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하게 바뀐 우리 동네 지하보도

버려진 공간에 ‘문화’ 입혀 사람 모으다

지역내일 2016-03-31

우범 지역 딱지가 붙어 도시의 애물단지 취급받는 지하보도가 디자인을 입힌 문화 쉼터로 바뀌고 있다. 민원이 끊이지 않던 천호지하보도가 산뜻하게 바뀌었고 송파대로 지하보도는 예술창작소로 자리 잡았다. 

지하


우범 지역에서 문화 쉼터로 변신 ‘천호지하보도’
 천호역 현대백화점 부근의 로데오거리와 길 건너편 성내동 주꾸미 골목을 잇는 천호지하보도가 지난 1월 말 새단장을 마치고 ‘오르樂내리락’이란 새 이름표를 달았다.
 길이 36.7m 지하도 벽면은 강풀만화거리 등 강동을 상징하는 벽화로 꾸몄다. 한쪽 벽면에는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 강동구의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코너도 마련했다.
 행인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알록달록 화사하게 채색된 의자도 놓여있다. 노란색으로 산뜻하게 색칠한 피아노는 누구나 언제든지 마음껏 칠 수 있는 ‘공공 악기’다. 지하보도 벽면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오픈 갤러리로 꾸몄고 별도의 공간에 아담한 전시장까지 마련했다.
 이곳을 리모델링하기까지 사연이 많다. 천호사거리에 지하차도가 생기고 보행자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를 없애고 지하보도가 만들어졌다. 횡단보도가 사라진 뒤 성내동 주꾸미 골목 상권과 천호로데오 거리 일대가 단절되면서 지역 상인들에게 원성을 샀다. 
 게다가 지하보도가 노후되면서 슬럼화 됐다. 지하라 어두컴컴하고 악취가 나는데다 얌체족들이 무단 투기한 쓰레기도 문제였다. 종종 범죄가 발생하고 노숙자들이 몰려들면서 우범 지역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강동구는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으로 확보한 2억 원으로 천호지하보도 새단장에 나섰다. 총 6차례에 걸친 주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인근 상인, 지하보도 이용자 113명에게 개선 의견을 물었다. “성내동 주꾸미골목, 강풀만화거리 등 인근 지역 명소를 안내하는 방향 표시가 필요하며 지하보도 조명을 밝게 교체해달라는 등 다양한 건의사항이 모아졌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했습니다”라고 강동구 이정미 주무관이 설명한다.
 천호지하차도의 디자인은 산뜻하게 바뀌었지만 당초 계획했던 문화 공간으로서의 쓰임새는 아직까지 미비한 상태. 이 때문에 강동구는 주민, 동호회 회원, 아마추어 작가 등 누구나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 단체들과 협의중이다. “상일미디어고 학생들의 만화작품을 전시하고 지역 내 예술 동아리와 연계한 버스킹 공연도 기획중입니다. 이곳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픈된 문화 공간입니다”라고 강동구 도시디자인과 김민우 주무관이 소개한다.
·문의 : 02-3425-6132


지역 예술가들의 허브 공간 ‘마을예술창작소’
 송파대로 석촌역, 송파역 사이에 방치됐던 지하보도 공간이 마을예술창작소 ‘송파마술소’로 3년째 운영중이다.
 기다란 지하보도는 갤러리 형태로 바뀌었고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쉼터, 강의실이 마련돼 있다. 이 공간에서 지역 아티스트들이 주축이 된 문화예술강좌가 열리고 있다. 가죽공예, 재봉, 수채화, 캘리그래피, 민화 강좌가 상시 열리며 목공 동아리도 꾸준히 활동중이다.
 4월부터는 매주 토요일마다 청소년 창의 목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중고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수업료, 재료비가 전액 무료다. 목공작업에 필요한 기본 공구도 갖추고 있다. 인근 중고생들이 하교 후 음료수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청소년 카페도 4월 중 오픈할 예정이다. 사무실, 회의 장소 필요한 지역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지원하기도 한다.
 “지하보도를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것은 유휴 공간 활용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부를 산뜻하게 바꾸기는 했지만 지하라는 한계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접근성은 떨어집니다. 반면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지역 예술가들이 뜻이 통하는 주민들과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장점입니다”라고 송파구 문화체육과 하현주 주무관이 설명한다.
 이 외 송파구청, 잠실 5단지 부근 지하보도 두 곳은 현재 지역 내 사회적기업, 직능단체들의 사무 공간으로 사용중이다.
·문의 : 송파마술소 02-412-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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