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입시칼럼

봉사의 진정성은 ‘한곳에서 정기적으로 오래’하는 데서 나온다

지역내일 2016-07-21

입시 전형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선호한다. 하지만 수시전형의 경우 최상위권 대학에서 성적 변별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최상위권 대학에 제출되는 서류는 거의 내신성적 1점대 초중반 이내이면서, 화려한 수상경력은 물론 창의적 체험활동까지 부족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정성적 평가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서류 평가 준거를 보면 학업역량, 전공 적합성, 자기주도성, 창의성, 인성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이 중에서 공동체정신, 성실성, 리더십, 사회참여의식, 공감, 배려 등 인성영역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관심과 재능 같은 동아리 친구들은 더할 수 없이 좋은 봉사활동 파트너
봉사활동이 곧 인성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봉사활동은 인성을 평가하는 핵심 척도임은 분명하다. 고교 3년동안 봉사 60시간을 권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이상의 시간을 채운다. 봉사활동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봉사야말로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대표적인 항목이기 때문이다. 봉사시간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 번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봉사를 하게 된 동기는 물론 구체적인 계획과 활동 내용이 하나의 스토리가 되어야 좋은 봉사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인터뷰 했던 학생의 봉사스토리를 예로 들어보겠다. 서울대에 진학한 이 학생은 학기 동안 지역 청소년수련관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지만 6시간의 봉사 시간만을 인정받았다. 회장을 맡고 있던 학교 영자신문 동아리 친구들을 모아 지역의 청소년수련관에서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어교실을 운영하기로 계획을 세고, 수업계획안을 작성해 수련관에 제출했지만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단다. 거의 매일 방과후에 수련관을 들러 담당자를 설득한 끝에 드디어 강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서류접수 6개월 만이다. 대학입시철이 다가왔기 때문에 자신은 3회 정도 수업하데에 그쳤지만 이후 동아리 후배들이 지속적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단다. 비록 학교생활기록부에는 6시간 밖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내용들은 고스란히 ‘봉사활동특기사항’란에 기록되었고, 자기소개서에도 잘 녹여냈다. 이 스토리만으로도 학생의 인성뿐만아니라 배려, 나눔, 공동체의식, 도전정신 등의 면모가 종합적으로 드러난다.


전공과 연계한 봉사 만들고, 꾸준히 또 정기적으로 활동할 것!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몇 년 전 한양대 공대에 진학한 한 학생이 3년간 했던 봉사활동은 바로 한달에 한번 지역의 임대아파트를 찾아다니며 컴퓨터 수리를 해주는 것이었다. 주로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이 살고 있어 컴퓨터가 고장나도 마땅히 수리할 곳이 없다는 것을 우연히 접하고 친구을 모아 봉사동아리를 결성, 학교 근처에 있는 임대아파트 관리 사무실을 찾아 직접 제안한 것이다.
관리사무실은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단발성으로 그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3년 넘게 이어졌고, 아파트 주민들은 학생들이 방문하는 날짜에 맞춰 컴퓨터를 맡기거나 찾아오는 정도가 됐다. 3년간의 꾸준한 활동으로 수많은 훈훈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그 경험들을 통해 학생이 배우고 느낀 것이 얼마나 많을까? 또 3년간의 꾸준한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은 얼마나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했을지는 묻지 않아도 가늠이 될 것이다. 봉사전문가들은 봉사의 진정성은 ‘한곳에서 정기적으로 오래’하는데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곳에서 오래 지속해야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정이 싹트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며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냥 주어지는 봉사활동은 없다.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 내야
여름방학을 앞두고 그간 미뤄두었던 혹은 새롭게 봉사활동을 계획하는 학생들이 많다. 방학동안 봉사시간을 받을 곳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차분하게 나만의 봉사활동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현재 하고 있는 학교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관심사나 재능을 봉사로 연계해 볼 수도,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끼리 새로운 기관, 혹은 새로운 활동을 구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에 잘 가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얼마든지 있다. 주민센터, 복지관, 수련관, 도서관, 유초등학교, 병원, 아파트 관리사무소 아니면 재학중인 학교 안에서 뭔가 새로운 봉사활동 문화를 내 손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이춘희
이춘희 내일신문 수석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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