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이 커가고 시간의 여유가 많아지면서 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지인들과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 일일 것이다. 물론 스트레스 해소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며 각종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것도 서너 번, 매번 비슷한 이야기에서 결국 연예인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 이 시간에 대해 염증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들 모임을 주목해 보자.
분당, 수지 광교의 주부들이 사진에 대한 공부를 하고, 열심히 촬영을 하며 친목과 힐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나들이’가 바로 그 모임이다.
사진 통해 자신에게 말 거는 즐거운 작업
‘나들이’라는 이름은 ‘나에게 들려주는 사진 이야기’라는 이름의 약어이다. 이 모임의 멤버들은 그동안 남편과 자녀만을 위해 살았던 주부들로 사진을 통해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즐거운 행보를 하고 있다.
현재 나들이의 멤버는 다섯 명이다. 최유리(44·수원 광교), 김의신(45·용인 수지), 서지연(45·용인 수지), 주소희(45·성남 분당), 이현정(44·성남 분당)씨 등 이렇게 다섯 멤버는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동호회를 통해서 알게 된 사이라고 한다. 이중 최유리씨는 이 모임의 주축이다. 워낙 사진을 좋아했고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마음에 동호회에 들게 되었다. 이곳에서 김의신씨와 만나게 되면서 ‘가까운 지역에 사는 지인들과 출사를 다니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이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꾸준히 전시회도 다니고, 촬영하면서 감각을 익혔다. 테크닉적인 부분도 전문가에게 배우고 스스로 공부도 해 지금은 신상 가방이나, 예쁜 구두 욕심보다는 렌즈를 더 사고 싶어질 정도로 그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이들은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을 ‘시간의 저장’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나들이’의 전신인 친구들의 모임에서 순간순간 소중하고 즐거운 우리들의 이야기를 저장하고 싶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물리적인 외형의 변화로 인해 사진 찍히는 게 부담스러워 피하게 되죠. 하지만 저희는 사진에 나타난 세월의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함께 또는 서로를 찍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추억을 함께 저장하는 것이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최씨는 “특히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아름다움과 숨어있던 감성들 즉, 기쁨, 슬픔, 아픔, 감동 등을 표현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라고 말한다.
출사를 나가도 각자의 시간 갖고 주변과 동화
이들은 ‘카페 수다’ 보다는 함께 걷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곧잘 출사도 나가게 되는데 각자 개인의 시간을 가지면서 피사체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고 한다. 주소희씨는 “카메라를 들고 각자가 발견한 꽃, 나무, 동물, 어떤 것이든 자연의 대상들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심지어 대화까지 해요. 그러다보니 주변의 모든 것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더라구요”라고 마치 철학자처럼 말한다.  
최씨는 출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지난 1월에 다녀온 철원 노동당사에 별 점상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를 꼽았다. “그곳에 홀로 세워진 노동당사는 전쟁 당시 총포를 맞은 그대로 있더라고요. 1월의 새벽이니 춥고 졸리고 어둡던 극한의 상황임에도 그곳에서 쓰러져갔던 많은 희생자들이 생각나서 무척 숙연했습니다.”
‘나들이’ 회원들은 “사진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느껴진다”고 한다. 기초를 익히고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어떤 때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칠 때도 많다는 것. 공부도 하면 할수록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그래도 알아가는 즐거움과 성취감은 또 다른 힐링이란다.
이들은 현재는 각자의 사진을 공유하며 같은 피사체를 찍은 서로의 다른 시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사진 봉사를 통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사진집 만들기, 타인의 사진 찍어주기, 여행하기라는 세 가지 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다.
“전시회를 하거나 대외적인 활동을 하기에는 아직 실력을 더 쌓아야 하구요. 일단 올 연말에는 멤버들의 사진으로 만든 사진집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메모리카드나 컴퓨터에만 저장하기보다는 작품집으로 만들면 조금 더 정성이 들어가겠죠.”
개인적으로 김의신씨는 포토에세이집을, 이현정씨는 여행에세이집을 만들겠다는 꿈도 있다.
“가끔은 사진을 찍어서 부모님께, 친구에게 전해주면 다들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라는 김의신씨는 사진을 보내줬더니 “좋아 죽을 것 같다”는 표현을 해주어서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좋아 죽을 만큼의 기쁨을 주었구나”하고 더 크게 감동한 적도 있다.
사진은 나에게 친구, 사랑의 대상, 삶의 활력소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사진은 나에게 000이다”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들은 친구, 삶의 활력소, 사랑의 대상이라는 답변을 주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사진을 찍으면 외롭지 않고 사진은 언제나 찍을 수 있고, 사진은 피사체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찍어야 하며 집안일과 아이들을 키우느라 지친 심신을 사진을 찍고 서로 공유하면서 활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모습에서 사진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 유명 사진작가 앙리까르띠에 브레송은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노력했는데,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한다. 사진을 통해 자신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나들이’ 회원들, 사진 밖 삶도 사진 속 피사체 못지않게 늘 결정적 순간일 것 같다.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