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북한군에 잠입해 활약한 밀정(이정재)의 활약상을 보여줬다면, 지난 9월 7일 개봉한 영화 <밀정>은 1923년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으로 일본 경찰 경부로 일하면서 무장독립단체인 의열단의 폭파 임무를 은밀히 도운 밀정 이정출(송강호)의 활약을 보여준다.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은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으로 경성에 있는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한다. 같은 조선인이지만 친일과 항일이라는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를 알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진다. 잡아야만 하는 자들과 잡힐 수 없는 자들 사이에 펼쳐지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 등이 긴장감 속에서 펼쳐진다.
영화 <밀정>은 1923년에 실제로 있었던 ‘황옥 경부 폭탄사건’을 토대로 당시 의열단에 일어났던 몇 가지 사실들을 엮어서 극화했다.
상하이와 경성을 오가며 일제의 심장부인 총독부 등 주요 시설을 폭파할 폭탄을 들여오는 의열단의 비밀업무는 스파이 영화 장르의 쾌감을 전달한다. 친일과 항일 중 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그 경계선에 서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밀정의 모습이 흥미롭다. 실제 역사적 사건은 밀고로 인해 실패로 끝났지만 영화는 성공적인 결말과 함께 희망도 암시한다.
강한 이미지의 입체적인 인물 송강호와 부드러운 이미지의 신뢰감 있는 인물 공유를 한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배우가 절묘하게 어울리며 시선을 장악한다.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이 이정출을 포섭하기 위해 “이중간첩에게도 조국은 하나뿐이요. 그에게도 분명 마음의 빚은 있을 거요”라고 던지는 한마디 말에는 강렬한 에너지와 신념이 넘친다. 짧은 등장이지만 역시 독보적인 존재감의 배우 이병헌이다.
민족 시련의 시대에 은밀히 적으로 위장한 채 숨어서 활동했던 밀정들은 인정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그들만의 가치를 위해 싸웠다. 요즘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위기와 시련의 시대를 살면서 추구했던 그들의 가치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