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육수의 평양식, 양념과 면발의 황해식, 구수한 백령식과 칡냉면
냉면은 겨울철에 먹어야 별미라지만 더위가 찾아오면 냉면을 떠올리게 된다. 구수하고 질깃한 면뿐만 아니라 시원한 육수를 들이키는 그 맛은 어느새 더위까지 물리쳐준다. 부천에서 찾아가기 좋은 맛있는 냉면 전문점은 어디에 있을까. 면의 메밀 맛뿐만 아니라 육수 또한 제대로 내리는 냉면집들을 찾아보았다.
< 냉면의 원조 ‘평양식’
물어물어 찾아간 유명 냉면집. 식객들은 주문을 하기 전 주인에게 물어본다.
“이집은 비빔냉면이 맛있을까, 물냉면이 더 나을까요?”
돌아오는 주인의 답은 대부분 이렇다.
“물냉면을 먼저 드셔보세요. 그 집의 냉면 맛을 알려면 물냉면이죠.”
리포터가 72년째 냉면집을 열고 있는 경인면옥을 취재하면서 주인으로부터 들었던 대답도 같았다. 냉면을 오랫동안 제대로 만들어온 전문점들은 하나같이 물냉면의 비법을 간직하고 있다.
경인면옥 함원봉(74세)대표는 “물냉면을 추천하는 이유는 면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비빔냉면도 같은 면을 쓴다 해도, 양념 맛에 면발의 구수함과 탄성이 가려지게 되죠”라고 말했다.
물냉면의 대표 격인 냉면은 평양냉면이다. 평양냉면은 한 마디로 육수 맛이 진하지 않다. 일반 분식집 물냉면에 비해 일부에서는 밍밍하거나 순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방되던 전부터 3대 째 평양냉면집을 해오고 있는 인천 중구 동인천 경인면옥 함 대표는 “원래 북쪽 지방에서는 동치미나 꿩고기를 사용해 육수를 냈죠. 남쪽 특히 서울과 경기지방에서는 고기를 삶은 물을 선호해요. 우리 집에서는 설깃이라 불리는 소 뒷다리 살을 사용해요. 설깃은 기름이 적고 푹 고아내면 그 맛이 구수하고 담백할 뿐만 아니라 육 고기의 비린 맛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인면옥 외에도 평양식 물냉면을 잘 하는 인천 남구 제물포에 자리한 평양옥이다. 70년이 넘은 이집은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시절 즐겨 찾았다 해서 더 유명하다. 식객들이 꼽는 부천 물냉면은 역곡주민센터 인근에 자리한 삼복냉면집이다.
< 함흥식 비빔냉면은 고기와 먹어야 제격
더워지는 계절 시원한 냉면 한 그릇 어디가 좋을까. 부천에서 냉면이 맛있는 집은 고깃집과 연관성이 높다. 부천 지역에서 이름난 냉면집은 갈비집에서 고기를 먹고 식사로 냉면을 먹던 곳이 발달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비빔냉면의 원조는 물냉면처럼 역시 북쪽 지방에서 유래한다. 비빔냉면 앞에 ‘함흥’이란 단어가 붙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함흥식은 한마디로 진한 비빔장이 그 맛을 좌우한다.
여기에 면도 평양식 물냉면보다 더 질기고 탄력성이 높아 씹는 식감이 남다르다. 함흥식 냉면의 면은 밀가루에 메밀을 섞는 평양식과 좀 다르다. 함흥식 면은 질깃질깃한 면발을 위해 고구마전분을 더 섞고 숙성기간도 더 준다고 한다.
부천에서 함흥식 비빔냉면으로 유명한 곳은 대가, 손가면옥, 삼복냉면, 삼도갈비, 수주면옥 등이다. 이곳 면옥의 공통점은 역시 대부분 고기집이란 것. 물론 맛은 평균적으로 전문점 수준이란 것이 부천 식객들이 올린 후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냉면 대열에 나란히 막국수와 칡 냉면
냉면 대열에 오르는 면 중에 하나가 막국수이다. 막국수는 냉면처럼 같은 메밀을 사용하되, 면의 탄력이 냉면보다는 적은 것이 특징이다. 막국수가 경인지역에 퍼지기 시작한 유래 역시 냉면 역사와 유사하다.
40년이 넘도록 막국수 집을 열고 있는 부평막국수. 인천지하철 부평시장역 북부교육지원청 골목에 자리한 이곳은 인천지역의 대표 막국수 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인천에 막국수가 시작된 유래는 역시 한국전쟁과 인연이 깊다. 당시 북쪽 황해도 피난민들이 백령도로 이주하면서 서늘한 백령도 기후에 메밀을 재배했다.
지금도 백령도관광코스에는 메밀국수와 메밀로 만든 짠지떡이 나온다. 막국수는 냉면과 또 다르게 돼지 뼈와 사골을 함께 사용해 육수를 낸다. 물 막국수가 냉면 육수에 비해 부연 색을 띄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막국수 전문점으로 알려진 곳은 부평막국수 외에도 인천 주안동 변가네옹진냉면이다. 이곳 역시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이주해 차린 곳으로 타 막국수 집과 달리 직접 메밀을 제분해서 사용한다. 물론 메밀향이 짙은 막국수를 말아낸다.
이밖에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뒤편 백령막국수와 지난 2014년 부천 상동역 7번 출구 골목에 문을 연 백령메밀냉면집도 대부분 같은 맛으로 같은 고향사람들이 이주해 문을 연 곳으로 알려졌다.
막국수 외에도 칡 냉면으로 최근 뜨는 집도 있다. 부천 대장동과 논 하나를 둔 인천 계양구 동양동 조선옥. 이곳은 직접 개발한 칡 면을 사용한다. 특히 먹거리X파일에 방영되면서 조미료를 줄이고 원재료에 충실한 착한식당으로 알려졌다.
김정미 리포터 jacall3@hanmail.net
Tip 냉면집 더 찾아보기
* 신가면옥은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처음에는 고기 먹은 후 식사용으로 냉면을 시작했다. 맛은 개운하고 고운 면발을 자랑한다.
* 함경면옥은 갈비탕으로 유명한 집이지만, 비빔냉면 전문점이기도 하다. 냉면은 일반비빔과 회냉면 두 가지다. 특히 양념장이 톡 쏘며 매운 맛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 부천 막국수 집으로는 원종동 찬우물동치미막국수, 심곡동 봉평메밀막국수, 중1동의 강릉메밀막국수 등이다.
* 이밖에도 화평동세수대야 냉면거리는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 때문에 인기이다. 이곳은 경인전철 동인천역에서 5분 거리에 인천시 냉면특화거리로 조성된 곳이다. 세숫대야 크기 양푼에 냉면 양이 푸짐하다. 맛은 평양식 물냉면 쪽에 가깝다. 가자미젓갈로 버무린 열무김치가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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