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교육청 이재정 교육감은 2017년부터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야간자율학습으로부터 학생들을 해방시키는 건 고교 교육 정상화의 첫 관문이다”라며 야자 폐지에 대한 소신을 전했습니다. 이 교육감의 발표 이후 갑론을박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야자의 당사자인 학생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혼자 공부할 땐 야자가 도움 되는데...
야자를 없앤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당황했어요. 저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맞지 않아 1학년 때부터 학교에 남아 야자를 하며 혼자 공부하고 있습니다. 1학년 초에는 집에서 공부를 해봤는데 밥 먹고 나면 TV 보고 싶고 핸드폰도 하고 싶고...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그 때부터 야자를 신청해 하고 있어요. 혼자 공부하는 데는 규칙적이고 시간이 정해져 있는 야자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잠깐 쉬다가 저녁 먹고 다시 야자 시간에 맞춰 공부하다 집으로 돌아옵니다. 매일 야자 3시간을 버티는 생활이 이제는 익숙해져서 다른 곳에 가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고2 L군)
공부할 공간 찾기 어려워질 것 같아요
저는 학교 야자 대신 독서실에 다니며 공부하고 있는데요, 지금도 시험 때가 되면 도서관 열람실부터 사설 독서실까지 자리를 못 구해 방황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야자가 없어지면 열람실이랑 독서실 자리 찾는 게 더 어려워질 것 같아요. 그리고 야자가 없어진다고 해서 시험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닐 텐데... 어디선가 돈 내고 공부할 곳을 따로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친구들 대부분이 집에서 공부하는 것을 힘들어 하니까요.(고2 K군)
어차피 학원에서 공부까지
방과후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주로 학원에서 공부를 해요. 강의실에서 자습하다가 수업 시간 맞춰 수업 듣고 집으로 오는데 어차피 학원에 가야하기 때문에 야자보다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편합니다. 야자가 폐지돼도 이런 제 생활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다만 학교에서 공부했던 친구들이 갈 곳이 없어져 황당할 것 같아요.(고1 P양)
진짜 자율적인 야간자율학습은 허락해야
저희 학교의 경우 학생이 날짜와 시간, 공부할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정말 자율적인 야간 자율학습이라 사교육 없이 자기주도 학습을 하는 친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 가끔 감독으로 남아 계시는 선생님께 질문하거나 다른 친구들과 서로 질문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야간 자율학습을 원하는 학생을 위해 학교에서 적절한 공부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은 필요하고 찬성하지만 원하지 않는 학생에 야간 자율학습을 강요하는 학교의 방침 규정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3 P양)
야자 폐지하면 부모님 부담이 커질 듯
야간자율학습을 폐지에 반대합니다. 폐지를 하면 공부할 데가 마땅치 않아요. 사교육도 늘어날 거고 독서실로 가면 돈을 내고 다녀야 하니까요. 또 대체 방안으로 대학 프로그램을 미리 체험하는 것에도 어차피 할 사람만 하겠죠. 프로그램이 다양한지도 의문이고 한정적일 수 있으니까요. 어차피 각 대학에서 방학 때 체험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학교에 남아서 또 하라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요즘은 야간자율학습이 거의 강제가 아니고 자율인데 굳이 폐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고3 B양)
학교에서 공부할 때 집중 더 잘돼요
보통 독서실 대신으로 야간 자율학습을 다니는 친구들이 많은데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해버리면 사교육이 아니더라도 결국 학교 외에 또 돈이 들어버리니까 안 좋다고 생각해요. 야간자율학습이 사라지면 석식도 사라질 텐데 학원을 안 다니고 다니고의 문제를 떠나서 맞벌이이신 부모님들은 저녁밥을 못 챙겨 주니까 걱정되실 것 같아요. 또 학교에서 공부할 때 집중이 더 잘 된다는 애들이 많아요. 면학실이 아니더라도 일부러 교실에서 수업하듯이 시간 맞춰서 공부하는 애들도 있거든요. 학교에서는 시설과 시간을 제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고3 L양)
야자 없앤다고 제가 좋아하는 거 할 수 있나요?
야간자율학습이 없어진다고 해서 그 빈 시간을 어떻게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어차피 학원 아니면 집, 혹은 독서실에서 공부해야하는 상황인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야간자율학습의 취지를 얼마나 잘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야자 없앤다고 제가 좋아하는 거, 바라는 거 하고 지낼 수 있을까요. 엄마의 잔소리가 더 늘어날 것 같은데요. 아니면 학원을 하나 더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고1 K군)
야간자율학습은 사실 일부 친구들에게만 의미 있죠
야간자율학습은 공부를 잘 하거나 혹은 하려는 친구들에겐 의미가 있을 수 있어요. 부모님이 시켜서 억지로 신청하긴 했지만 저처럼 공부와 담 쌓은 친구들은 정말 시간 낭비와 같아요. 엉덩이도 아프고, 눈치 봐야 되고. 차라리 그 시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고 싶어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잘 하는지 몰라요. 야자한다고 해서 그 해답을 얻는 것도 아니잖아요. 야자가 폐지되면 대학 전공이나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나온다고 한 것 같은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고1 C군)
야간자습 원하는 학생에게 기회는 주어져야
야간 자율학습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견해입니다. 우리 학교는 자율학습을 신청받아서 시행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말 하고 싶은 사람만 남게 되더라고요. 공부하고 싶은 친구들만 남아서 하게 되니까 자습 분위기가 안 좋다거나 하는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율학습이 폐지되면 남아서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게 돼서 독서실이나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하는데 그건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될 것 같아요. 남아서 자습하는 학생들의 수가 얼마나 되든지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풍동 신○○(고2) 학생-
반 친구와 공부하며 서로 도움 주고받아
야간 자율학습 폐지에 반대합니다. 신청한 학생들이 자습에 참여하는데, 저희 반은 스무 명이 신청해서 1학년 중 인원이 제일 많았죠. 처음에는 12명으로 시작했는데 중간고사 이후 인원이 더 늘었습니다. 저도 자습에 참여했는데 효과가 좋았어요. 집이나 다른 곳에서 공부한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집중이 잘 안 됐다고 하는데 학교에서는 옆 친구들이 공부하는 모습 보면서 마음을 다잡게 되더라고요. 총 3시간 자습시간 중 중간에 한 번 쉬는데 그때 공부 잘하는 친구한테 모르는 문제 물어보기도 하고 또, 과목별 선생님께서 순번으로 자습감독을 하시니까 질문도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운정 김○○(고1)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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