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에 개교, 올해 5회 졸업생을 배출한 신길고. 신길동 택지지구 개발과 함께 들어선 신길고등학교는 평준화 시행과 함께 명문고등학교로 발돋움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교다. 2014년 혁신학교로 지정받은 후 학생들에게는 올바른 가치관과 민주시민의식을 가르치고 교사들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교육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신길고.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교육공동체 협동조합이 학교 매점을 운영하고, 교사들은 매년 제안수업 발표를 통해 수업방법을 고민한다. ‘日新又日新’(날마다 새롭게)를 교훈으로 하루하루 변화하는 신길고등학교를 찾았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혁신교육 민주적 소통에서 시작
학생인권 조례가 조기에 정착된 신길 고등학교의 모습은 예전 고등학교 풍경과 사뭇 다르다. 상명하복식 군대문화가 사라지고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혁신학교 3년 차 신길고등학교의 가장 큰 장점도 바로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다. 학기 초 아이들은 학급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을 스스로 토론을 통해 만들고 활발한 학생자치활동은 학교의 주인이 학생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매년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참석하는 대토론회도 개최한다. 지난해 대토론회 주제는 “혁신 신길고 나아갈 방향은?” 이었다.
모든 교육주체가 참여하는 대토론회는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윤갑회 교장은 “토론회를 하면 뭔가 정답이 나올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각자 불만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의견이 나온 후 합의에 이르게 되죠”라고 말한다. 토론 과정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학교에서 시도하기란 쉽지 않다. 신길고등학교는 지난해 대토론회를 통해 학교 슬로건을 ‘소통과 배움의 행복한 동행’으로 정했다. 더디고 힘든 걸음이었지만 모두의 목소리를 담아 만든 슬로건이라 의미가 깊다.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은 학생회 조직에도 더 큰 자율권을 부여한다. 매월 1회 학생자치회를 정기화하고 학생회에서 친구사랑 주간 운영과, 학교축제인 신길제, 등굣길 학생맞이도 진행한다. 학생들이 제안한 프로그램에 대해선 최대한 자율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필요한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다. 이런 신길고 학생회의 자율적 활동은 다른 학교 학생회가 부러워 할 정도다.
학생·학부모·교사 협동조합 만들어 매점 운영
최근 신길고등학교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학교 내 매점이 불량식품을 팔다 문을 닫자 학교 구성원들이 직접 매점운영에 뛰어든 것이다. 지난해 12월 학교 구성원들이 협동조합 인가를 받아 학교 매점 ‘와글바글’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조합원은 100여명. 그중 학생 조합원들은 별도의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한다. 모든 학생이 출자금(1만원 이상)과 필요한 서류만 제출하면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학생들이 미성년자다 보니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적지 않아 전교생이 참여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인우 신길고 협동조합 동아리 회장은 “지난해에는 매점 만드는데 주력했고 올해 매점이 오픈하고 운영을 돕고 있어요. 우리가 먹을 음식을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서 더 주인의식도 생기고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줄 예정인데 아주 뿌듯할 거 같아요”라고 말한다.
매점운영은 학생들에게는 올바른 소비자 교육, 조합원에게는 대안 경제 체험이라는 귀중한 경험을 제공하고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와글바글에서 판매하는 빵은 모두 지역 생산자 협동조합인 ‘빵집아저씨’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빵을 제공하고 학교는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수업의 변화가 학생부를 바꾼다
사실 이와 같은 신길고 변화 바탕에는 끊임없이 연구하는 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부임 후 혁신학교 지정을 받은 윤갑회 교장은 교원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신길고등학교 교사 75명 전원은 전문적학습공동체라는 수업연구회에서 활동 중이다. 8개 교과 군으로 나뉘어 활동 중인 교과연구회는 매년 제안 수업을 발표한다. 최수정 혁신부장은 “전 교사가 전문적학습공동체 활동하는 학교는 드물 겁니다. 개별적으로 수업에 열의가 있는 선생님들은 연수도 참여하고 수업을 고민하지만 전체 교사들 사이에서는 잘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요. 하지만 모든 교사가 연구회로 묶여있다보니 서로 좋은 교육법을 공유하고 나누려는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교사에게서 시작된 수업변화는 각 교과목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이런 수업 변화가 어떻게 열매 맺고 있을까? 이상원 교무부장은 “수업이 변화하고 학생들이 수업에서 수동적인 역할이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자로 활동하는 것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어요. 학생부에 교과세부특기사항이 있는데 사실 기존의 수업방식으로는 적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수업이 변화하면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고 평가법도 달라지기 때문에 훨씬 풍성하게 학생 활동을 기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개발하기 위해 매 주 교내대회를 개최하고 고3학생들의 진학을 위해 면접반과 적성고사반, 체대입시반, 심화학습반을 운영하는 학교. 교사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졸업생 중 90%이상이 학생부 종합으로 대학을 진학하고 지난해 서울권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이 60명이 넘어섰다는 건 신길고등학교를 나타내는 가장 작은 수치일 뿐이다. 고교시절 진정한 배움을 고민하는 교사들과 민주적인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는 즐거움과 추억을 쌓아가는 학생들. 그들이야 말로 신길고가 만들어가는 진짜 전통이다.
신길고 졸업생 인터뷰
선생님들의 응원 든든한 힘이 됐어요
신지수 (한양대 도시공학과)
대학진학 준비 어떻게 했나요?
일단 처음부터 수시전형을 목표로 했었기 때문에 내신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의예과 진학하고 싶어 해부학 자율동아리도 만들어 활동했었는데 의예과에 들어가기엔 좀 부족했었나 봐요. 내신 1.06등급 나와서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에 입학했어요. 진학하고 보니 잘한 선택인거 같아요.
진학해서 공부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네. 아주 좋아요. 고등학교 때 물리를 안 배웠는데 대학에서는 물리과목을 배우더라구요. 입학하기 전에 미리 공부 조금 했어요. 그랬더니 크게 어려움은 없어요.
신길고등학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무엇일까요?
대학진학해서 친구들이랑 선생님 이야기 하면 다들 놀라는 분위기에요. 우리학교처럼 선생님과 소통이 잘 되는 학교는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학교의 1:1 튜터링 시스템이 있어 언제나 선생님과 이야기 할 수 있고 특히 고3때는 면접 준비도 도와주시고 힘들 때 마다 격려하고 응원해 주신 선생님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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