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스타샘 보성중 심경섭 지도상담부장교사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따뜻하고 유쾌한 사랑 이야기

지역내일 2016-07-08

보성중이 방이동으로 이전한 첫해인 1989년에 부임한 심경섭 교사는 28년째 보성중에 몸담고 있다. 보성의 오랜 역사와 더불어 청춘을 보낸 그는 동양철학을 전공한 도덕과 교사이자 보성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충을 함께 나누는 상담가이다. 아이들에게는 엄하지만 칭찬을 아끼지 않는 따뜻한 교사, 학부모들에게는 10년 동안 보성 페어런츠 아카데미를 열어 경험에서 우러난 진실한 조언을 하는 교사이다.


박경숙 리포터 kitayama47@naver.com


스타샘

‘큰 형’ 같이 시작한 풋내기 교사시절
 보성중에 부임할 당시 심경섭 교사의 나이는 25살.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제자들과 나이 차이는 불과 아홉 살 안팎으로 큰 형 같은 선생님. 도덕과목을 가르치며 자유롭게 ‘자기 칭찬 100가지 쓰기’도 해보고 아이들과 만화나 영화를 함께 보며 해설이 곁들여진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요즘도 문득 옛 제자들에게서 전화가 와요. 사립학교의 장점은 선생님들이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죠. 수화기 너머로 중년이 된 학생들과 추억을 되새겨 보는 것도 참 행복한 일입니다.”
 초보 교사 시절 질풍노도를 겪고 있는 사춘기 남학생의 지도 방식은 칭찬보다는 처벌이 주로 사용되었고 학생들은 아침부터 혼나고 맞는 일이 일상이었다. 심 교사도 다른 교사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진로상담부장이었던 지선구 교사의 ‘심 선생은 반 아이들과 참 잘 지낸단 말이야. 아이들이 왔다가 나갈 때 표정이 밝아져. 어떻게 아이들하고 그리 잘 통할 수 있지?’라는 칭찬의 말씀은 풋내기 교사가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비판하고 평가, 충고하기 보다는 온전히 인정하고 칭찬하는 사랑의 언어를 써 보자고. 


심리학, 상담에 젖어들며 타인의 고통 나눠 
 10년차에 접어들며 심경섭 교사는 각종 상담연수에 빠져 들었다. 심성수련지도자 연수를 비롯해 집단상담도 배우며 내친 김에 심리학 박사학위까지 마쳤다. 교사들이 수업 외에 다른 공부를 할 수 있는 보성의 개방적인 학교 분위기가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후 부모의 기대에 짓눌린 학생, 사춘기 아들의 반항에 힘들어하는 부모, 가정 내에서 설 자리가 적어지는 아버지들에게까지 관심의 폭이 넓어지며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에 관여하고 싶은 인간적인 욕구가 강해졌다.
 “2007년부터 ‘학부모를 위한 자녀상담교실’을 시작했죠. 1년에 3회 강좌를 열었는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을 어떻게 고칠까를 다루는 ‘우리 아이 제대로 알기’, 가족의 의사소통이나 대화법에 대한 ‘우리 아이 기 살리기’, 효율적인 부모자녀 관계를 고민하는 ‘아이들, 남편, 그리고 나’라는 주제의 강연이었어요.”
 함께 공감하고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강좌에 학부모들의 호응도가 높아지며 토요일 저녁 시간에 ‘아버지학교’ 강좌도 열리고 2014년부터는 ‘보성 페어런츠 아카데미’로 이름 변경 후 꾸준히 진행되었다. 지난 4월에는 10주년 30회를 기념해 강좌에 참여한 학부모들에게 심 교사가 직접 마련한 수건과 책을 배부했다. 또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고 토론, 집단상담, 힐링하는 학부모 동아리도 심 교사의 지도 아래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책


상담경험과 연구의 결과물인 두 권의 책
 “1990년대 중반 이후 학교 분위기가 예전과 달리지기 시작했어요. 2000년대 들어와서는 더 심해졌는데 학교에 와서 오전 내내 잠자는 학생이 절반을 넘어갈 정도로 많아지더라고요. 이것이 인터넷 보급 속도와 관련 있고 남학생들의 여가활동이 온라인 세상에 집중되는 게 보였어요.”
 인터넷 과다 사용이 가정불화로 이어지는 모습을 접하며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고 싶었던 심 교사는 상담과 더불어 ‘인터넷 중독 완전정복(2005, 시그마프레스)’를 출간했다. 교사로서 인터넷 과다사용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과 의사소통 중심의 학부모 상담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또 한국인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전통문화에 기반을 둔 심리현상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 유학과 심리학을 접목하며 ‘문화심리학·동양인, 서양인, 한국인의 마음(2015, 학지사)’를 공동 집필했다.
 심 교사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문화가 무엇이고 어떻게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지요”라며 “세계화에 발맞춰 탈북자, 외국인을 아우르는 다문화사회로 가는 준비가 더 절실합니다.”라고 말했다.
 
영원한 ‘친정’으로 남을 보성중과 학생들
  28년째 몸담고 있는 보성중은 심경섭 교사에게 어머니 품 같이 아늑한 곳이다. 다양한 학생과 학부모를 끊임없이 만나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그 역시도 세상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각이 길러졌다.
 “아쉬움 없이 떠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부족한 인문학 소양도 넓혀가며 책읽기와 쓰기를 더 강조하며 지도할 겁니다. 사고의 폭이 넓어진 아이들이 ‘다름’을 존중할 줄 알고 인간관계가 중요함을 깨닫고 주변인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야죠.”
 내 안에 어떤 ‘소망과 의미’가 있는지 깊이 들여다보고, 내 인생에 중요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사랑할 줄 아는 심경섭 교사는 보성중에서 덕업과 선행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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