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이 내뿜는 신선하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숲 속 길을 걷거나 머무르는 산림욕은 지친 심신에 건강과 여유를 선물하는 좋은 활동이다. 특히 요즘처럼 미세먼지와 공해로 스트레스가 커질 때는 인체에 유익한 피톤치드를 접할 수 있는 산림욕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거기다 숲의 오르막 내리막길을 일정시간 걷다 보면 심폐기능과 체력도 향상될 수 있다.
안양지역에도 산림욕을 즐기기 좋은 산림욕장이 다수 존재한다. 이중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우리지역 5대 산림욕장으로 꼽히는 곳들을 차례로 소개해 본다.
백인숙, 배경미, 주윤미, 김경미,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관악산 산림욕장
빛·열매·야생화·허브·물의 정원, 자연학습장이 있는 ‘관악산 산림욕장’
‘관악’이라는 이름은 산의 모양이 마치 ‘삿갓’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봉우리가 많고 계곡이 깊어 언제 찾아도 산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산으로 꼽힌다. 다양한 코스가 있지만 그 중 관양고등학교에서 시작하는 산림욕장 코스는 아직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등반 코스로 인기가 좋다. 오르는 동안 꽃농원과 포도농장, 허브 농장이 있어 사계절 볼거리가 풍성하고 요즘 같은 초여름에는 상추며 쑥갓, 오이 등 밭 채소를 직접 농사지어 파는 곳들도 만날 수 있어 삼림욕장에 다녀온 날이면 바로 수확한 싱싱한 채소를 밥상에 올릴 수도 있다.
산림욕장까지는 어른 걸음으로 20분, 아이와 함께 느긋하게 걸어도 30분이면 도착한다. 관악산은 바위가 많은 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산림욕장까지는 길이 좋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산림욕장에 위치한 청심약수터는 장마철을 제외하고 대부분 수질 검사를 통과해 늘 주민들이 줄을 서서 물을 받는 약수터다. 약수터 옆으로 배드민턴장이 있고 긴 그네도 마련돼 있다. 주말이면 경쟁이 치열해 눈치를 잘 보아야 그네를 타 볼 수 있다. 교정의 그네와는 다른 길다란 그네줄이 어른도 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해 주는 돌탑 옆에 최근 낯선 물건이 하나 생겼다. ‘즐거운 산행은 당신의 뱃살 탈출구’라는 문구가 재밌는 이 물건은 뱃살을 측정할 수 있는 기구. 10대부터 50대, 답 없음까지 내 뱃살의 연령대를 측정해 보아도 좋겠다. 돌탑을 경계로 살짝 오름길을 오르면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하는 공간, 자연학습장. 빛·열매·야생화·허브·물의 정원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
바람도 쉬어가는 힐링 명소, ‘병목안 산림욕장’
일을 하다 머리가 복잡해지거나 심사가 사나울 때면 마음을 내려놓고 걷는 길이 있다. 바로 수리산 병목안 산림욕장 길이다. 안양9동 병목안시민공원을 출발해 안양8동 상록마을에 이르는 제1산림욕장과 석탑에서 제2만남의 광장(공군부대 입구)에 이르는 제2산림욕장 그리고 제2만남의 광장에서 수암봉으로 이어지는 제3산림욕장은 평탄한 길과 오르막길, 내리막길 등 다양한 등산코스가 조성되어 있어 인기가 많다.
해발 489m의 수리산은 정상에서는 안양시 전경이 한눈에 보이고 주변에는 관악산, 수암봉, 군자봉 등이 있어 전망 또한 좋다. 산이 낮고 험하지 않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여성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산림욕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힐링 명소이다.
산림욕장으로 가는 제1, 2, 3전망대는 장소별로 각기 조망이 달라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특히 1, 2전망대의 목재 전망 테크에서는 산행의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쉬어가는 장소로 시원한 그늘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또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설치된 발 지압장과 연장 25m의 출렁다리를 비롯해 임간교실은 아이들의 교육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산림욕장으로 오르는 길 가운데 병목안을 상징하는 석탑은 안양8경 중 7경에 선정되어 수리산을 상징하는 징표의 역할을 하고 있다. 5만5700여 개의 병목안 자연석을 모아 축소한 것으로 높이가 무려 7m에 이르고 돌의 무게를 합치면 84톤이 나간다고 한다. 백영약수터 오르막길에도 돌무더기 곳곳마다 정성을 쌓아 올린 돌탑들이 무수히 쌓여 있다.
연초록빛 힐링, ‘삼성산 산림욕장’
안양에서 등산하기 좋은 산을 꼽는다면 삼성산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삼성산은 관악산과 연계해서 등산하기에도 좋은 산이다. 등산객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되는 코스는 예술 공원 주차장 인근의 마애종 옆 작은 샛길에서 시작되는 산행이다.
산행을 즐긴다면 1전망대나 2전망대를 거쳐 삼막사까지 쭉 등산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좋겠다. 여성 등산객이나 가족을 동반한 산행이라면 1전망대까지만 올라가거나 아니면 중간에 금방 만나게 되는 쉼터까지만 올라가도 의미 있다. 무엇보다 30여 분만 걸어 올라도 마치 정상에 오른 듯한 풍경을 만날 수 있어 등산이 지루하지 않다.
비가 온 다음이라면 계곡에도 잊지 말고 들려보자. ‘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반갑다. 계곡 옆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의 소리가 조용한 숲에 메아리처럼 울린다. 온통 초록빛의 숲길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걷는 중년 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사이좋게 손잡아주며 조심조심 걷는 모습이 신록처럼 빛난다.
등산이 여의치 않다면 삼성산에 있는 안양사까지만 올라가도 좋다. 커다란 불상이 인상적인 안양사는 규모가 제법 큰 절이다. 조용한 경내 대웅전의 웅장한 모습이 눈을 사로잡는다. 경기도 유형 문화재인 안양사 귀부와 스님이 열반 후 사리나 유골을 모시는 부도도 잘 보존되어 있다.
산림욕도 하고 책도 읽고, ‘수리산 산림욕장’
군포시 산본동에 위치한 수리산 산림욕장. 수리산 입구에 산림욕장이 마련돼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방문할 수 있다. 고개를 뒤로 젖혀야만 나무 끝이 보일 정도로 높고 곧게 자란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산림욕 삼매경에 빠지기도 좋다. 항상 시야에는 사람들이 존재할 정도로 찾는 이들이 많지만 나만을 위한 충분한 공간감을 확보할 수 있는 여유로운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휴식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은 수리산 산림욕장의 장점이다. 편히 쉴 수 있는 의자와 정자, 피크닉테이블은 기본이다. 산림욕장 가장자리에는 좀 더 특별한 의자도 있다. 해변에서나 볼 수 있는 비치베드 형태의 목재의자이다. 산림욕장에 누워 잠시 낮잠을 즐기는 꿈같은 상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다양한 나무와 식물이 서식해 아이들이 생태체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각종 운동기구, 지압길, 약수터, 시가 있는 숲길 등이 조성되어 있고, 주변에 용진사, 성불사, 상연사 등 아담한 사찰도 많아 나들이를 겸해 활동적인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그러나 수리산 산림욕장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책 읽기 좋은 장소’라는 점이다. 우선 산림욕장 내에 ‘은판나비 북카페’라는 정자형태의 북카페가 존재한다. 크기는 작지만 항상 책이 구비돼 있어서 아무런 준비 없이 방문해도 산림욕과 함께 독서가 가능하다. 또한 군포 중앙도서관이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므로 원하는 책을 빌린 후 발걸음을 피톤치드 가득한 산림욕장으로 옮겨 책읽기의 여유를 느껴볼 수도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오르기 쉬운 ‘모락산 산림욕장’
의왕시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모락산 산림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의왕시 내손동과 포일동, 오전동에 걸쳐있는 모락산은 산세가 아름답기로 유명하고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특히 모락산을 오르는 다양한 코스는 오르는 이의 상태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 등산 마니아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
이 중 내손동 포일성당 옆 모락산 약수터 길로 올라 계원예대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산림욕과 함께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아이와 함께 한 가족이 걷기 좋은 코스다. 오르막이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 아이들은 물론 여성이나 노인들도 큰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입구부터 조용한 산림욕장은 수많은 밤나무와 도토리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열매가 열리는 가을이 되면 밤과 도토리를 채집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 되곤 한다. 거기다 평소에 보지 못한 다양한 곤충과 식물들도 만날 수 있어 아이들과 자연 공부하며 걷기도 좋다.
약 200미터 정도만 오르면 제1호봉 전망대를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이 1차로 쉬어가는 장소. 잠시 쉬었다가 100여 미터를 더 가다 보며 제2호봉 전망대 사이에 있는 모락산 터널을 만날 수 있다. 터널 위에는 팔각정과 쉼터가 마련돼 있어 잠시 쉬면서 주변 경치를 감상하기에 그만. 2호봉 전망대를 거쳐 계원예대 쪽으로 내려오면 특색 있는 갈미한글공원은 물론 주린 배를 채워줄 맛 집들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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