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석의 세계지리 산책 : 룩소르

지역내일 2016-06-25

룩소르는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650km, 아스완에서 북쪽으로 40km 지점에 있다. 나일강의 상류 쪽이다. 카이로에서 비행기로 1시간, 버스로 8시간이 걸린다. 카이로에서 룩소르까지의 오는 길에 나일강을 벗어나면 내내 모래사막 아니면 암석사막이다. 암석은 석회암과 사암이다. 

세계 사막 중에서도 가장 건조한 사막으로 알려져 있다. 1년 내내 비 한 방울 오지 않는(연평균 강우량 1mm) 사막이다. 사하라사막 중에서도 사람이 사는 곳으로는 가장 건조한 지역이다. 이집트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다. 여름동안 6,7,8월은 섭씨 40도, 평균습도는 39.9%이고, 여름에는 최저 27%까지 내려간다. 일조시간은 연간 4천 시간이다. 4천 시간은 이론상 최고치에 가깝다. 밤과 낮의 기온의 차이가 평균 16도이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아스완이 있다. 인구는 38만명이다. 8번째 도시이다. 

지금은 궁벽한 농업생산과 관광산업으로 살아가는 작은 도시이다. 기원전 1300년에는 인구 8만명,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나일강 유역의 비옥한 토양을 바탕으로 농업생산이 풍부하여 많은 인구를 부양했다. 많은 인구를 기반으로 하여 강대한 파라오(왕)이 생겨났고, 엄청난 유적을 남겼다. 지금도 나일강이 범람하는 시기(2월)에는 오페트(Opet) 축제를 연다. 범람은 비옥한 토양을 만든다. 기반암은 석회암이나 사암이다. 건축자재이다. 목재를 할 만 한 키 큰 나무가 없다. 야자나무는 목재로 쓰지는 못한다.   
 
‘억!’ 소리 나는 룩소르의 유적
알렉산드리아를 보고 ‘아!’ 하고, 카이로의 피라미드를 보고 ‘아아!’ 한다. 그러나 룩소르의 유적을 보고는 ‘억!’ 한다. 기가 질려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단한 유적이다. 모두 석조물이고 기둥과 관에는 상형문자(Hieroglyphics)가 조각되어 있다. 규모도 거대하지만 아름답기도 하다. 19세기 말부터 룩소르 유적이 발굴되기 시작했다. 대단한 유적이다. 기원전 1300년의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상상이 안 되는 유물을 만난다. 어떻게 이렇게 어마어마한 석조건물을 균형있게 아름답게 조각해 낼 수 있었을까?

당시의 자연은 지금만큼 알려지지 않았다. 왜 태양이 뜨고 지는지,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하는지를 몰랐다. 태양은 두렵고도 고마운 존재이다. 신과 같다. 신은 무섭게 벌하고, 축복을 준다. 룩소르 지역만큼 태양의 위력이 강한 곳은 세계 어느 곳도 없다. 그러나 거기에 나일강이 있다. 기적을 만들어 냈다. 

람세스2세(BC 1279-1213)는 우리의 눈으로 보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했을까 생각하지만, 당시 그에게는 절실했을 터이다. 한 쌍의 오벨리스크를 룩소르사원 입구에 세웠다. 하나뿐이다. 오벨리스크가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 서있다. 높이 23m, 무게 250톤. 프랑스가 훔쳐갔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의 유물은 모두 이집트, 중국, 인도에서 훔쳐간 것이 절반이 넘는다. 카르나크(Karnak)의 석주는 대단하다. 높이 12m, 직경 3m의 석주가 16줄로 122개가 서있다. 석주 위 받침돌의 무게는 70톤이다. 룩소르 북쪽 2.5km에 있다. 나일강의 서안에 왕의 무덤, 여왕의 무덤, 귀족의 무덤을 만들었다.
 
19세에 죽은 파라오의 무덤
투탕카멘의 무덤 발굴은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투탕카멘은 기원전 1332년-1323년 9년간 재위를 한 18대 파라오이다. 나일강 서안, 왕의 계곡(무덤)에 있다. 서안의 왕의 무덤은 거의 모두가 도굴되었다. 투탕카멘의 무덤은 도굴의 흔적이 없이 온전한 채로 남아있었다.  영국인 고고학자 카터와 허버트(H. Carter & G. Herbert)가 1922년 발굴했다. 무덤번호 KV62번이다. 

3300년 전 미라가 온전한 채로 발견되었고, 그의 얼굴에는 ‘투탕카멘 사자의 황금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5800여점의 부장품이 발견되었다. 미라는 19세의 소년이었고, 미라에 남근까지 남아있는 온전한 상태였다. 미라에서 유전자를 채취하여 어머니와 아버지를 알아냈고, 한쪽 다리는 골절상을 입었고, 말라리아에 걸려 죽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집트인들은 현세의 인간은 유한하고 짧은 생애이지만 죽은 이후의 생애(afterlife)는 길고 영원하다고 믿었다. 영원한 삶을 위하여 집을 지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룩소르의 역사는 기원전 3천년에 시작하여 그리스의 알렉산더왕이 침략함으로써 문을 닫고, 그리스 로마 아랍으로 바톤을 넘긴다. 룩소르 문화유산은 현재 도처에서 숨쉬고 있다. 황금가면은 전 세계의 박물관을 순회 전시했다. ‘이집트 보물전’이 2016년 12월에 서울 국립박물관에서 개최된다. 룩소르 유적의 ‘억!’은 우연한 것이 아니다. 바위만 있고, 나무가 자라지 않는 나일강과 태양에 적응하며 영원히 살기위한 인간의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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