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늦게 납셨다. 그동안 따뜻한 날씨로 싱겁게 겨울이 지나가나 했더니 뒤늦게 매서운 칼바람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추운 날씨에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이나 국수요리가 당기기 마련이다. 특히 서울에서 타향살이중이라면 엄마의 손맛이 가득한 고향음식이 더욱 그립다. 오늘 맛집으로 소개할 ‘소담 안동국시’집은 눈물 나게 춥고 고향이 그리운 날 제격인 곳이다.
양반도시 안동의 전통 국수, 안동국시
김영삼 전 대통령도 즐겨먹었다는 안동국시는 안동지역 양반가에서 즐겨먹던 국수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국시는 국수의 경상도 사투리이다. 제사 문화가 발달한 안동지역에서는 국수를 만들어 종가를 찾아온 많은 손님을 대접했다고 한다. 면발이 굵고 탱글탱글한 서울식 칼국수와는 달리 콩가루를 섞어 만드는 안동국시 면발은 부드럽고 매끈하다. 바지락 육수에 다진 양념 맛으로 먹는 일반적인 칼국수 맛에 비하면 그 맛이 밍밍하다고 할 정도지만 안동국시는 그만큼 자극적이지 않아 담백하고 목에 넘어가는 느낌이 부드럽다. 최근에는 건강식으로 알려져 안동국시라고 메뉴를 명시하여 칼국수와는 차별화된 집임을 내세우는 곳이 많아졌다.
향긋한 부추김치와 깻잎절임으로 감칠 맛 더해
여러 버전의 안동국시집이 있지만 올림픽공원 남 2문 맞은편에 위치한 소담 안동국시는 진한 국물 맛과 부드러운 면발로 유명하다. 고급 한우 양지 살코기를 우린 육수를 사용하는데 고기육수라도 전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자연발효 숙성해 매일 손으로 만든다는 면발은 부드럽고 쫄깃하다. 고명 또한 다진 고기와 다진 파로 단출하다. 국수 한 그릇만 봐서는 별 다른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이 집의 국시를 찾는 손님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함께 나오는 깻잎 절임과 부추김치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짜지 않으면서 딱 알맞은 간으로 계속 손이 가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뜨끈한 국수 한 젓가락을 집어 함께 먹으면 담백한 육수와 향긋한 향이 환상궁합을 자랑한다. 안동국시 외에도 김치와 고소한 김 가루, 미나리를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함께 나오는 메밀묵무침, 헛 제삿밥을 떠올리게 하는 생선과 고기로 만든 모듬전, 시골장터에서 즐겨먹는 시원한 무와 한우 고기가 가득한 국밥도 인기다.
다양한 지역의 향토 음식 선보여
안동은 내륙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간 고등어, 삶은 문어 등 해산물 요리도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경상도 지역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삶은 문어는 이 곳 출신들에겐 익숙한 음식이지만 서울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음식이다. 푹 삶은 문어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문어숙회도 이 집만의 별미다. 이외에도 완도 간재미 찜과 초무침, 벌교 꼬막 무침, 홍어삼합, 여수 갑오징어 초무침 등 다양한 지역의 향토음식도 맛 볼 수 있다. 파스타와 돈까스, 카레 등의 메뉴도 준비되어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외식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편하게 앉아 먹을 수 있는 독립된 방이 여러 개 있어 모임하기에도 좋다.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특히나 눈물이 날 정도로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날, 소박하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안동국시 한 그릇이면 추위도 이기고 지금 타향살이 중이라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메뉴: 안동국시 9500원, 안동국밥 1만원, 메밀묵 소 1만6000원, 모듬전 2만5000원
위치: 송파구 위례성대로 48 반도빌딩 2층(발렛파킹 가능)
문의: 02-415-1855
우지연 리포터 tradenz@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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