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알아보는 3~4등급 학생들의 수시 전략

1~2등급만 준비한다는 생각 버리고 끝까지 놓지 말아야

송정순 리포터 2016-09-25

한 반 30명 기준으로 1등은 1등급, 2~3등은 2등급, 4~6등 3등급, 7~12등은 4등급에 해당한다. 12~40%에 해당하는 3~4등급의 학생들은 소신껏 지원하려니 내신 때문에 대학 문턱은 높아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전공 관련 학업역량으로 어필하거나 수능최저를 맞추고 논술실력을 꾸준히 기른다면 경쟁력은 있다. 자사고인지 일반고인지에 따라 내신 3~4등급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목동지역에서 지난해 합격한 사례를 기준으로 3~4등급 학생들의 수시 전략을 살펴봤다.


사례제공: 한가람고등학교, 마포고등학교


내신 뛰어넘는 학생부, 종합전형 사례
종합전형에서 학업역량은 전공과 연계된 우수한 교과 성적과 방과후수업, 심화수업으로 어필할 수 있다. 여기에 동아리 활동과 교내 수상경력이 덧붙여지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예체능을 제외한 내신이 3.5등급, 국·영·수·과의 내신은 3.09였던 한가람고의 한 학생은 수학과 과학이 조금 우수했다. 이 학생은 종합전형인 중앙대 탐구형 인재전형으로 공과대학에 합격했다. 한가람고 신원용 진학부장교사는 “이 학생은 이과생도 어려워하는 고등물리 수업을 선택해 수강했다”며 “공대에 지원하기 위해 심화된 물리 수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해당 분야에 대한 학업역량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학생은 <핵융합발전>을 주제로 소논문(과제연구)을 작성했다. 비록 상은 받지 못했지만 세부특기사항에 탐구 주제를 선택한 동기와 성취감, 한계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동아리는 과학실험부로 과학에 대한 전공적합성을 드러냈고 독서자율동아리를 활용해 관련 분야 독서기록이 많았다. 신 부장교사는 “이 학생이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고급물리를 선택해 수강한 것과 과제연구를 한 것, 이 2가지의 힘이 컸다고 추측된다”고 조심스럽게 강조했다.
3학년 1학기까지 주요 교과 내신이 3.08인 마포고의 한 학생은 국민대 바이오발효융합학과에 합격했다. 이 학생은 1학년 1학기 내신 성적 4.0에서 조금씩 향상됐고 특히 수학과 과학을 잘해 최저 등급을 맞춘 논술과 종합전형을 절반씩 준비했다. 공학계열에서도 가장 높은 과에 속하는 생명공학을 희망했고 내신 성적의 중요성을 알고 3학년 1학기 때 내신 2.4까지 끌어올렸다. 동아리는 방송반으로 생명공학과 전혀 관련성이 없었으나 자율동아리 등을 통해 생명공학 관련 독서나 학습 사례가 많았다. 작년 담임을 맡았던 마포고등학교 서성원 교사는 “방송반 동아리 부장으로 단편영화도 촬영하고 후배들과 협업한 리더십이 인정된 것 같다”며 “거기에 과학발명품 대회 다수 수상, 생명과학 탐구발표대회 등 학교에서 행한 사례를 바탕으로 종합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교내 경시대회 수상 실적 없어도 합격 가능
서강대 자기주도형으로 자연과학대학에 합격한 한가람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경희대 레오르네상스 전형에도 중복 합격했다. 이 학생은 내신 평균 3.68이며 국·영·수 평균은 3.43으로 주요 과목 간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수학과 관련해 교내 수상 경력이 없었고 수학경시대회보다는 수준이 낮은 수학발표대회 때 참가해 2위를 한 적이 있었다. 대신 수학 전공에 대한 적합성을 드러내기 위해 고급수학을 수강했다. 고급수학은 내신 2등급 이상, 전국연합평가 1등급이어야만 수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수학에 대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동아리는 수학, 과학, 융합수학을 다루는 수학과학예술부에서 활동했고 방과후수업으로 실험수학을 수강했다. 수학을 주제로 한 학기동안 수학과 관련된 소논문을 쓰는 한가람고 교내 프로그램인 ‘수학 랩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신 부장교사는 “수학 성적도 2, 3, 4등급을 왔다갔다 정도로 수학과에 지원할 만큼 월등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수학과 관련 풍부한 독서가 강점이었다. 또한 교내 수학 관련 프로그램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참여해 적극적으로 수학에 대한 관심을 어필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KU자기추천전형으로 경영학부에 입학한 학생은 내신이 4.52이며 국·영·수·사는 4.57이었다. 경영학부에 지원하고자 하면 리더십, 영어, 수학 과목에서 경쟁력을 보여야 한다. 이 학생은 3년 중 학급임원을 그것도 부회장을 한 번만 했다. 대신 총학생회장 선거 때 후보의 공략을 검증해 유권자의 선택을 도와주는 ‘매니페스토 검증단’의 활동을 한 적이 있다. 학교 홍보대사 활동을 했고 영어 원서를 읽고 퀴즈를 푸는 달튼 랩에서 다독상을 받아 내신에서 증명하지 못한 영어역량을 보여줬다. 수학은 경제과목 수강과 경제토론부 활동, ‘화장품 사업 전략’으로 과제연구를 해 경제적 관심으로 수학실력을 커버했다. 신 부장교사는 “이 학생은 수시 6장 카드를 종합전형으로 2개, 논술로 4개를 썼다. 하지만 논술은 다 떨어졌다”며 “종합전형을 적절히 활용한 경우”라 설명한다.


3학년 1학기까지 교과· 비교과 충실히 준비
3학년 1학기까지 주요 교과 내신이 3.6인 마포고의 한 학생은 국민대 기계시스템공학과, 숭실대 기계공학과, 가천대 기계공학과에 합격했다. 1, 2학년 때 내신이 좋지 않았으나 2학년 2학기 때 성적이 조금 향상됐고 고3 3월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거쳐 3학년 1학기에는 3.1까지 성적이 올랐다. 관련 학과에 대한 심화 공부를 위한 자율동아리를 만들고 운영하는 등 교과 및 비교과를 충실히 준비했다.
서성원 교사는 “교내 탐구발표대회, 학습 관련 자율동아리, 창의적 특색활동 등에서 꾸준히 전공과 관련된 활동을 해왔으며, 3학년 1학기에 성적 향상과 미 선택한 전공 관련 주요 교과를 보완하기 위한 자율동아리가 합격의 관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내신 역전 가능한 논술
논술전형으로 성균관대 공과계열에 합격한 한가람고 학생은 국·영·수·사의 내신이 4.13이었다. 과목 간 편차도 심해 수학과 물리를 잘하고 국어와 영어 성적이 떨어졌다. 학생부 활동이 없고 수학, 과학을 잘 했기 때문에 수리논술로 수시를 준비했다. 이 학생은 교육청 주관 수학, 과학 영재반을 다녔기 때문에 심화반 수업으로만 논술준비를 했다.
논술전형으로 고려대 경제학부에 합격한 학생은 내신이 3.34였다. 1학년 때부터 개설한 논술수업을 수강했고 교내 논술대회에서 2회 수상할 정도로 논술 실력을 인정받아 논술전형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중앙대 경영학부에 합격한 내신 3.77의 학생은 경영학부라는 특성상 언어논술과 수리논술 2가지를 준비했다. 이중에서도 수리논술이 당락을 좌우하는데 수학이 4~5등급 실력이었지만 2학년 2학기 미적분, 통계 부분을 2등급으로 올릴 만큼 이 분야에 실력이 월등했고 그것이 적중해 논술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성균관대 사회과학부에 논술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은 한국외대에도 중복 합격했다. 내신이 3.46으로 두드러진 학생부 활동은 없었고 논술 수업을 수강했다.
신 부장교사는 “2학년 때 내신이 여의치 않으면 교내 활동을 접고 논술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지만 막상 3학년 원서 쓸 때 범위가 좁아져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며 “성적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종합전형은 1~2등급만 준비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끝까지 놓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적성검사, 수학 잘하면 유리
수시전형의 또 다른 카드인 적성검사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내신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거의 없어 적성검사 성적이 당락을 결정한다. 그래서 내신 중위권 학생도 충분히 지원해볼 만한하다.
3학년 1학기까지 주요 교과 내신이 4.5등급이었던 마포고의 학생으로 6개의 수시 전형에서 최저가 없거나 2개 3등급 정도의 논술만 준비했다. 수학에 대한 센스가 있어 적성을 추천해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적성 전형으로 합격했다. 서성원 교사는 “적성만 1년 준비하는 학생도 있지만, 적성고사가 쉬운 수능과 비슷하므로 수능 준비를 철저히 한 학생에게 유리하다”며 “이과를 기준으로 할 때 적성고사에서도 판가름은 주로 수학 교과이므로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라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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