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공부인지 먼저 생각해야

지역내일 2016-07-21

 사례 1  고2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체육대회를 통해 학급의 단합을 이끈 인성이 훌륭한 학생이라고 극찬을 받은 학생 A는 3년 내내 학급회장을 했지만 결국 재수를 통해 수능 최저를 맞추고 논술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


 사례 2  영자신문 동아리 부장을 비롯한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한 학생 B는 결국 삼수 끝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례 3  고3 직전 겨울방학 때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 C는 고3에 올라와서 생각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다.

고1이나 고3이나 고민해서 계획 세워야
위 세 가지 사례의 공통된 화두는 무엇일까?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을 앞둔 요즘 많은 학생들이 미진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방학 중 계획을 세웠거나 세우고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입학 후 한 학기를 보낸 고1 학생들도 두 번의 정기고사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1 학생들이 계획을 세울 때 유의해할 할 점은 무엇일까?
첫째, 계획을 수립할 때는 목표가 무엇인지, 즉 무엇을 위한 공부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계획 수립이랄 것도 없이 과거부터 해왔던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선행학습으로 해당 과목을 몇 번 ‘돌리면’ 성적이 올라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공부하는 양과 질이 중학교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과거부터 많은 학생들이 해왔고 선배 학생들이 성공을 거두기도 했던 방식으로 공부한다.
하지만, 이러한 ‘물량 공세’ 방식이 성적 향상을 담보하지 않는 것도 모두가 경험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이 방식은 훗날 수능 성적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당장 2학기 내신 성적 향상을 위한 방식은 아니다.
둘째, 계획 수립은 결과에 대한 겸허하고도 냉정한 반성에서 이뤄져야 한다.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고등학교는 중학교 때와는 다르다고 느끼고 말하면서도 정작 어떻게 다르고 왜 그런 결과가 왔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시험이 끝난 후 시험지를 펼쳐보고 틀린 문항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왜 틀렸는지 고민한 적이 있는가.
학교에서 주관식 점수를 확인할 때 보기 싫어도 시험지를 다시 펼쳐 보면서 어떻게 대비해야 이 문항을 맞힐 수 있었을까를 분석해야 한다. 흔히 ‘다 알고 있었는데 틀렸다, 실수해서 틀렸다’고 했던 말이 사실은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틀렸다는 것을 이때 가서야 알게 된다.
셋째, 오답 분석을 통해 나의 부족한 점을 알게 되면 어떻게 공부해야 이를 보완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자습실에서 혼자 엉덩이 붙이고 공부해야 하는지 아니면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사교육도 남들이 다 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과목과 부분의 보강을 위해 현강(직강) 뿐만 아니라 인강을 선택할 수 있다.
사실, 선행학습은 자기주도학습을 좀 더 용이하게 해줄 뿐이지 결국 성적을 올리는 것은 혼자만의 노하우를 터득한 공부 아니겠는가. 실제로 자기주도학습 수기 쓰기대회 수상작을 읽어보면, 공부 잘하는 친구의 공부 방식을 무조건 따라한 게 아니라 배운 것을 실제로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고 소화하면서 자기 나름의 방식을 터득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넷째, 동아리/자율 동아리 활동의 발표나 토론 활동에 끈기 있게 참여하자. 이런 활동을 하다보면 언제나 그만 두고 싶은 상황이 오거나 다른 일정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순간에 좌고우면하거나 계산적으로 접근하다보면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활동을 통한 태도의 변화나 심층적인 깨달음은 끝까지 끈기를 유지했을 때에만 얻게 된다.


선행과 학원 숙제, 왜 하는지 깨달아야
그렇다면 영어 내신은 어떻게 대비하고 영어 관련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당연한 얘기지만 수업시간에 열심히 참여하자. 수업을 통해 습득한 내용과 어법, 어휘에 관한 지식은 시험에 출제되는 교과서와 프린트와 같은 부교재 내용과 직결된다. 난이도 높은 시험 문항과 영어 관련 활동에도 연계가 된다.
둘째, 내가 감점을 받은 부분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분석해봐야 한다. 나는 시험이 끝난 후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가져오게 해서 이 문항의 출제 의도는 무엇이고 수업시간에 어떻게 다루어졌고 난이도가 높은 문항은 어떻게 심화공부를 해야 맞힐 수 있는지를 분석해준다. 그러다보면 사실 학원에서 적중시켰다고 내세우는 문제임에도 혼자 공부해도 맞힐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본인의 계획에 따라 공부를 하게 되는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셋째, 영어 관련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자. 나는 기말고사가 끝난 후 자투리 시간에 학생들에게 교과서 관련 내용의 심화 발표를 희망자를 받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되새기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 시간을 이용해 평소 수업시간에 드러낼 수 없었던 영어구사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게 된다.
토론이나 동아리/자율 동아리 활동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끈기 있게 참여하자. 학원 수업 핑계대지 말고 끈기 있게 완수했을 때에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깊이 있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다시 이 글 맨 앞으로 돌아가서, 앞에서 언급된
세 가지 사례의 공통된 화두는 무엇일까?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과 그에 따라 습득된 노하우, 그리고 깊이 있는 사고능력이다.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 요구하는 자질이고 수능 고득점에 필요한 자질이다.
아직도 강남 학교의 많은 교실에서는 남들 따라 전날 밤늦게까지 학원 숙제를 하느라 수업시간에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스스로에게 반문해봐야 한다. 누구를 위한 선행학습이고, 무엇을 위한 학원 숙제인가를 말이다.

송
송영석 교사(숙명여고 영어과)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