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졌지만,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구석구석 싱그러운 봄을 실컷 만끽할 수 있다. 황구지천, 수원화성 등을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이전과는 다른 봄기운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의 자전거길을 가봤다. 자전거 공영대여소, 자전거를 테마로 한 카페 등 알아두면 좋을만한 정보도 모았으니, 이 기회에 자전거 타고 수원의 곳곳으로 가볍게 떠나보는 건 어떨까.
권성미 리포터,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PARTⅠ수원시 추천 4개의 자전거 코스를 달리다
자전거 친화도시를 꿈꾸는 수원은 시민들이 보다 쾌적하고 편리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자전거 도로시설을 정비 중이다. 지역 내의 특별한 자전거 코스도 선정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 코스들을 리포터가 직접 달려봤다.
■자연생태계가 살아 숨 쉬다 - 황구지천 순환코스
황구지천 자전거 길은 왕송호수공원에서 고색교까지 하천 좌우로 18.4㎞에 달한다. 시는 작년 10월, 자전거 길의 조성을 위해 노면 평탄화 작업을 실시하고, 자전거 이용 편의제공을 위한 데크경사로, 휴게쉼터, 운동시설, 자전거보관대, 안내표지판 등을 설치했다.
출발을 위해 왕송호수공원을 찾았다. 이곳은 최근 전국에서 유일한 호수 순환형 레일바이크를 개장하기도 했다. 호수공원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 자전거 타기 전에 잠시 즐겨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했다.
본격적으로 황구지천 자전거 길 여정에 올랐다. 원래 황구지천은 수원의 서호천, 수원천, 원천천 중 아름다운 자연생태계로 소문난 곳. 물가에서 새도 만나고, 이름 없는 풀들과도 정답게 인사하며 제대로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도심 같지 않은 농토들도 바라보며 한참을 달렸더니 길의 끝자락에 위치한 솔대공원 근처다. 이 주변으로는 십리 벚꽃길이 펼쳐지고 곳곳에 잘 다듬어 놓은 꽃길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빨간 아치가 멋스러운 황구지천 고색교를 보며 돌아서 다시 왕송저수지 쪽으로 향했다. 황구지천 자전거 길은 보토를 한 흔적이 있는 길과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 이어지다 더러는 시멘트 포장길이 불쑥 나타나기도 하는 등 간혹 위험한 구간도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차들이나 도로에 신경 쓰지 않고 천변을 따라 신나게 달려볼 수 있었다.
▷코스 왕송호수공원-당수교-장수천교-농심교-금곡교-황구지교-호매실교-오목천교-목장교-솔대교-고색교(순환)
▷주행거리 18.4㎞ / 소요시간 60분
■수원화성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끼다 - 수원화성 관광코스
수원화성 관광코스는 화성행궁 광장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어 자전거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자전거를 빌려 화성행궁에서 동남각루로 이어지는 1코스부터 도전하기로 했다. 수원화성박물관을 지나니 길이 좁아진다. 도로에는 차가 많아 보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좁은데다, 군데군데 주차된 자동차 때문에 자전거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무사히 그 구간을 지나 창룡문에 다다르니 제법 시원하게 달릴만한 길이 나온다. 봉돈 근처에서는 공사 중이라 아쉽게도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조속히 공사가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화성 성곽길을 따라 걸어 동남각루에 이르렀다. 동남각루에서 내려오면 시끌벅적한 지동시장, 영동시장 등을 만난다.
2코스도 화성행궁에서 시작했다. 항상 차와 사람이 북적이고 있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기엔 이 코스 역시 버거웠다. 잠시 달리다 보니 장안문이다. 여기서부터 화서문을 지나 화서공원까지는 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자전거를 탈만했다. 이어지는 팔달산의 오르막길. 그 길을 오르니 쭉 뻗은 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팔달산 중턱에서 정조대왕 동상을 만난 뒤 계속 길을 재촉하다 보니 경사로에 만들어진 좁은 길을 만난다. 수원문화회관 앞이었다. 여기서 경기교총회관을 지나 팔달공원 입구까지 되돌아오는 일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팔달산 옆길이어서 경사도 있는데다 자전거도로는커녕 인도도 폭이 좁아 자전거를 타기에 너무 힘들었다. 멀리 팔달공원이 다시 보이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구도심이라 초보자가 달리기엔 순탄하지 않은 길도 많았지만 그래도 화성의 여러 문화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수원화성 관광코스였다.
▷1코스 : 화성행궁-수원화성박물관-창룡문-봉돈-동남각루
▷주행거리 2.67㎞ / 소요시간 10분
▷2코스 : 화성행궁-장안문-화서문-팔달공원입구-정조대왕동상-수원문화원->경기교총회관-팔달공원입구
▷주행거리 4.84㎞ / 소요시간 25분
■수원의 대표 신도시 지역에서 만나는 자전거 길 - 영통역 순환코스
영통 택지 지구는 비교적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중간 중간 길이 끊어지고, 도로 상태가 파손됐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차도를 이용해야 하는 구간이 있다. 특히 도심에 조성된 자전거 길이라 횡단보도와도 자주 맞닥뜨린다. 안전을 생각하면서 조심조심 타야할 것 같았다. 영통역 순환코스에서는 영흥공원을 끼고 돌아 주변의 숲과 나무를 보면서 달릴 수 있는 청명고-영통도서관-난방교차로까지의 구간이 상쾌했다. 아이와 함께라면 망포역에서 출발해 봉영로를 따라 영통 입구까지 순환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넓은 보도 위에 자전거 도로가 잘 포장돼 있어 추천 코스보다 안전하게 자전거 타기를 즐길 수 있다.
▷코스 : 영통역-망포역-난방공사 교차로-영통도서관-청명고교-청명역-경희대-영통역
▷주행거리 6.60㎞ / 소요시간 25분
■산과 호수를 지천에 두고 달리다 - 화서역 주변 순환코스
주변에 볼거리가 많은 화서역 주변 순환코스는 여기산 공원 옆을 거쳐 넓은 보도를 활용해 보행자 겸용 자전거 도로가 잘 포장돼 있는 아파트 밀집지역을 지나, 서호저수지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인근에 여기산 공원, 꽃뫼 제사유적지, 숙지공원 등이 있다.
이 코스의 압권은 서호저수지 일주다. 서호는 정조임금이 수원을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인공저수지이다. 호수 한복판의 인공섬과 청둥오리·백로·왜가리 등의 새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전경이 아름답다. 부드러운 흙으로 덮인 둑길을 따라가면 향미정이 보이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해질녘 풍경은 수원 8경 중 하나란다.
서호공원은 갖가지 나무와 운동기구, 쉼터 등이 마련돼 있어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난 후 호숫가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가끔씩 만나는 도심 속 횡단보도만 조심하면 다른 코스보다는 수월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코스 꽃뫼 삼거리-여기산 삼거리-정천초교 삼거리-정천초교 입구-꽃뫼 삼거리-화서역 화양초교삼거리-숙지중 삼거리-서호저수지-서호공원-화산교삼거리
▷주행거리 6.89㎞ / 소요시간 26분
■수원시 추천 자전거 순환코스에 대한 수원시청 자전거문화팀과의 일문일답
Q. 시에서 추천한 자전거 순환코스에는 길이 끊기고 위험한 구간들이 있었다. 자전거 순환 코스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A. 자전거를 탈 때 기본적으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고, 자전거 도로가 없거나 안정상의 이유가 있을 때는 보도 위로 다니도록 돼있다. 순환코스는 어느 정도의 주행거리가 필요해 일부 자전거 길이 끊어졌다고 하더라도 보도를 이용할 수 있으면 추천했다. 또한 자전거 도로 완성률이 높거나, 관광지가 있는 곳도 선정했다.
Q. 영통역이나 화서역 주변 순환코스는 자전거 길이 잘 조성된 편이었다. 하지만 정비된 구간과 그렇지 못한 구간이 있어 다소 불편했다. 앞으로의 정비 계획은?
A. 새롭게 택지지구를 조성한 곳은 조성 당시 자전거 도로를 반영하도록 해 어느 정도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15년 이상 되면서 노후화 돼 부분적으로 보수를 진행했고, 나머지 구간들도 계속 보수해 나갈 것이다. 워낙 지역이 넓다 보니 한 번에 보수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기는 힘들다.
Q. 수원화성 순환코스는 자전거뿐만 아니라 보행자가 지나기에도 위험한 구간들이 더러 있었다. 자전거 길의 정비가 시급해 보이는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A. 구도심은 옛날 도로라 여건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도로 정비, 자전거 도로 등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본 계획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근이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돼 정비가 힘든 부분도 있고, 인도를 넓혀 그 안에 자전거 도로를 조성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도로 인근 건물까지 손대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도 있다. 나중에 지하철이나 트램 등을 추진하면서 도로를 정비할 가능성은 있다.
Q. 앞으로 수원시의 자전거 도로 계획은?
A. 내 자전거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자전거를 대여해 볼 일을 보고, 자전거 타고 집에 돌아오는 시스템인 반디클 사업을 수원시 전체에서 시행하려고 한다. 그와 함께 부족한 자전거 도로의 정비나 확충, 노선 개발을 병행해 나갈 것이다.
문의 031-228-3426
권성미 리포터 kwons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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