을 인정받아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유성재 교사를 만나 그동안 활동과 교육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한일 공동수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2010년 천안중앙고에 다시 부임한 직후(1997년~2000년 근무 후 2010년 다시 부임)였을 겁니다. 충남도에서 지정한 영재교육원이 학교에 신설되며 영재교육부장을 맡게 되었어요. 해서 공주대 이희복 영재교육원장께 연수를 부탁드렸는데, 연수가 끝나고 식사 자리에서 일본 히로시마 부속고등학교가 해외 학교와 공동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대상 학교를 물색한다며 의견을 물으시더군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망설임 없이 바로 응했지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난 8월 13차 공동수업까지 7년 동안 이어져 온 겁니다. 내년 1월 14차 공동수업이 있을 계획입니다.
-. 한일 공동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7년 전만 해도 한국과 일본의 감정적인 앙금은 지금보다 훨씬 컸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첫 해인가는 홈스테이를 하는 도중 일본 학생이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등 심장이 내려앉는 순간이 종종 있었지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생겼을 때도 수업을 계속 이어갈지 중단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공동수업을 진행하는 히로시마는 후쿠시마와 거리도 상당히 떨어져 있어 우려할 부분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공동수업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꾸준하게 7년간 운영해오다 보니 이제 해외 교류 공동수업의 사례로 인정받기에 이르렀습니다.
-. 한일 공동수업의 성과라고 한다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학생들의 성장을 가장 우선에 둘 수 있겠지요. 해마다 두 번씩 양교를 오가며 공동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학생들은 쉽사리 경험하지 못하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니까요. 공동수업은 ‘지속 가능한 사회’라는 대주제 아래 태양에너지, 태양광 발전, 풍력에너지, 바이오매스, Solar cell, 수소에너지 연구 등 전 지구적 환경보전을 위한 주제에 따라 물리 및 화학 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합니다. 수업내용은 물론, 언어실력의 성장도 상당하죠. 특히 홈스테이를 통해 문화 교류도 가능해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됩니다.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도움이 되었던 사례로 한일 공동수업을 꼽고 있지요.
-. 한일 공동수업에 관한 책 출간 계획도 있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한일 공동수업은 현재 민간단위에서 진행하는 해외 교류수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유일한 사례인 동시에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장기적으로 운영해온 부분을 인정받고 있죠. 그래서 그동안 해온 내용들을 정리해 책으로 출간하려는 계획입니다. 오카야마 대학의 후지 히로키 교수가 전체적인 기조를 잡고, 공동수업에 참여했던 일본 교수진들과 저, 그리고 호서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이노신 교수가 참여합니다. 이번 책의 내용이 해외 교류 수업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요. 내년 1월 출간될 계획입니다.
-. 천안중앙고는 교내에 설치된 천문대도 유명한데, 어떻게 설치하게 된 건가요
처음 부임했을 당시부터 천문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우주와 천체를 바라보며 자신의 꿈을 펼치도록 하고 싶었죠. 그러다가 2010년에 다시 부임해 왔을 때 천안중앙고가 과학중점학교로 지정을 받아 예산 지원을 받게 됐어요. 그래서 학교에 의견을 개진해 별바라기 천문대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천문대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관련 학과로 진학한 학생도 많고요. 특히, 최근 입시에서 교내 활동이 중요해지는데, 천안중앙고는 교내에서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상당히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기쁩니다.
-.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많은 지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생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합니다. 공부를 잘 하건 못 하건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꿈을 갖고, 또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해요.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합니다. 학교는 그래서 자신의 꿈과 능력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지원해야 하죠.
학생들이 학교에서 많은 경험을 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어디에 흥미를 갖고 재능이 있는지 찾을 수 있으니까요. 학교는 그를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수업을 하다가 가끔 학생들에게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나도 천안중앙고를 나왔는데, 1학년 때 꼴등을 했다고 말이죠. 농담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유년시절을 보내며 공부를 그리 잘 하지 못했어요. 대신, 끝까지 해내는 끈기는 갖고 있었어요. 좋아하는 것은 누가 뭐라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으니까요. 그래서 졸업할 때쯤에는 반에서 5등 정도까지 성적도 올릴 수 있었고요.
전 좋아하는 것을 찾아 끝까지 해내는 것이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줄곧 해오는 것이 축구와 영어 이 두 가지에요. 그것이 지금 제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꼭 알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고, 많은 경험을 하고, 끝까지 해내라. 꾸준히 하다 보면 이룰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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