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분당에서 학창시절을 같이 보내고 결혼 후 타 지역으로 흩어진 친구들이 분당 친정에 왔다가 잠깐 시간을 내 뭉쳤다. 기름 냄새 맡으며 꼬박 전을 부친 며느리들은 명절 스트레스 날릴 만한 ‘무엇’이 있는 곳으로 가자며 아우성이었다.
장소를 물색하던 중 교통 편한 정자역 근방 한 요리주점이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널찍한 테라스를 비롯해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아시안 퓨전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오픈 주방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고소한 코코넛 크림 막걸리는 명절 스트레스 날릴 만한 ‘무엇’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빈속으로 음주하지 말라는 배려인가 싶게 가쓰오부시와 쪽파가 듬뿍 뿌려진 큼지막한 연두부도 ‘기본안주’라고 하기엔 정성이 듬뿍 느껴진다.
며느리들의 몸에 밴 ‘전 냄새’를 말끔하게 날려줄 안주로 석쇠에 맛깔스럽게 차려낸 매운 주꾸미와 모모코 라멘을 선택했다. 확실하게 맵지만 그저 매운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감칠맛 나는 양념에 야들야들한 식감이 일품인 주꾸미를 가위로 잘라 사이좋게 오물거리는 사이 며느리 노릇, 아내 노릇, 엄마 노릇하느라 잃어버리고 있었던 마음 속 ‘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칼칼한 국물에 아삭아삭 씹히는 숙주와 함께 후루룩 넘기는 생라면도 서로의 젓가락 신나게 부딪혀가며 별 시답지도 않은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에 낄낄대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옛 추억을 공유한 이들끼리 어디서 무엇을 먹은들 즐겁지 않겠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유쾌한 서비스와 적당히 흥겨운 분위기, 정자동 초역세권을 감안했을 때 합리적 가격대, 식사류부터 단품 안주에서 근사한 요리까지 선택의 폭이 넓은 메뉴로 요즘 유행한다는 ‘혼술(혼자 술마시기)’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위치 : 분당구 정자일로 197 푸르지오시티 2차 102호, 103호
문의 : 031-719-8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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