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리포터의 ‘방 탈출 카페’ 생생 체험기

지역내일 2016-07-24

“밀폐된 공간, 주어진 시간은 단 60분. 주변에 있는 단서를 모아 암호를 풀어 시간 내에 방을 탈출하라!” 요즘 학생과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는 ‘방 탈출 카페’의 기본 매뉴얼이다. 방 탈출 카페는 제한된 시간과 조건에서 상상력과 집중력, 추리력을 발휘해 ‘탈출’에 성공하는 짜릿함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신종 놀이 공간으로 친구, 연인 가족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다. 일산에도 여러 곳이 문을 열었는데 그중 라페스타에 있는 ‘코마이스케이프’로 아이들과 함께 가보았다.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주어진 조건과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 갇혀있는 공간에서 탈출하는 것. 영화나 TV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 장면을 볼 때면 ‘나라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오늘 직접 그 상상을 현실로 마주하게 되었다.
나의 든든한 지원군은 초등학교 2학년과 5학년인 아들과 딸. S 방송사의 주야장천 달리며 경기하는 프로그램의 열성 팬인 아들은 TV에서 종종 접했던 상황을 상상하며 가기 전부터 의욕충천이고, 날 닮아 겁 많아 보이지만 은근 스릴을 즐기는 딸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아이들과 함께 체험할 방을 신중히 고르고 예약을 마쳤다.
‘코마이스케이프’에 준비된 체험 방은 모두 4개로 방에 따라 주제와 난이도가 다르다. 그중에서 가장 난도가 낮고 무섭지 않은(초등학생들이 느끼기에) 주제라 판단되는 ‘화장실을 찾아라’ 방을 택했다. 체험에 앞서 10분 정도 안전을 위한 주의사항과 문제를 푸는 요령에 대해 간단히 듣고 비밀유지에 동의하는 종이에 서명했다. 개인 물건(휴대폰과 사진촬영은 금지)을 사물함에 보관하고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다녀온 뒤(체험 도중 급한 경우 화장실 출입은 가능) 드디어 체험 방으로 들어섰다. 

 


몰입과 긴장감 위해 꾸며진 방들
들어선 방은 주제에 맞게 꾸며져 있었는데(각 체험방은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주제에 맞는 공간으로 설정돼 있고 방에 따라 음향이나 영상 효과를 사용하기도 함) 우리가 택한 ‘화장실을 찾아라’는 친구네 집에 놀러가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친구의 장난으로 화장실을 찾아 헤매야 하는, 문제를 풀어 화장실을 찾아내고 임무를 수행해야만 탈출할 수 있는 방이다.
우리를 안내한 사장님이 문제를 푸는 도중 힌트를 요청할 수 있는 인터폰(힌트 요청은 세 번까지 가능하지만, 힌트를 요청하지 않고 탈출해야 순위가 더 높음)을 확인시켜주고 벽에 걸린 타이머를 60으로 맞추었다. 그리고는 굳게 닫혀버린 문(입장한 문을 잠그지는 않음. 단지 그 문이 아닌 다른 문으로 탈출할 수 있게 돼 있음).
문이 닫히고 몇 분 동안 어리둥절한 상태가 계속되었고 시계의 숫자는 59, 58, 57로 점점 줄어들었다. 순간 긴장감이 엄습했으나 정신 차리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친구네 집 거실인가?, 화장실은 어떻게 찾아가지?’ 화장실을 찾을 수 있도록 친구가 남긴 단서를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두 개의 자물쇠로 잠겨 있는 서랍장. 숫자를 맞춰야 열리는 자물쇠를 일단 풀어야 화장실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숫자를 알아내야 하는 것이 관건일 터, 방안을 구석구석 살펴 발견한 여러 숫자. 하지만 생각만큼 간단히 자물쇠가 열리지 않았다. 힌트 요청은 입장한지 20분이 지나야 가능하므로 자물쇠가 열릴 때까지 찾아낸 숫자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보았다. 그러나 마음처럼 열리지 않는 자물쇠. 시간은 어느덧 20분이 훌쩍 지났다. 


 모든 것 의심하고 적극적 시도 필요
방을 탈출할 방법은 방마다 조금씩 다르다. 굳게 잠긴 자물쇠를 열거나 혹은 방 안의 상황과 물건들, 특히 그림이나 글을 유심히 관찰하고 추리해 단서를 얻어 문제를 풀어 다음 방으로 갈 수 있는 비밀 통로나 열쇠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방은 또 다른 방으로 이어져 있고 그 방에서도 단서들을 찾아내 문제를 푸는 과정이 되풀이된다.
몇 개의 문제를 풀고 몇 개의 방을 거쳐야 하는지는 체험방마다 다르지만, 마지막에는 상황에 맞는 행동(동작) 탈출미션이 주어지고 그 미션까지 완수해야 방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사장님이 귀띔해준 탈출을 위한 팁(tip)은 ‘첫째, 주의 깊게 주변을 관찰하라. 둘째, 고정관념을 버리고 의심하라. 셋째, 각 방에서 얻은 단서들이 서로 연결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것.’ 이 세 가지. 특히 성공률이 낮은 초보자들은 생각만 하고 망설이다 시간을 다 보내는 경우가 많으니 밀거나, 열어보거나, 두드려 보거나 하는 등의 여러 행동을 적극적으로 해볼 것을 강조하였다.         
첫 번째 힌트를 얻어 한 개의 자물쇠를 푸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0분. 전체 시간의 반을 써버리긴 했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나자 처음의 소심함은 간데없고 자신감으로 반짝이기 시작한 아이들의 눈. 다시 어렵사리 자물쇠를 풀어 또 다른 방으로 이어져 있는 출구를 찾아냈다. 첫 두 문제 해결의 일등공신은 바로 딸아이. 그리고 다음 방으로 이어지는 비밀통로를 찾아낸 것은 아들 녀석. 이제 두 아이에게 발동이 걸렸다.
하지만 역시 의욕만큼 문제가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어쩔 수 없이 집어든 인터폰. 두 번째 힌트를 얻어 가까스로 다음 방으로 가는 출구를 열 수 있었다. 출구가 열리자 밀려든 허탈감. 사실 두 번째로 얻은 힌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딸아이가 말한 것인데 사소히 넘겨버린 것이 실수였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겨우 다음 문제를 풀었고 시간은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때부터 밀려드는 조급함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결국, 남은 두 문제는 풀어보지도 못하고 시간이 종료되었다. 탈출 실패!


시간 배분과 집중력이 성공 요인
종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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