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교단일기

수시원서 작성 전에 이런 저런 생각도 해봐야

지역내일 2016-07-14

교무실로 한 학생이 찾아와서 서성이고 있었다. 보니 우리 반 학생이었다. 왜 왔냐고 묻자? “아니요” 하면서 밖으로 나간다. 곁눈질로 보니 교무실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망설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무슨 할 말이 있겠구나 싶어 불렀다.
“선생님, 내일 부모님이 상담하러 오시면 너무 걱정이 되어서요?” “그래 내일 대입원서를 써야 하니 부모님 도장가지고 와서 쓰자?” 했더니 “선생님! 부탁이 있는데요?”  “ 선생님, 제 부탁을 꼭 들어주어야 말씀드려요” “ 안 들어주시면 이야기 하지 않을께요?” 몹시 궁금해서 “약속하마”라는 대답부터 하고 말았다.
“어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학은 못 갈 것 같습니다. 중학교도 신촌에서 다녔고 집도 그 쪽이니 집 부근에 있는 대학에 원서를 쓰면 안 될까요? 매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아니! 너 성적으로는 도저히 갈수 없잖아. 그러니 A대학으로 가자고 어제 이야기 했잖아?” “선생님! 내일 부모님이 오시면 A대학에 원서를 쓴다고 하면 큰 실망을 할 것 같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를 안 한 것이 전부 탄로가 날 것이고 얼마나 실망을 하실까? 걱정이 됩니다. 부모님에게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재수를 해서라도 꼭 집 근처 대학에 들어가도록 선생님에게 약속을 할 테니 부모님이 오시면 학교생활을 잘 했고 집근처 대학 합격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시면 내년에 합격증을 꼭 가지고 선생님을 찾아뵙겠습니다.  집근처에 있는 대학에 원서를 꼭 써 주세요”라고 조른다.
학생의 말을 들으려니 내일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고, 학생이 담임선생님을 믿고 저렇게 사정을 하는데 안 들어 주려니 애처롭기까지 했다. 궁리 끝에 제자편이 되어주기로 했다. 그 다음날은 본의 아니게 부모님에게는 거짓말을 하게 되었고 원서에 교장선생님 도장과 학교장 직인을 찍어서 봉투에 원서를 넣고 겉면에 인비라는 도장을 붉게 찍어 부모님에게 건네주면서 합격을 바란다면서 이야기를 하고 돌려보냈다. 4층 교무실에서 운동장을 걸어가는 학생과 학부모를 바라보면서 저 놈이 내년에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1년 후 그 학생은 열심히 공부를 해서 집 근처 대학에 합격을 했다. 합격증을 들고 와서 선생님 실망시켜드리지 않게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저를 믿어준 선생님이  너무 고마웠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지만 제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다.


자녀와 부모와의 기대치 사이는 멀다?
요사이는 수시지원을 할 때도 예전과 달리 상담을 잘 하지 않는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돼 많은 곳에서 정보를 얻고 또 물어 볼 때도 많다. 학교를 안가도, 담임교사와 상담을 안 해도 얼마든지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내 자식의 부끄러운 면을 들춰낼 필요도 없다. 그리고 어느 대학을 지원했는지 그리고 또 합격했는지도 물어보는 것이 금기시 되어버렸다. 얼마의 돈만 있으면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가서 정보를 얻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지원 방법은 예전보다는 매우 쉬워졌으나 자식에 맞은 대학을 고르는 과정은 너무너무 힘들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어디 있을까?  첫째로 아이를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부모님 자신이 입시에 대해서 너무 잘 안다고 믿는 부모님도 많다. 입시정보는 홍수처럼 넘친다. 그 정보 속에서 잘못된 정보도 자녀에 맞게 재해석을 한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했던가. 억지로 자식에 맞게 대입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무조건적 상향지원을 한다. 대입에서 기적은 없다. 내 자식에게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은 버려야 한다. 현실을 정확히 바라봐야 한다.
학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와 선생님이다. 그래서 학부모와 선생님이 만나서 학생에게 맞는 전형이 무엇인지를 선택해보자. 그래서 지원전략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자. 현재 성적에 대한 분석, 내신의 주요 교과 성적, 전체 교과 석차평균등급, 모의고사 성적, 학생부의 비교과 등을 분석하고 학생의 적성과 흥미도 고려하고 가정환경도 얘기하면서 진솔하게 이야기를 해보자.
학생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 혹시 선생님이 “이 대학은 어렵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해도 섭섭하게 듣지 말자. 간혹 합격가능성이 없다고 하면 따지듯이 왜 없냐고 반문을 하는 학부모도 없지는 않다. 얼마 전 학부형이 찾아와서 상담하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님 아이에게는 이야기 하지 말아주세요. 아이가 자존심이 강해서요. 절대 이야기를 하지 말아주세요. 사실은 차상위계층인데 대학을 가는 방법이 없을까요?” 하면서 물었다.  왜 이제야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창피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해가 간다. 학교에서 내 자식이 기죽을까봐? 또 무시당할까봐? 걱정이 안 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다행이다. 늦지 않았다. 그 솔직한 이야기가 고마웠다. 학교에 와서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사교육 시장이나 남 모르는데 가서는 할 수 있는 풍토가 서글프다. 그 학생은 지금부터 다시포트폴리오 짜야 했다.


자녀의 성적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둘째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할까가 고민이다. 수시지원은 흔히들 전략이라고 하는데 무슨 전략이 있을까. 전략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그 전략을 아는 사람은 자신들의 자녀들은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진학을 시켰을까를 물어보자. 수천 명이 모인 대입설명회에서 마치 ‘신의 한 수’라도 들으려고 야단이다. 수시지원은 모의고사 성적으로 지원이 가능한 대학보다 한 등급 위의 대학을 지원하라고 한다.
그러나 얼마나 변수가 많은가. 일반적으로 6평이나 9평 때는 모의고사 점수가 내려갈 것이고 다른 달에 보는 시도교육청 주관 모의고사는 등급이 올라간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느 것을 대입해서 수능최저 학력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하고 지원할 것인가? 그럼 모의고사 평균을 내자고 한다. 그것도 맞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학생부 교과전형 등급 컷도 제각기 다르다. 작년 것을 믿고 넣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입시자료는 입시요강만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는다. 떨어져도 모두가 본인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참고라는 글자가 꼭 붙는다.
셋째로 대학 진학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능점수가 발표 나는 날이면 갑과 을이 바뀐다. 수험생의 큰소리가 이제는 부모의 큰소리로 바뀐다. 희망하는 대학에 들어갔으면 해방감이 들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원망과 후회가 들것이다. 자녀들은 기가 죽는다. 본인보다 성적이 낮았던 친구들이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면 1년 동안 소식을 끊고 재수를 시작하기도 한다. 재수 삼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가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얼마 전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갔는데 문 앞에서 제자를 만났다. 졸업 후 오래되었지만 보는 순간 이름이 생각났다. 그 학생은 고등학교 졸업 후 법대에 들어갔다. 그래서 지금까지 검사나 변호사를 할 것으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아직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해 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 진학만이 꿈을 이루었다고 자만하지 말자
입시철이 다가 온다. 꼭 대학을 지원해야하는지부터 고민해보자. 그리고 대학 졸업 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자. 만약 그 길이 행복한 길이라면 수시원서는 어디를 써야하고 추천서는 누구한테서 받아야 하고 자소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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