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소여도방 정순자 도예가

한결같이 변함없이 도자기를 구며 삶을 가꾼다

이 세상의 인간과 초월적 세상 연결하는 존재, ‘꼭두’에 관심 많아

지역내일 2016-04-27

이맘때의 공주 상‧하신리는 병풍처럼 둘러싼 계룡산에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수채화 세상이다. 대전에서 가깝고 볼거리와 맛집, 멋집들이 있어 드라이브를 겸한 나들이코스로도 유명하다. 그 중 상신리 도예촌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도자기 애호가들과 체험을 겸한 나들이객들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도예촌 한가운데 자리 잡은 소여도방(所如陶房)에서 이름 그대로 ‘한결같이 변함없이 도자기를 구며’ 삶을 가꾸어나가고 있는 도예가 정순자(52)씨를 만났다.




철화분청사기의 역사 어린 계룡산 도예촌
도예촌은 예술가들의 공간인 만큼 각 공방마다 저마다의 개성으로 멋스럽게 꾸며져 있다. 정면에서 바라본 소여도방은 붉은 문틀과 초록색 나무 벽, 그리고 그 위에 하늘을 향해 들린 자전거가 인상적이다. 공방에 들어선 사람들은 색색 고무줄로 하얀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묶고 앉아있는 정순자(53) 작가를 전시된 작품 중 하나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의 외모도 그의 작품들처럼 그 공간에 자연스레 어울려 두드러지지 않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깊은 아름다움으로 빛을 발한다.
계룡산에는 역사적으로 분청사기의 혼이 담겨있다. 조선 전기 철화분청 가마로 알려져 있는 학봉리 가마터들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철화분청사기는 고도의 기교와 완성미를 가진 청자나 백자에 비해 틀이 없고 자유로우면서 소박한 아름다움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릇이다.
정 작가는 “도예촌은 1990년대 초 10여 명의 도예가들이 5000여 평의 부지를 공동으로 조성하면서 시작했다. 소여도방은 작고한 남편(박우진 도예가)과 함께 시작했는데 우리가 1세대 부부도예가인 셈이다. 여기가 국립공원이라 대규모로 흙을 파낼 수는 없고 작품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흙들은 밖에서 가져다 사용하지만 이곳의 흙으로 실험적 작품을 만드는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고 소여도방에 대해 설명했다.
찾아오는 이에게 차를 권하는 일은 그의 일상이다. 사용하는 찻잔을 비롯한 다구들은 모두 그의 작품들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서 그릇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처럼 그가 내어주는 차를 마시다 마시던 찻잔이나 다구를 사가는 경우도 흔하다. 예술성이 뛰어난 고가의 작품들부터 일상생활에 사용하기 좋은 생활자기까지 다양한 도자기들을 방문객들에게 판매도 한다. 예약을 하면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체험이나 수강도 가능하다.


사발을 주제로 진지한 작업 해보고 싶어
재주가 많은 그는 도자기외에도 그림과 바느질을 비롯해 손으로 하는 모든 작업에 능하고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다. 특히 요리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 40대에 6년 동안 영국에 살면서 케이터링 코스를 졸업하고 실제 현장에서 요리사의 길을 잠시 걷기도 했다.
그는 “나에게 요리는 또 다른 재능으로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보시’같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6년 전 영국에서 귀국 후 돌아온 소여도방에서 이제는 도자기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가 만든 공간에서 그가 구워낸 그릇들에 손수 덖은 차를 찾아오는 사람들과 즐기는 것도 그가 가꾸어 나가는 삶의 한 부분이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진 작업은 우리나라 전통 장례식의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 조각상인 ‘꼭두’를 주제로 한 것들이다. 꼭두는 인물꼭두와 동물꼭두가 있다. 어릴 때 우리가 가지고 놀던 풀로 만든 꼭두각시 같은 것들도 꼭두라고 볼 수 있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인형’이라는 말이 보편화 돼버렸다.
그는 “꼭두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과 이세상이 아닌 초월적 세상을 연결하는 존재로 통하는데 어릴 때 꼭두각시에서 받았던 강한 기억과 함께 내게는 우리 가까이 있는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꼭두를 비롯해 민화와 무채색의 슬픔까지 느껴지는 화려한 오방색에 이르기 까지 그 모두가 우리의 민족성이고 우리 정서의 뿌리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것도 꼭두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 저승으로 떠나는 이에게는 남은 자가 이승에서 잘 살아 주는 것이 천도라고 생각한다”고 꼭두 작업에 대해 들려줬다.
소여도방 충남 공주시 반포면 도예촌길 71-17
문의 041-857-8819

이영임 리포터 accray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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