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히말라야>

성공보다 중요한 그 무엇을 위하여

지역내일 2015-12-18

영화 <히말라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미 영화 포스터에서부터 ‘명예도 보상도 없는 가슴 뜨거운 도전’이라며 관객들에게 감동할 준비를 시킨다. 게다가 주인공은 <국제시장>과 <베테랑>의 천만배우 황정민이고, 영상은 한국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산악영화다. 신파와 유머, 감동의 스토리를 잘 버무려 낸 영화 <히말라야>는 극한의 대자연 속에서 펼쳐진 위대한 약속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실제 원정대를 방불케 하는 제작과정
영화 <에베레스트>를 연상케 하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장면들로 시작되는 영화. 국내 영화사상 전례가 없는 도전에 배우와 스태프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등반도 어려웠겠지만 경사면이나 빙벽에 매달리는 장면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암벽을 맨 손으로 오르고 밧줄에만 몸을 의지한 채 훈련을 받는 과정 자체로 배우들은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고 한다. 배우들은 장비를 다루는 기술, 빙벽 훈련, 감압 훈련 등 산악 필수 훈련을 받은 후 촬영에 임했다.
고산병으로 고생하며 네팔의 히말라야 지역과 프랑스 몽블랑 빙하지대에서 위험 속에 긴장된 촬영을 진행해 온 배우와 제작진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철저한 사전 훈련과 리허설을 통해 극한의 자연 속에 노출된 장면들이 사실감 넘치게 완성되었다. 하지만 산 위에서의 장면이 너무 긴장되고 실감나서였을까? 영화 중반에 이어지는 산 아래에서의 장면들은 영화의 긴장감을 조금 떨어뜨린다.


정상이 아닌 ‘사람’을 향한 등반
등정이 산 정상에 도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등반은 정상 등정을 목표로 하나 중도 포기나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 <히말라야>는 에베레스트 등반에 얽힌 이야기다. 정상에 오르지 못해서가 아니라 목표로 했던 사람을 데리고 내려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석훈 감독은 이야기 속 실제 산악인들의 등반이 정상을 향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것이라는 점에 강하게 끌렸다고 한다. 모두가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요즘. 사람을 위해, 그 사람과의 약속을 위해 산을 오르는 엄홍길 대장의 실제 이야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만 하는 많은 이들의 가슴에 뜨거운 울림을 전한다.


사람이 최고의 가치
김무영 대원으로 나오는 배우 김원해의 대사 중에 가슴에 꽂히는 한마디가 있다. “사람이 없으면…산이 무슨 의미가 있어.” 이 말은 휴먼 원정대가 조직된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말이기도 하다. 산이 좋아 날마다 산을 오르는 것 같은 산악인들에게도 중요한 가치는 산 정상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 뜨겁게 느낄 수 있는 한마디다.
함께 산을 오르던 후배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산 위에 그냥 둘 수 없어서 휴먼원정대를 조직하고 떠났던 엄홍길 대장의 이야기. 영화 <히말라야>는 많은 관객들에게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잊고 지냈던 ‘성공보다 중요한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도록 해준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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