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것이 언제나 진실일까? 부정과 부패는 없는 게 낫지 않을까? 불행과 고통도 없는 게 좋다. 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더구나 있다고 다 진실하지는 않다. 이렇게 진실이 아닌, 꼬여 있거나 비틀린 현실을 비판할 때 우리는 꿈을 꾼다.
개그의 B급 웃음도 이런 친숙함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햇님, 달님> 에피소드의 경우, 원작에서 호랑이는 아이들을 잡아먹으려는 악당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해석에 의하면 호랑이가 떡장수 아주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 사랑과 정의에 눈을 떠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여 아이들을 구한다.
이런 점에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신선하다 못해 ‘낯선’ 개그였다. 진부한 내용이 갑자기 생소해지면서 관객에게 신선한 느낌과 웃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브레히트에 따르면 ‘낯설게 하기’를 통해 일상생활의 매너리즘적인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학생들이 시험도 없고 체벌도 없는 교실에 관한 꿈을 꾸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다. 도리어 이 꿈은 성적을 강요하고 체벌을 행하는 교실에 대한 비판이다. 인간의 꿈은 현실을 넘어서는 진실이다.
예술에서 현실을 초월하는 것을 ‘초현실’이라고 부른다. 초현실을 그린다고 전혀 현실 감각이 무딘 사람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가인 달리는 이 <만종>이라는 그림을 보고 평화로움이 아니라 불안감을 느껴 여기에 대해 논문까지 썼다. 이 그림의 엑스레이사진을 찍어봤더니 감자 바구니는 원래 죽은 아기의 관이었다. 그러면 이 그림은 종교적이고 평화로운 농촌이 아니라 그 당시 끔찍했던 농촌의 현실을 비판한 그림이 된다. 도리어 현대의 과학이 달리의 상상력을 입증해 주었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그림이 난해한 것은 앞서 말한 친숙한 것과의 결별에 있다. 마찬가지로 코미디언들의 웃음 코드 중의 하나가 바로 친숙한 것의 결별에 있다. 개그 코너들의 B급 웃음도 못지않게 삶의 표면을 비판하는 기관이다. 이처럼 비판적 사고 및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데 예술 못지않게 개그도 활용될 수 있다. 그런 의도에서 논술개그 공연을 하는 송진완 대표와 함께 쓴 책이 ‘열 여덟을 위한 논리개그캠프’이다.
김성우 연구소장
올인고전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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