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장인을 찾아서 - 커피해피 양철안 대표
1만 시간 이상 스페셜티 커피를 로스팅한 커피의 장인
커피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줄 따뜻한 드립커피 한 잔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들어보았는지. 어떤 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말하는 노력과 끈기의 상징인 ‘1만 시간’. 김연아 선수나 스티브 잡스의 성공 비결을 이야기하면서 언급하곤 하는 매일 5~8시간의 연습시간으로 쌓인 1만 시간 이상의 노력은 일반인들에게 경외의 대상이다.
여기 커피콩을 볶는 과정인 로스팅을 1만 시간 이상 해온 로스터가 있다. 장사를 하기 위해서 해온 로스팅이 아니라 스페셜티 커피라는 최우수 품질 원두의 제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한 숙련의 과정으로 쌓인 1만 시간 이상의 로스팅 시간은 그를 스페셜티 커피 로스팅 장인으로 거듭나게 했다. 지금도 매일 오후 5시간 이상 로스팅에 전념하는 분당동 성 요한 성당 근처 유럽풍 카페 ‘커피해피’의 대표 양철안 로스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 잔의 커피, 그를 진정한 로스터로 만들다
분당에서 커피 패밀리로 유명한 양씨 집안의 셋째, 양철안 대표.
봄 햇살이 따스한 어느 날, ‘커피해피’의 아늑한 창가 테이블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국내 세 번째 커피 감정사, 월드 슈퍼 바리스타 챔피언십 심사위원 등 화려한 그의 이력을 먼저 접한 리포터는 중후한 무게감을 풍기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부드러운 인상과 목소리, 카페 앞 계단에 심어놓은 장미 화분 이야기로 말문을 여는 그에게서 풍부하고 여린 감성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다 마친 뒤 아마도 그런 그이기에 스페셜티 커피 로스팅이 업이 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양 대표는 로스터이기 전에 미식가였다. 지금까지 소주 한 잔을 마신 적이 없다. 이유는 맛이 없기 때문이다. 파스타 한 그릇을 먹더라도 멀리 맛집을 찾아다니는 그의 예민한 미각에 처음 접한 커피는 맛없는 음료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시게 된 ‘온두라스 컵 오브 엑셀런스’ 한 잔이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그의 관심에 불을 당겼다.
“아, 이런 커피도 있구나. 이런 커피라면 나도 마실 수 있겠단 생각에 그때부터 스페셜티 커피 원두를 수입하기 시작했지요.”
이제까지 알던 커피와 다른 신세계, 스페셜티 커피
스페셜티 커피는 단일 농장에서 단일 품종을 철저한 관리로 생산해 완숙 체리만 수확한 커피 중의 커피로 세계 거래량의 5~7% 정도를 차지한다. 양 대표는 이런 스페셜티 커피를 2007년부터 수입하기 시작해 2008년부터 분당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면서 30개 산지 이상의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전국 유일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 카페로 ‘커피해피’를 탈바꿈시켰다. 커피의 등급은 국내 소비 커피<커머셜 커피<프리미엄 커피<스페셜티 커피<컵 오브 엑셀런스로 나뉘는데 그가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커머셜부터 시작해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와 컵 오브 엑셀런스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로스팅이 특히 중요합니다. 원료가 비싸기도 하지만 산지의 특성과 원두의 풍미를 살려내기 위해 산미를 컨트롤하는 것이 관건이지요. 제가 로스팅한 커피는 쓴맛을 절제해 맛이 깔끔하면서 향기롭고 질감이 화사합니다. 흔히들 맛있는 커피는 식어도 맛있다고 하는데 아마 식어도 잔향이 단맛과 함께 남아있을 겁니다”라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마침 테이블에 놓여진 ‘나인티플러스 게이샤 파나마 리첼로’ 한 잔. 긴 커피 이름만큼이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커핑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생초보인 리포터가 마셔도 한 모금에 차이가 느껴졌다. 커피감정사들이 커피 맛을 보는 것을 커핑이라고 하는데 와인 소믈리에의 그것과 흡사한 과정이다. 마치 과일주스와 커피를 섞어 놓은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산미와 과일향이 풍부하게 느껴지고 커피를 넘기고 나서의 뒷맛에 텁텁함이 전혀 없이 깔끔하고 산뜻하다.
외유내강의 정신력이 변함없는 커피 맛의 비결
리포터의 소감을 듣고 처음치곤 정확하게 짚어낸다며 놀라워하는 양 대표, 그리고 그 느낌이 좋다고 하니 표정이 밝아진다.
“처음 맛을 보는 소비자는 호불호가 갈리곤 합니다. 프랜차이즈의 진하고 쓴 커피를 매일 마시다가 스페셜티 커피를 마셔본 어떤 분들은 의외의 반응을 보이곤 하지요. 풍부한 바디감을 잡기위해 원두를 기름기가 돌도록 까맣게 볶아 압출시킨 커피에 익숙한 분들은 고유 향을 살리기 위해 약하게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가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빠지면 다른 커피는 마시기가 힘듭니다.”
실제 방금 내린 원두를 보여주는데 색깔이 메주콩과 같이 연하고 향이 구수하면서도 과일향이 풍성했다.
“매일 오후 로스팅을 하는데 그날의 기후와 습도에 따라서 커피 맛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로스팅은 기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 드는 생각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로스팅인 것 같습니다. 변함없는 저만의 밝고 화사한 커피 향과 맛을 유지하기 위해 끈기를 가지고 매일 로스팅하는 것이지요.”
문의: 031-703-6880
전영주 리포터 jenny422y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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