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10월까지 60여종 장미 감상
고등학생과 초등학생 두 아이의 전쟁 같았던 중간고사 뒷바라지가 끝나고 주변을 돌아보니 어느새 울창한 녹음이 짙어져 있다. 뭉게뭉게 피었던 벚꽃이 진 자리엔 빨갛게 버찌가 익어가고 아파트 울타리마다 향기 진한 장미가 벌써 6월이 코 앞임을 알려준다. 6월말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전 마음 맞는 친구들과 중간고사로 힘들고 속상했던 마음도 달래고 기말고사 전 기력을 충전하기 위해 나들이를 계획했다.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부터 찾아대는 초등학생 딸 덕분에 멀리 가지는 못하고 맛있는 점심을 먹고 꽃구경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지나간 봄이 아쉬워 노적봉 공원 장미원으로 향했다. 오월의 어느 날 노적봉 공원 장미원 풍경을 전한다.
노적봉 공원, 안산을 알려주는 이정표
다른 도시로 장거리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는 길이면 노적봉 공원 인공 폭포는 마치 고향동네 당산나무처럼 ‘이제 집에 다 왔다’라는 걸 알려주는 이정표였다. 지금은 가림막을 설치하고 인공 폭포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라 아쉽게도 시원한 폭포수는 볼 수 없지만 폭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름다운 장미꽃이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성포동 홈플러스에서 주차하고 단원미술관을 가로질러 공원으로 걸어갈 수 있는 길도 있지만 때 이르게 달궈진 5월의 태양 때문에 걸어가는 건 포기하고 성포동 청소년 수련원 앞으로 차를 돌렸다. 노적봉 공원에 가는 길은 단 하나 수인산업도로를 타고 수원 방향으로 달리다가 공원으로 진입하는 길이다. 노적봉 공원 장미원은 폭포보다 도로변과 가깝기 때문에 공원 관리소를 지나기 전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것이 좋다. 멈춰 선 차안으로 진한 장미향이 밀려 들어온다. 어서 가자.
전 세계 장미 한 자리에 다 모였네
1998년 만들어진 노적봉 공원은 안산의 대표적인 공원이다. 안산 들머리에 위치 해 있어 안산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지나쳐 가는 공원이다. 성포동 일동 주민들에겐 하루를 시작하는 적당한 길이의 산책길이 있고 여름철이면 아이들 물놀이 장이 개장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고 지는 곳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리포터도 오고가며 장미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작정하고 장미꽃만을 보기 위해 노적봉을 찾은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98년 공원 개장과 함께 만들어진 장미원 전체 규모는 4.917㎡. 여기에 전 세계 장미 60여종 9000여주가 심어져 있다. 김수용 노적봉공원 관리소장은 “2014년 하반기 장미원 보식사업을 진행해서 지난해 올해 장미꽃이 아주 예쁘게 피고 있다”며 “예년에 비해 장미꽃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귀뜸한다. 장미꽃으로 나들이 오는 어린이집 차량만 해도 많게는 하루 15대까지 이곳을 찾아온다고 한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장미원은 꽃구경 나온 시민들도 북적거리고 있었다.
서울대공원 장미정원 부럽지 않은 노적봉공원 장미원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잘 가꿔진 장미꽃 정원을 보자 느닷없이 만화 주제곡이 떠올라 가볍게 흥얼거리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장미원은 노적봉 산자락 경사진 곳에 꾸며져 있다. 중앙 계단 통로에는 아치를 만들고 양쪽으로는 곡선형 계단을 만들어 다양한 장미꽃을 심었다. 중앙 통로 아치 주변에는 포도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든다. 가을이면 포도까지 진한 향을 더 할 것이다. 꽃길 사이를 오가며 꽃구경 나온 시민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장미꽃 향기에 이끌려 산책하다 말고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일동사시는 한 아주머니는 연신 장미의 이름과 꽃을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을 건넨다. “이 장미는 모나코 왕비가 된 영화배우 그레이스 캘리에게 바쳐진 ‘프린세스 드 모나코’라는 장미에요. 그래이스 캘리 아세요? 참 아름다운 배우였는데 그 배우처럼 이 장미꽃도 참 예쁘네요. 그쵸?” 장미원에는 휴대폰 카메라를 든 일반 시민 뿐만 아니라 전문 카메라 장비를 챙겨 출사 나온 사람들도 심심챦게 만날 수 있다. 본오동에 사시는 아마추어 사진작가 A씨는 “노적봉 공원 장미가 서울대공원 장미꽃보다 더 종류도 많고 더 예쁘다”고 말한다. 장미원 뒤쪽 산이 강한 햇빛을 가려주기 때문에 장미색깔이 훨씬 더 아름답게 나온다는 것이다.
5월부터 피기 시작한 장미는 11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11월까지 진한 장미향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장미꽃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바로 지금. 6월이다.
장미향 맡으며 숲 속에서 힐링을
진한 장미향기를 맡으며 꽃길을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타선율. 장미원 끝자락 숲 속 그늘 아래엔 평상이 줄지어 놓여있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 우리처럼 친구와 수다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 그 틈에 나지막히 기타는 치며 노래를 읆조리는 사람도 있었다. 꽃구경 실컷 하고 나무그늘 아래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이곳은 몸과 마음이 지친 우리들에게 최고의 휴식공간이었다. 장미가 뜨거운 태양아래 지치기 전 노적봉 장미원으로 찾아가 보자. 수만 송이의 장미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