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수제맥주 강사 이재천씨

수제맥주 홈브루잉, 행복한 취미생활로의 초대

빈둥지증후군 갖고 있던 주부수강생 부부관계 회복하기도

지역내일 2016-05-11

최근 들어 맥주시장에는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입맥주가 많아지고 소비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맥주의 독특한 향과 맛을 경험한 소비자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수제맥주는 이런 소비자층이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재천씨는 젊어서부터 커피와 맥주를 즐겼다. 결혼과 함께 사회생활을 접고 남편과 함께 대전에 자리 잡으면서 이 씨의 맥주사랑은 훨씬 깊어졌다. 그러다 다양한 수제맥주에 관심을 갖게 됐다. 15년 전 당시로는 구하기 어려웠던 독일맥주 바이엔 슈테판(Weihen stephan)을 맛볼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이 맥주는 분당에 가야만 구할 수 있었단다. 구하기 어렵다는 시공간적 제약, 그것이 이 씨에게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을 더했다.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소규모 양조의 세계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라고 불리는 수제맥주는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 만든 맥주이다. 맥주를 만드는 사람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갖는다. 그런 특성 때문에 수제맥주는 여러 잔을 벌컥벌컥 들이키게 되지 않는다. 한두 잔 즐기는 것이 딱 좋다 싶을 만큼 맛과 향이 강한 것이 많다.
수제맥주 맛을 결정하는 건 몰트, 홉, 효모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종류와 비율에 따라 맥주 맛이 달라진다. 시중에 수입된 수제맥주를 마시다 보면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자신만의 맥주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레 생긴다. 처음에는 커피믹스처럼 비어믹스 키트라는 것이 있어 시중에 나와 있는 30여개의 키트를 통해 각 개인에 맞는 취향을 찾아보려 하지만 결국에는 개별 양조에 대한 마음을 갖게 된다. 믹스는 그저 믹스일 뿐이기 때문이다.




홈 브로잉(Home brewing)으로 수제맥주 알려
이 씨는 수제맥주에 대해 강의하는 선생님이다. 이마트(대전, 세종, 아산)에서 특강을 하고 석장리 전원주택에서 5주차 양조 수업을 진행한다. 수제맥주 맛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맛의 홈브루잉(home brewing) 방법을 알려준다.
모든 일이 이론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때론 이론에 치여 관심이 멀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 씨의 수업은 실제 위주다. 매주 다양한 방법의 양조가 이루어지고 학생들이 함께 참여한다. 부부가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주부다. 몰트 당화(가열)-여과-홉 추가-냉각-효모투입-발효 등 여섯 단계의 수업이 5시간 동안 직접 시연되고 이전에 만들었던 맥주를 시음하면서 맛을 감별하는 등의 다채로운 수업이 펼쳐진다.
오랜 시간 서울에 있는 맥주아카데미를 오가며 수업을 들을 때만 하더라도 자신의 관심이 이런 일로 연결될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저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수동적인 아줌마일 뿐이었다. 이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의 세계에 빠지면서 한쪽 편에 있던 자신의 다른 성향들이 발현되는 것을 느꼈다. 지금의 이 씨는 모든 수강생들이 인정하는 친화력의 소유자다. 자신의 일에 대한 섬세함과 집중력은 물론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청소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 씨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변화되는 것이 개인 하나만은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빈둥지증후군을 갖고 있던 아내가 수제맥주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맥주를 좋아하는 남편과 대화를 시작했단다. 이들은 함께 수제맥주 집을 찾아다니면서 부부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수제맥주 저변에 깔려 있는 문화를 공유하며 결국 부부관계가 회복됐다. 아내의 행복한 취미생활 하나가 가정의 행복을 견인한 것이다.


50대 여성 비어소믈리에 도전
이 씨는 홈브루잉(Home brewing)에서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비어소믈리에가 되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독일의 되멘스(Doemens) 비어소믈리에 인력이 직접 와서 강의를 한다는 경기대 브루웍스 강의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응시료만도 몇십 만원이고 시험에 통과해야 수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51세의 이 씨는 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한다. 낮고 내공 있는 그의 음성에서 머지않아 50대 여성 비어소믈리에 탄생을 예감할 수 있었다.
문의 충남 공주시 석장리 351, 010-4287-1540
박수경 리포터 supark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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