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밝게 해주는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뜻의 <명심보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슴깊이 새겨야 할 명문장으로 된 고전이다. 어려운 한자와 딱딱한 내용일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선뜻 책을 펴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 강서구 발산동에 있는 명덕여자중학교(교장 연정원)에서 학부모와 주민들을 위한 평생교육강좌 ‘자녀인성교육을 위한 명심보감반’이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해 찾았다.
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명심보감> 통해 자녀 교육의 지혜 얻어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반, 강서구 발산동에 있는 명덕여자중학교 지하 1층 동아리실에는 십여 명의 주부들이 모여 강사로부터 수업을 듣는다. 학생들이 모두 떠난 시간에 학업에 열심인 이들은 명덕여중 평생교육강좌 ‘명심보감반’ 회원들. 한자가 가득한 교재를 보면서 옛 성현들의 글을 감상한다. 명심보감반을 만들고 운영해 온 사람은 명덕여중 이선옥 부장교사이다.
“2011년부터 희망하는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명심보감반을 6년째 운영해 오고 있어요. 15명 정도의 학부모들이 매주 목요일 오후에 모여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몸으로 느끼고 계시죠.”
명덕여중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명심보감반’ 이외에도 ‘아버지합창단’이 있다. 2008년 3월에 창단된 ‘아버지합창단’은 학교 3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생겨나 합창의 묘미에 매료된 아버지들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9년째 모임이 지속되고 있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이웃주민이자 같은 학부모들끼리 합심이 돼 자녀가 졸업한 뒤에도 계속 단원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
‘아버지합창단’의 성공으로 어머니들을 위한 평생교육을 생각하던 중 교내 한문교사의 재능기부로 ‘명심보감반’이 탄생했다. ‘명심보감반’ 강의를 맡고 있는 황용묵 교사는 “<명심보감>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어린이를 위한 인격수양 교과서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성인들도 새겨들으면 좋은 주옥같은 문장이 많아 자녀 인성교육이나 교양측면에서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설명한다. 이선옥 부장교사는 “어머니가 배운 내용을 집에서 공부하다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따라 공부하게 된다”라며 “자녀 교육에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역사이야기와 함께 흥미롭게 풀이해
‘명심보감반’은 매년 학기 초 희망하는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의 수강신청을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재는 황 교사가 직접 제작한 42쪽 분량의 <명심보감>과 125쪽에 달하는 사자성어 교재 2권을 사용한다.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라는 김홍도의 그림과 한시를 읽고 내용을 음미하면서 시와 그림을 동시에 감상하고 옛 성현의 풍부한 감수성을 느끼는 수업이 진행된다. 어려운 한자나 구문을 풀어서 해석하는 등 한자를 잘 모르는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한다. <명심보감>의 내용뿐 아니라 중간 중간 한시와 사자성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곁들여 재미를 더한다.
이번 학기부터 수업을 듣고 있다는 김혜진 회원은 “자녀가 한문을 교과목으로 배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됐다”며 “<명심보감>의 좋은 글귀나 사자성어를 통해 내 마음도 다스리고 자녀와 수업내용도 공유할 수 있어 좋다”라고 자랑한다. 이은주 회원은 “학교를 졸업하면 배움의 기회가 별로 없는데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이런 좋은 강좌를 무료로 개설했다고 해 신청했다”라며 “나 자신의 인문학 소양을 높일 뿐 아니라 자녀와의 소통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평소 한자에 관심이 많았다는 곽향숙 회원은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명심보감>을 가르친다는 소식에 신선하다고 느꼈다”라며 “수업시간을 통해 <명심보감> 이외에도 유명한 한시와 사자성어도 함께 배울 수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라고 자랑한다. 황 교사는 낮에는 학생들에게 한문을 가르치고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명심보감> 강의를 준비할 만큼 한자사랑이 대단하다. “<명심보감>은 필사본으로 전하는 고전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인성교육서로 알려져 있지만 그 내용과 한문은 어려운 편”이라며 “어려운 글자가 많고 해석도 쉽지 않지만 꾸준히 좋은 내용을 자녀들에게 가르치다보면 착하고 바른 인성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 미니 인터뷰 >
황용묵 한문교사
“<명심보감>의 내용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읽고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 뿐이죠. 쉽지 않은 내용을 쉽게 풀이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하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전혀 힘들지는 않습니다. 5월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명심보감>과 <논어>의 적절한 구절들을 찾아 어머니들께 강의할 계획이에요.”
이선옥 부장교사
“명심보감반을 기획해 6년째 운영하면서 여러 학부모와 주민들을 만났어요. 수업 내용이 좋아서 2년째 수강하시는 분도 있을 만큼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내용일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는 한편, 재밌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죠.”
김혜진 회원
“한문은 딱딱하고 지루한 것이라는 편견을 깨게 해 준 강의에요. 명심보감의 내용에 더해 그림과 한시도 시대적인 설명과 함께 배울 수 있어서 좋구요.”
이은주 회원
“매주 목요일 오후마다 고전을 읽으며 바른 인성과 역사를 배운다는 즐거움이 생각보다 크네요.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결석하는 엄마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에요.”
곽향숙 회원
“중3 딸아이와 수업내용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눠요. 한자자격증을 딸 정도로 한자에 관심이 많았지만 <명심보감> 원문을 읽고 한 구절씩 뜻을 음미하는 수업은 처음이에요. 한시와 사자성어를 통해 선인들의 지혜와 감수성을 느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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