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사)푸르네정원문화센터 이성현 대표

세상과 나누고 소통하는 정원사의 이야기 들어 보실래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과 주변인들의 성금 모아 ‘꿈꾸는 정원’ 지역사회에 선사

지역내일 2016-06-16 (수정 2016-08-10 오후 5:30:22)

그를 만난 것은 경기도 광주의 한 요양원에서 펼쳐지는 정원문화축제에서였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아이들이 장미정원 사이를 까르르거리며 풍선을 들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축제를 찾은 어른들은 풍경 좋은 그늘 밑에 몇 그룹씩 모여 장미의 역사에 대해 강연을 듣거나 장미 품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햇살 좋은 가판대에서는 가드닝에 도움이 되는 소품과 책자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축제에 참가한 이들의 표정이 밝아서였을까. 여기저기 활짝 만개한 장미꽃 때문이었을까. 이곳이 노인을 위한 조용한 요양원이란 인상을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정원과 뜻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디서든 축제를 열 수 있다는 (사)푸르네정원문화센터의 이성현 대표,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 다시 만나보았다.

푸르네


사람과 소통하고 놀이가 되는 정원을 꿈꾼다
대표라는 직함보다는 ‘정원사’라는 직업인으로 불리고 싶다는 그를 다시 만난 곳은 장미 화분이 가득한 분당동의 한 카페. 제천에서 박람회장의 중앙 조경물에 대한 회의를 마치고 올라오는 길이라고 했다. 정원 디자인 시공 등을 하고 있는 ‘푸르네디자인시공센터’와 문화 콘텐츠로서 정원 가꾸기를 알리고 지역사회에 정원을 기부하는 ‘꿈꾸는 정원’ 프로젝트를 시행중인 ‘(사)푸르네정원문화센터’, 이 두 회사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이성현 정원사는 그야말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원예치료학을 전공하고 치료정원으로 정원사업을 시작한 그였지만 최근에는 회사의 확장과 정원 문화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소통하는 정원을 꿈꾸고 추진하고 있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정원에 와서까지 무언가를 적어가지 말고 또 배우려 애쓰지 말고 그냥 느끼고 같이 온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정원은 그야말로 치유를 위한 공간이니까요. 진한 향수처럼 기억에 남는 그런 정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도 정원에서 즐거운 추억을 깊이 새기고 갈 수 있도록 정원 놀이문화 프로그램인 ‘꼬마 정원사’를 개발,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혼모 센터, 외국인 노동자 클리닉 센터 등에 정원 기부
공공시설이 아닌 개인이 정원을 가진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재력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대기업의 옥상정원이나 대형 병원의 실내정원 등도 결국은 이용자들의 치유와 힐링을 위한 것으로 공공시설 정원의 목적과 같다. 이렇게 정원의 순기능은 모두 인정하지만 제대로 된 정원을 모든 시설에서 소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에는 원예 강좌를 위한 실습 장소로 활용하자는 의미에서 기부정원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미혼모 센터에 정원을 완성해 드리는 과정에서 저도, 함께 작업을 했던 정원사와 학생들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이 작은 정원이, 다른 이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이성현 정원사는 2014년 첫 기부정원인 미혼모와 아기를 위한 정원을 완성하게 된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 후 매년 정원이 필요한 지역사회 시설에 ‘꿈꾸는 정원’이라는 이름의 정원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는 외국인 노동자 클리닉 센터에, 올해는 호스피스 병동의 정원에 ‘푸르네 꿈꾸는 정원’ 팻말이 달렸다. ‘푸르네 가든 볼런티어’라고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동봉사와 한택식물원의 식물 기부, 협력업체들의 도움도 받고 포털 사이트를 통한 모금활동 등을 통해 자금을 충당하기도 했다.


정원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꿈꾸는 정원’이라고 브랜드로 만든 것은 매년 이 프로젝트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입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정원을 통한 치유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식물이 좋아서 함께 하고 있는 ‘가든 볼런티어’ 여러분들의 도움 때문입니다.”
이성현 정원사는 매년 제한된 인원만을 ‘가든 볼런티어’로 뽑아 원예 상식과 기술 등을 전수하며 1년 단위로 자원봉사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가 작아야 가족 같은 분위기가 가능하더라고요. 처음 봉사 팀을 운영하고자 했던 초심을 지키기 위해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연과 공동체, 사람과 소통, 놀이와 문화 그 모든 연결고리로 정원이 자리 잡는 그날까지 정원 사업을 계속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그, “정원을 일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정원문화 알리기에 계속 힘쓰겠다”는 이성현 정원사의 표정이 여유롭다.


문의 (사)푸르네정원문화센터 031-336-0050


전영주 리포터 jenny422y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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