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음식이란 어떤 의미일까. 배고픔이 극심하던 과거에는 “식사하셨어요?”가 안부를 묻는 인사였고, 식사 때마다 밥을 챙겨먹는 일은 하루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지금도 경제적인 이유로 밥을 거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과거에 비해 그 수는 현저히 적다. 오히려 너무 과하게 먹은 탓에 병이 생기는 사람은 늘고 있다. 때문에 건강을 위해 ‘적게 먹자’는 운동 바람이 불기도 한다.
음식을 먹는 것은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행위이다. 끼니를 때우는 것에만 있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고 지키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 북한 요리 전문가 ‘장수각’ 안영자 대표는 건강한 요리법을 사용하는 북한 요리를 알리고 있다. 그의 요리에 담긴 마음을 들여다보자.
유혜정 리포터 zzibeyou@hanmail.net
북한 요리, 전통음식 고수한 요소 많다
‘장수각’ 안영자(49세, 풍동) 대표는 2014년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북한 전통음식 문화연구원’에서 요리교실 강좌를 맡았다. 북한 고급 요리 60여 가지와 북한 김치 30가지 정도를 강의했고 그 파급력은 예상외로 대단했다.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는 요리과정과 내실 있는 강의 내용,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에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신선함’이 도드라졌다. 그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요리를 전공하거나 제자를 가르치는 교수들이었다.
그는 북한에서 군부특설 요리사 과정 3년을 받았고, 18년간 군부에서 요리 경력을 쌓은 북한 요리의 베테랑이다. 그의 실력을 확인한 방송관계자들의 섭외로 2014년 요리 방송인 올리브 TV ‘한식대첩2’에서 북한 팀으로 출연하게 됐다. 그의 요리가 소개되면서 일반인들은 몇 가지 요리 정도만 알았던 북한 요리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됐다.
그는 “북한은 폐쇄적 사회이기 때문에 서양의 요리가 발전하기 어렵다. 때문에 북한의 요리 학교에서 배운 요리는 다른 나라 음식이 아닌, 우리나라 선조들의 지혜로운 한국 전통요리 방법”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북한 요리는 전통을 그대로 잇는 요리법이 많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지긋지긋’했던 요리사 생활
부모님의 뜻에 따라 시작한 요리사 생활은 그에게는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제 의견과 상관없이 요리학교에 가게 됐고, 꽃다운 나이에 시작해 요리만 18년 동안 했어요. 예쁜 옷도 못 입어보고 매일 군복만 입고 있었고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제일 하고 싶은 일이 예쁜 옷을 입는 것이었단다. 그런 이유로 남한에 오자마자 의상 관련 공부와 일을 하고, 6년간 옷 만드는 재미에 빠져있었다. 물론 그 ‘지긋지긋’한 요리사 경력도 숨기고 말이다.
그러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본 친구들이 “이건 보통 맛이 아니다”라며 궁금해 해서 요리공부 경력을 얘기했더니, ‘그 아까운 재능을 썩히지 말라’며 다리를 놓아 북한 전통음식 문화연구원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좋은 요리란 재료, 건강, 궁합 맞춰야
요리를 배우고 싶으면 어디서든 배울 수 있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에서 요리를 배우고, 직업으로 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또한 요리사가 되기 위한 공부도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해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요리의 기본과 이론, 실습을 제대로 배우게 됐다고 한다.
그는 “1년간 농사를 지으면서 재료들의 맛의 변화를 수시로 점검했고, 이론적인 교육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배웠다. 2학년 때는 실습을 통하여 능숙하게 음식을 해내는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혹독한 시간을 통해 배운 요리라서 그런지 요리에 대한 그의 자세도 남다르다.
좋은 요리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유전으로 생기는 질병은 5% 내외다. 90%는 ‘자신이 먹는 대로 질병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가 먹는 음식은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건강을 생각하는 요리가 좋은 요리라고 생각한다는 안 대표.
그는 “좋은 요리란 주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요리, 건강을 생각하는 요리, 재료간의 궁합, 요리간의 궁합을 고려한 요리”라고 설명했다.
건강을 살리는 음식으로 보급화 되길
건강을 살리는 좋은 요리를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에 음식점을 시작한 안영자 대표는 작년 10월 일산동구청 맞은편에 ‘장수각’이라는 간판을 걸고 문을 열었다. 방송에 나온 유명세를 타고 있는 요리사이기에 크고 화려한 음식점일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둬야 할 듯. 그가 화려한 음식을 내놓지 않은 것처럼, 매장 또한 수수하고 평범하다.
그러나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맛’이다. 비주얼이 제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맛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으니 말이다. 그의 음식에는 ‘깊음’이 있다. 조미료 맛에 익숙해진 우리 입맛임에도 그의 음식에서 잊혀진 ‘반가움’이 발견되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장사를 하게 되면, 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을 채용하는 것, 행정업무 등 요리 외에 신경을 써야할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매장을 차린 이유에 대해 묻자, “맛있게 싹싹 비운 그릇을 보면 행복해요. 아! 내 음식이 남한에서도 통하는 구나. ‘대한민국 사람들도 내 음식을 맛있게 먹는 구나’라고 생각하면 힘든 일들이 다 사라져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이 반짝인다. 건강을 살리는 그의 음식이 남한에도 잘 정착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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