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생활축구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
모처럼 하늘도 쾌청하고 바람도 시원한 6월 어느 일요일 오전, 서현 축구회를 취재하기 위해 성남 탄천구장을 찾았다. 성남시 여수동에 탄천 변 좁은 어귀에서 깊숙이 위치한 탄천구장은 찾기 쉽지 않는 위치였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뭔가 큰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듯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현수막을 보니 ‘제41회 성남시장기 생활체육 축구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모임 취재 겸 시의 큰 행사에 예상치 못한 역동성이 느껴졌다.
매일 아침마다 서현 중학교에서 운동해
도착했을 때 마침, 하늘색 줄무늬의 아르헨티나 국가대효 축구복과 같은 옷을 입은 서현 축구회 선수들이 경기 중이었다. 아재들의 친목도모 조기 축구회려니 생각했는데, 전문 스포츠인 못지않은 집중력과 열기에 잠시 놀랐다. 이날 8강 경기에서 서현 축구회는 아쉽게도 이매 축구회에 패배하고 말았다.
“서현 축구회는 1991년도에 40~50대가 주축이 되어 창단됐습니다. 현재 인원이 70명이 넘는 큰 모임이죠. 평일에도 매일 오전 6시에 서현 중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매주 일요일에는 3개 팀으로 나눠 점심내기 경기를 합니다. 해마다 6~7개 되는 성남시 대항전에도 출전하고 있죠.” 현재 서현 축구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영철씨의 설명이다.
15년 전통을 자랑하는 서현 축구회는 성남시 내에서 가장 권위 있고 우승도 여러 번 한 명문 강팀이다. 회원 중에 프로선수 출신도 있고, 감독은 서울시청 선수 출신으로 전력이 막강하다. 30대, 40대, 50대 연령별로 따로 코치도 배치돼 있다. 인원수가 많다보니 원활한 운영을 위해 회장, 부회장, 총무에 감사까지 임원단도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상벌위원회까지 있다. 친목을 도모하는 생활축구팀이지만 전문 축구단 못지않은 전통과 권위는 이런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비롯된 듯하다.
전직 축구선수도 함께하는 서현 축구회
“제가 14년째 서현 축구회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첫째 건강 단련에 너무 좋고, 서로 애경사를 챙기며 든든한 힘이 되어 주고 있죠. 지역 주민으로서 소속감과 정주의식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장점입니다”라고 김영철 회장이 덧붙였다.
분당 정자동에 거주하는 이승열(31)씨는 4달 전에 서현 축구회에 합류했다. 이씨는 성남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이며 한솔초등학교에서 5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분당 한솔초 축구부는 22년이나 된 명문 팀이죠. 저도 선수로 활동했고 제 졸업 동기들 중에 프로선수들도 많습니다. 현재 성남 FC 김태윤 선수도 한솔초 동기에요. 지인 소개로 서현 축구회에 합류하게 됐는데, 선후배 간에 서로 챙기고 끌어주는 분위기가 너무 좋네요. 저는 지금 모교인 한솔초교 축구부 코치로 있는데, 생활축구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며 지역의 생활축구 저변확대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현재 서현 축구회에서는 미금초, 한솔초, 풍생중 축구팀에 축구화, 축구공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ver.com
Mini Interview - 서현 축구회 정철 감독
생활축구의 선진화에 앞장서고자 합니다
정철 감독은 서울시청 소속 선수로 활동했고 2003년 분당으로 이사를 오면서 서현 축구회에 가입했다. 2010년부터 서현 축구회 30대 코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통합 감독을 맡고 있다.
“조기 축구회하면 아버님들이 공차고 끝나면 술이나 마시는 친목모임으로 생각하시죠? 물론 저희도 친목도모를 중요시 하지만, 전문 축구팀처럼 선진화된 생활체육회의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유럽의 경우 전문 선수클럽과 생활축구 클럽의 구분이 없는데, 서현 축구회는 10부 리그 정도의 생활축구 클럽인거죠.”
정 감독의 역할은 일반 축구팀과 다를 것이 없다. 시 대항 경기가 있을 때는 회원들의 실력, 체력, 형평성을 고려해 선수 선발을 하고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진다.
“저희 축구회 주력 멤버들이 직업이 따로 있으면서 축구를 취미로 하는 40~50대 분들이잖아요? 룰과 시스템은 체계적으로 운영하되 페어플레이 정신을 중요시해서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축구팀으로 발전, 유지시키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정 감독은 생활축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유스 클럽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희 40~50대는 알아서 운동 잘 해요. 성남시에 가입된 생활축구팀이 60개가 넘죠. 문제는 15세 전후 유스 클럽이 지역에 2~3개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유럽처럼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편하게 지역 유스 클럽에 가입해 축구를 즐겼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엘리트 교육에 치우쳐 일부 학생만 축구에 올인하죠. 이들의 선수생활은 정말 짧거든요. 지역사회의 생활축구가 10대부터 60대까지 클럽이 균일하게 잘 조성돼 있어야 진정한 축구 저변 확대가 실현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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