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누드크로키 동호회 ‘해드로잉’]

자연의 곡선을 찾아 인체를 탐험하는 여정

문하영 리포터 2016-09-05


 
무더위가 꺾일 줄 모르던 지난달 20일, 성남아트센터 큐브사랑방에서는 아주 특별한 예술의 장이 열렸다.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의 삼중주, 남성중창단과 함께 프로 모델 4명의 군상 누드 드로잉 퍼포먼스가 진행돼 드로잉 북과 화구를 지참한 시민들이 참여해 누드 드로잉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특별한 행사에서 누드크로키를 시연하는 등 행사의 전반을 기획 주도한 ‘해 드로잉’을 만나보았다. 


 

개인의 취미생활을 넘어서
‘해 드로잉’은 인체를 탐구하는 누드 드로잉을 하는 동호회로 2006년부터 분당을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수내동의 한 스튜디오를 빌려 작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 6회째 정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기전 외에도 상시적으로 크고 작은 문화 행사를 기획해 개인의 취미생활에서만 그치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다.
안산국제드로잉 아트페어에 정기적으로 참여해 다른 지역의 크로키 동호회와 교류하고 성남아트센터 사랑방 클럽 활동 전시 등을 통해 각자의 기량을 닦는 것은 물론 일반인들과의 문화적 교감을 나누고 소통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 지난 20일에 있었던 시민 참여형 전시도 같은 맥락으로 성황리에 개최되었고, ‘누드크로키’라는 다소 낯선 장르의 예술에 대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는 것이 특별했다.



 
감각 근육 단련시키고 마음 수련해
3년차 ‘해 드로잉’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40대 초반의 주부 서주희(정자동)씨는 “미술을 전공하고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을 하다가 현재 출산과 육아로 휴직 중”이라며 “쉬면서 가만히 있으면 손이 굳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해 드로잉’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풀어놓았다.
이어 “눈과 손을 직관적으로 움직이며 ‘드로잉 감각 근육’을 단련시키는 데는 인체 크로키만한 것이 없다”며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회원들과 교류하면서 육아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오롯이 내 시간을 만들어 몰두할 수 있으니 좋다”고 전했다.
중년 남성회원인 이춘식(가명·수내동)씨는 “아무생각 없이 몰입하는 데에는 단연 최고”라면서 “인체의 아름다운 선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자유로워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해 드로잉’은 나에게 있어 마치 각박한 현실과 내가 꿈꾸는 자유를 연결해 주는 징검다리와 같다”고 동호회 활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소 철학적이고도 삶의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통찰을 엿볼 수 있었다.



 
드로잉 회화의 기본은 인체 드로잉
수차례의 개인전을 치르며 현재 다문화생활아카데미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해 드로잉’의 박봉덕 회장(야탑동)은 “누드 드로잉에 대해 아직 주변의 시선이 편안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인체 드로잉은 드로잉 회화의 기본이어서 예고의 수업이나 외국의 미술대학 입학 포토폴리오에도 들어있고 공개 퍼포먼스에는 초·중생들도 부모님과 함께 자연스럽게 앉아 드로잉하기도 한다”면서 “누드 드로잉은 더 이상 부끄러운 미술활동이 아닌 예술 활동의 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성남아트센터 큐브사랑방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진행된 시민 참여형 누드 드로잉 퍼포먼스도 그러한 인식에서 기획했다”며 “서서히 누드 드로잉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주 토요일 150분 가까이 진행되는 작업에는 서울아트모델컴퍼니, 한국모델협회에서 교육받고 활동하는 전문 남녀 모델들을 섭외해 진행된다. 분 단위, 초 단위로 짧게 포즈를 바꿔가며 인체의 균형, 입체감의 구조성, 형태의 특징 등을 단시간에 재빨리 포착해서 그린다. 짧은 시간 안에 단순화되고 요약된 모습으로 표현되는 작품 안에는 같은 모델을 보고 그렸다 하더라도 누가 어떤 감성으로, 어떤 소재의 화구로 그렸느냐에 따라 저 마다 완전히 다른 작품이 탄생한다. ‘인간의 몸은 자연의 곡선을 다 가지고 있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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