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모르면 치유는 불가능합니다.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대부분의 아이들과 학부모님들, 심지어 일부 수학 선생님들의 수학에 대한 ‘오판’ 사례를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또한 저의 개인적 주관이 개입된 글임을 말씀드리며,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하는 마음에 시간을 쪼개서 서툴고 거친 글이지만 몇 마디 올립니다.
1. 첫 번째 오판 : 수학은 암기과목이다.
몇 해 전에 ‘공부의 신’ 이라는 드라마가 유행했는데, 거기 나온 수학선생은 이런 말을 합니다.
“수학은 탁구와 같다. 일일이 생각하며 반응하는 게 아니라 몸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수학도 공식과 문제를 최대한 많이 외워서 어떤 문제가 나와도 무조건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야한다.”
나는 이 견해를 ‘탁구론’이라 부르겠습니다. 의외로 탁구론을 지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실, 탁구론은 엉터리 주장만은 아닙니다. 학교내신문제만 하더라도 50분 동안 25문제 정도를 출제하는 것은(수능은 100분에 30문제입니다) 학생들에게 생각을 하지 말고 문제유형을 달달 외우라는 요구하는 것 밖에는 안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시간 공격적’ 내신시험이 학생들의 사고력을 가로막고, 더 나아가서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탁구론’은 어느 선까지 유효할까요? 제 생각엔, 수능 30문제 중 25문제 정도는 기본서와 참고서를 착실히 공부하기만하면 기억력과 성실성에 의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별력을 갖는 마지막 몇 문제는 누구에게나 ‘낯선’ 문제이고 ‘체감 난이도’가 높은 문제들입니다.
명문대를 지향하는 학생이라면 신유형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며, 그것은 창의적인 공부습관에서 비로소 가능합니다. 물론 창의성이란 것도 ‘백지’위에서는 발휘될 수 없습니다. 창의성이란 결국 ‘확장적 사고’이기 때문에 기존지식에서 낯선 문제로 ‘점프’하려고하는 ‘능동적 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탁구론은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만 좋은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가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2. 두 번째 오판 : 수학머리는 타고나는 것이다.
저는 이 견해를 ‘선천론’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선천론’은 ‘탁구론’보다 그 폐해가 더 심각합니다. 왜냐하면 후자는 수학을 잘 하는데 방해가 되지만, 전자는 수학공부 그 자체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그 아이들이 사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두뇌는 ‘근육’과 같다는 말을 반복합니다. 보디빌더도 운동을 쉬면 뱃살이 나오듯이, 아무리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어도 트레이닝하지 않으면 퇴화됩니다. 반대로 부실한 몸으로 태어난 사람도 꾸준히 운동하면 ‘근육질’이 됩니다.
‘선천론’은 진화심리학자, 교육학자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중일만큼 부정하기도 어렵고 긍정하기도 어려운 견해입니다. 하지만, 저는 ‘선천론’보다는 ‘근육론’을 지지합니다.
3. 세 번째 오판 :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가 좋은 강의다.
저는 두뇌가 ‘안락’한 공부는 학생들의 사고력발달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움직이는 것을 귀찮고 힘들어하듯이,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을 잘 하고 싶어 하면서도 머리 쓰는 것을 힘들고 귀찮아합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부지불식간에 ‘겉핥기식’ 공부에 전념하면서 자신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듭니다.
전국의 거의 모든 학생들이 소위 ‘일타’ 강사의 인터넷강의를 수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학생들의 수학점수는 상향평준화되지 않는 걸까요? 그 방대한 ‘커리’를 전부 소화하고도 이미 보았던 문제를 또 틀릴까요?
인터넷강의는 교육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지역적 차별을 완화시켰다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강의는 일방적 강의이기 때문에 그 한계도 명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인강 강사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은 강사들로 하여금 ‘완성도’보다는 ‘흥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4. 선생의 역할
강의의 목적이 ‘지식의 체계적 전달’ 이라면 더 이상 ‘현강’ 은 무의미할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근육도 저항감을 극복하면서 강해집니다. 그래서 귀에는 달콤하지만 , 두뇌에 저항감이 없는 강의는 지식전달측면에서 의미는 있지만 학생들의 사고력 발전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은 아이들의 두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건강해지려면 먼저 영양을 섭취하고 꾸준히 운동해야 합니다. 선생은 시중 참고서에 없는 ‘퀄리티 높은 문제’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영양을 공급하고), 학생들의 사고력을 지속적으로 자극(꾸준히 운동하도록)시켜야 합니다. 쇠는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것처럼 두뇌도 자극을 주면 줄수록 ‘뉴런’들의 ‘연결고리’가 강화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좋은 강의는, 아이러니하게도 두뇌를 ‘불편’하게 하는 강의, 학생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강의입니다.
문의 042-477-0904
궁극의 사고 이남기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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