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의 책_고래의 눈

이경화 리포터 2016-08-29


지은이 게리 D. 슈미트

옮긴이 천미나

펴낸 곳 책과 콩나무

가격 11,000원


““터너 벅민스터, 항상 목사의 아들이 될 필요는 없단다.” 항상 목사의 아들이 될 필요는 없다. ‘항상 목사의 아들이 될 필요는 없단다.’ 터너는 자신이 언제든, 다른 무엇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 생각을 하자, 터너는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마치 고래에 닿을 뻔했던 그때처럼.”


나의 고래는 어디에 있을까?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낯선 핍스버그로 이사 온 터너는 엄격한 규율과 주변 시선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에게 주어진 빳빳하게 풀 먹인 새하얀 셔츠처럼 고정화된 소년의 삶은 어느 날 바닷가에서 쾌활하고 밝은 흑인 소녀 리지를 만나며 인생을 배우고 마침내 자신을 가두고 있던 제약을 벗어던지며 용기 있는 소년으로 성장한다.  


어찌 보면 너무도 평범한 청소년 성장소설인 이 책은 숨겨진 미국 역사로 인해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마을 해안가에 관광지를 조성하기 위한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하느님 뜻을 빙자하여 말라가 섬 주민들을 짓밟는 마을 기득권층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오랜 세월 그곳에 뿌리 내리고 살았던 주민들을 내쫓고 할아버지를 잃은 소녀 리지를 정신병원에 가둬 숨지게 만드는 그들의 탐욕스러운 모습은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사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뉴 베리상과 마이클 프린츠 상을 수상한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오히려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이야기를 조금씩 곱씹어 읽어야만 자유와 미래를 상징하는 고래의 의미는 물론 복잡하게 얽혀있는 갈등과 화해를 모두 읽어낼 수 있다. 또한,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는 터너의 성장기는 한동안 잊었던 ‘정의’와 청소년기 꿈꾸었던 고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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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리포터 22kh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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