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9번 항목인 독서활동은 남과 다른 나만의 스토리로 학업역량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대는 학생부종합전형 대학별 자율 문항에 독서 문항이 따로 있을 정도로 독서가 핵심 평가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당락을 결정짓는 결정타는 아니지만 학생의 학업역량을 어필하고 학생부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독서활동에 대한 궁금증을 목동지역 고교 교사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도움말: 박성현 목동고 입시전략부장
신원용 한가람고 연구부장
염형덕 장훈고 진로진학상담센터 교사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독서활동 활용 방법
독서 항목은 교과 담당교사가 입력하되, 특정 교과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담임교사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할 수 있다. 이때 기록할 책은 정규 교과과정과 연계된 것으로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염형덕 장훈고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습과정을 살펴보는 정성적인 평가로 독서활동을 통해 자신의 학업능력을 어필할 수 있다”며 “단 정규 교과과정과 연계된 책을 선택해서 읽을 것”을 권한다.
학생 스스로 책을 읽고 심화한 내용을 교과 교사가 알 수 없기 때문에 교사를 찾아가 어필하는 것도 필요하다. 신원용 한가람고 연구부장은 “담당교사를 찾아가 자신이 이러저러한 관심사를 갖고 독서를 하였는데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에 관해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교사는 학생의 성향을 충분히 파악하고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그 학생만의 자기주도성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내용을 입력해 줄 것”이라 덧붙인다.
박성현 목동고 입시전략부장은 “세계지리 시간에 ‘세계 자원의 변화, 세계 지역 갈등과 공존’에 대해 배웠다면 국가 간의 갈등, 민족 간의 갈등, 민족분쟁, 국가 분쟁 등 갈등을 키워드로 한 책을 선택하면 된다”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의 책을 활용해 교과와 관련된 궁금증도 해결하고 관심 분야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심화된 공부를 하다보면 내신 성적 향상은 물론 학생의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 전공탐색도 가능하다. 염형덕 교사는 “서울대 경제학과에 합격한 한 학생은 1학년 때 경제 관련 과목 수업을 듣고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더니 기본 이론부터 공부해 점점 심화된 책으로 경제적 사고를 확장하여 테셋에서 S등급을 받았다. 대학생도 받기 어려운 등급인데 책을 읽으면서 가능했다”며 “내신 성적 향상뿐만 아니라 경제 관련 내용이 학생부의 독서활동상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걸쳐 충실하게 기록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인다.
학교 활동과 독서의 연계
학생이 어떤 책이든 선택해서 읽었다면 반드시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학교생활에서 독서의 계기가 될 만한 것은 특정 인물과의 만남, 교과 수업, 학생 활동 등이다. 그중에서 특히 학생 활동은 자신의 관심사와 사고를 심화하는 과정을 드러내기 좋으며, 교내 활동과의 연계성도 나타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신원용 연구부장교사는 “예를 들어 교내 과학탐구토론대회를 준비하면서 특정 주제와 관련된 독서를 한다든지, 수행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읽었던 책을 기록한다면 독서의 계기, 과정, 결과 등이 스토리 있게 구성될 수 있어 흡입력 있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염형덕 교사는 책을 읽게 된 동기,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읽고 난 뒤 행동의 변화 등을 동아리 활동으로 연결해 증명한다면 자신만의 차별화된 학생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문화예술분야로 ‘문학감상반’ 활동을 했다면 모차르트 음악을 듣고 모차르트와 관련된 작품, 생애 등과 연관된 책을 선택해 읽으면 학생부에 연계해 기록이 가능하다”며 “고려대 교육학과에 입학한 한 학생은 교육관련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교육관련 전공서적을 탐독하고 적용시켜 그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했다. 고등학생이 학교 활동과 독서를 연계시키기 쉽지 않지만 동아리 활동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글자 수 제한 뛰어넘는 전략적 기록 방법
교육부 훈련 29호(2014. 1. 16 일부개정) 제15조의 2의 ‘독서활동상황’에 따르면 ‘①중·고등학교의 개인별·교과별 독서활동상황은 독서활동에 특기할만한 사항이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학기말에 입력한다. ②독서분야 및 읽은 책, 독서성향 등 특이사항을 사실 위주로 교과 담당교사가 입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담임교사도 입력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교과 담당교사는 해당 교과 관련 독서활동에 대해 교과별로 500자 이내로 학기 말에 기록할 수 있고, 담임교사는 독서활동에 대해 특정 교과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기존의 영역별(인문, 사회, 과학, 체육·예술 4개 영역) 구분이 아닌 ‘공통’으로 학기말에 기재한다.
학생부의 독서 항목에 교과 관련 책을 읽은 계기, 느낀 점, 독서 후 성장한 모습까지 500자로 채우기엔 부족하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공통’란으로 전공적합성을 드러낼 수 있다. 박성현 부장교사는 “수학자가 꿈이라면 수학 관련 책은 독서활동에 기록하고 자연· 과학· 수학 계열의 책을 3~4권 묶어 담임에게 가져가면 수학에 대한 관심을 어필할 수 있어 담임교사가 진로활동이나 종합의견에 기록해줄 수 있다. 이런 독서활동은 전공적합성과 진정성 측면에서 돋보이게 될 것”이라 설명한다
어떤 책을 어떻게 선택해서 읽어야 하나 종합전형 합격자 사례 중심으로 고교 1학년은 전공 선택이 불확실하거나 전공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변화할 가능성이 많은 시기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어떻게 선택해서 읽어야 할까. 신원용 부장교사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로 사고가 넓어지는 과정을 보여주어도 괜찮고, 전공 관련 독서로 사고가 깊어지는 과정을 보여주어도 괜찮기 때문”이라며 “어떤 책을 읽든 학생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어떤 사고의 흔적이 있었는지를 드러낼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염형덕 교사는 “1학년은 진로탐색 관련 서적으로 인문, 사회, 자연, 예술, 과학 분야 책을 다양하게 읽고 분야별·영역별로 1~2권씩 기록하면 좋다. 2학년 때는 계열 관련, 3학년 때는 전공 관련 서적으로 좁힐 것”을 권한다. 특히 3학년 1학기까지 독서활동이 학생부에 기록되기 때문에 시간에 쫓겨 3학년 때 읽기보다 2학년 겨울방학부터 관련 전공 책을 미리 읽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성현 부장교사는 “독서가 내신을 뛰어넘어 합격의 당락을 결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해 자신의 학업역량을 보여줄 수는 있다”며 “의대를 희망한다면 생물·과학 관련 도서는 기본이다. 하지만 최근 의사에게 요구하는 것이 ‘인성’”이라고 강조한다. “고대 의대 성폭행 사건이나 성대 의대 성추행 사건과 관련된 뉴스가 나오면서 의대생들의 인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전공 관련 서적 못지않게 인간의 휴머니티를 어필할 수 있는 도서를 추가하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경희대 의대에 합격한 한 학생은 <길에서 만난 세상> <전태일 평전> 등으로 인성을 어필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합격한 한 학생은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어필하기 위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불평등 경제>와 관련된 책을 기록했다. 서강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친구는 <눈먼 자들의 도시>로 개인들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것을 공동체 의식으로 어필했다. 하지만 대학마다 독서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다. 박 부장교사는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전형 대학별 자율 문항에 독서 문항이 따로 있을 정도로 독서가 핵심 평가요소로 작용하지만 연세대는 스펙 위주의 접근을 지양하기 위해 보여주기 식, 나열하는 듯한 독서보다는 전공 관련 탐색작업을 더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학생부 독서활동상황 자체를 평가요소로 사용하거나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만으로 학생의 독서능력을 판단하지 않는다”며 “독서가 학업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항목으로 대학에서 공부를 잘하기 위한 잠재력을 측정하는 자료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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