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된 조손세대의 정을 나누는 가교역할

청소년자치활동‧진로진학 지원, 청소년 상담 … 노래방‧체육관 개방

지역내일 2016-06-25 (수정 2016-06-28 오후 10:17:35)

어릴 적 할머니는 구수한 목소리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이야기꾼이었다. 깊은 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스르르 잠이 들었던 기억, 그래서 우리들에게 가장 따뜻하고 좋은 사람은 늘 ''할머니''였다. 하지만 핵가족이 되면서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각 노인 복지관과 실버 센터 등에서는 사회적으로 단절되기 쉬운 조손세대를 연결해주고 유아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을 주는 ‘이야기 할머니’ 양성 교육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net




(사진 왼쪽부터 원복자, 박숙자씨)

동화 구연 할머니 박숙희, 원복자씨
눈 반짝이며 집중하는 아이들 보면 행복해요~

동화 구연 할머니 박숙희(77), 원복자(68)씨는 매주 금요일 오전 후곡마을 ‘아이천국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찾아간다. 두 사람은 일산노인종합복지관 동화 구연 양성반 선후배간으로 박숙희씨는 2005년 동화 구연 1기 교육을 받은 10여 차 베테랑, 원복자씨는 4기생이다.
동화 구연 교육은 이야기뿐 아니라 손 유희나 율동 등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기본교육이 2년간 진행되고, 이수한 후에도 계속 동화 구연 동기생끼리 모여 스터디도 하고 또 새로운 이야기와 율동을 배우기 위한 보수교육도 자주 받는다.
“동화 구연이 단기간에 끝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한 기수에 15여 명 정도 교육을 받아도 끝까지 남는 사람은 10여 명 안팎이에요. 박숙희씨의 10년 차 경력에 비하면 저는 이제 3년차 햇병아리죠.” 원복자씨는 아이들을 상대하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땐 10여 년 경력의 박씨의 지혜가 빛을 발한다고 한다.
똑같이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동화구연을 할 때는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는 두 사람. “평생을 직장에서 바쁘게 일한 탓인지 퇴직 후 여유로운 시간이 오히려 우리에겐 낯설었다고 할까요. 쉬는 것도 좋지만 무언가 노년에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터 컸어요.” 교사로 재직한 이들에게 동화 구연 할머니는 아이들의 정서함양을 길러주는 교육을 담당한다는 의미도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야기라면 역시 할머니 아니겠어요? (웃음) 할머니 무릎 베고 누워 듣던 옛날이야기가 아이들의 심성을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었나요. 하지만 요즘 핵가족 시대다 보니 아이들이 할머니의 정을 잘 몰라요. 동화 구연 할머니는 이렇게 사회적으로 단절되기 쉬운 세대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지요.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아이들이 우리를 통해 할머니라는 존재, 따뜻한 정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박숙희씨의 말에 원복자씨도 “동화 구연이라고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손 유희, 율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어요. 신기하게도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에는 개구쟁이도 말썽쟁이도 얌전해지고 눈을 반짝이며 집중을 해요.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끼죠.”라고 거든다. 또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비속어나 은어 같은 것도 없고 스토리 속에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저절로 예의와 바르게 말하는 것을 배우게 되고 심성이 바르게 된다는 두 사람.
“아이들이 테이프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할머니가 바로 앞에서 육성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라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빠져들어요. 그래서인지 금요일마다 우리들을 기다린다니 행복한 일이지요. 이야기가 끝나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우리 품에 폭 안기는 아이들을 보면 동화 구연하기를 참 잘했다 보람이 커요.” 이들의 재능 나눔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인복자리 일자리센터를 통해 경로당을 찾아 문해 교육을 펼치기도 하고, 노년에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노인 케어 봉사도 열심이다. 그들이 쌓아온 전문 인력을 십분 발휘해 노후의 보람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 닮고 싶은 노년의 모습이다.




***전국 어르신 백일장 대회 및 문학작품 공모 수상자
일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지난 5월 25일 일산노인종합복지관과 호수공원 일대에서 전국 어르신을 대상으로 ‘제7회 전국 어르신 백일장대회 및 문학작품 공모행사’를 개최했다.
‘전국 어르신 백일장 대회 및 문학 작품 공모’는 기성문인이 아닌 전국 만 60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당일 ‘막내, 베란다, 자전거’의 세 가지 시제가 발표된 백일장대회와 문학작품 공모 두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특히 올해는 750 여 명의 어르신이 참가신청을 해 그간 갈고 다듬은 글 솜씨를 자랑했다. 열띤 경쟁 속에서 신경림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저명한 심사위원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수상자는 총 76명으로 영예의 대상 수상자는 백일장대회 운문분야 조창만, 산문분야 김희숙, 문학작품 공모부문 운문분야는 박정옥, 산문분야는 송연숙씨가 선정됐다.




백일장 운문 부문 대상, 고양시 산들마을 조창만씨



백일장 운문 부문 대상 수상자 조창만(72)씨는 학창시절 교내 백일장에서 늘 수상을 했던 문학 소년이었다. “당시 국어를 가르치던 스승이 후일 자네 이름이 문학계에서 이름을 날릴 날이 기대된다고 했었지요.(웃음) 하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은행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당시 영문학이나 국문학을 전공하려던 꿈을 접고 어른들이 취업이 잘된다고 밀었던 과를 선택했던 것이 아쉽다고 웃는다. 군대 제대 후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면서 글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문학에의 꿈을 퇴직 후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면서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는 조창만씨.
이번에 백일장 수상작은 ‘자전거’가 주제였다. 여행길에 만난 노부부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늦가을 황혼 길에 짐자전거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며 가는 모습을 애잔하고 애틋한 시어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노인들만 있는 모습이 오늘의 농촌 모습입니다. 그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황혼 길을 같이 걷던 노부부의 모습이 서글프게 아름다웠다고 할까요. 늦가을, 황혼, 노부부, 풀벌레, 콩 수확 등 모두 황혼녘의 인생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습작한 작품을 모아 여든이 되면 작은 작품집을 내고 싶다는 그는 요즘 독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난해한 시어보다는 박목월 김소월 등 서정시인의 맥을 이어 쉽고 정겨운 운문을 쓰고 싶다고 한다.




문학작품 공모 부문 산문 대상, 파주 해솔마을 송연숙씨



해솔도서관에서 만난 송연숙(76)씨는 마음속에 있는 것을 그냥 쓴 것뿐인데 대상이라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단다. “학교 다닐 때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긴 했어요. 제가 다듬고 이런 걸 잘 못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쓰는 편이죠. 정식으로 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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