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나의 것 ‘초이고야’ 최은영 쉐프

자신의 꿈 이뤄, 자신만의 빵 만드는 열정 쉐프

지역내일 2016-04-21

빵 만드는 것이 초등학생 최은영의 꿈이었다.
친구들이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에 다닐 때 그는 제빵제과학원을 선택했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 성적이 전교 2등.
그의 부모님은 “왜 공부 대신 빵 만드는 것을 선택하느냐”는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결정을 100% 신뢰하고 지지했다.
그의 빵은 이미 유명하다.
그의 정성과 열정이 담긴 빵을 맛보기 위해 사람들은 2시간이 넘는 길을 오기도 하고 몇 시간씩 줄을 서기도 한다.
하루에 한 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빵을 만드는 날도 있지만 그는 그 시간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빵 만드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는 최은영 쉐프를 만났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열정

그의 빵을 먹기 위한 진풍경 펼쳐져


광진구 군자동의 자그마한 빵가게 초이고야. 매일 아침이면 이곳에 진풍경이 펼쳐진다. 빵을 사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이 바로 그것.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도 의아해한다. “도대체 이곳이 뭣 하는 집이냐”고 줄을 선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지난해 6월 이곳에 자신의 가게를 오픈한 최은영(32) 쉐프. 치즈바게트와 호두바게트, 스콘, 에그마요, 크렌베리크림치즈, 무화과크림치즈호밀빵 등등 그가 만드는 빵은 20여 종에 달한다.
사람들이 오랜 시간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않고 이곳을 찾는 이유는 그의 빵이 아주 특별하기 때문이다. 오픈시간이 낮 12시인 것도 모두 이유가 있다. 반죽을 오랜 시간 더디게 숙성시켜 최고의 빵을 만들고, 또 그의 노력을 고객들이 인정하고 있다. 
 

맛의 비결, 천천히 그리고 아낌없이


그의 빵 반죽은 일반 반죽과는 많이 다르다. 거의 물과 같은 형태의 반죽이 긴 시간의 숙성을 거쳐 쫀득한 반죽으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그 시간만 16시간이 넘게 걸린다.
 “밀가루와 물이 만나는 순간부터 발효가 시작되는데 저는 그 발효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하는 거죠. 느리게 숙성된 반죽은 끊임없이 기포가 생성되어 힘이 생기게 돼요. 그만큼 맛도 좋아지고요.”
 6차 반죽을 위해 꾸준히 반죽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최 쉐프. 여기에 다른 빵 역시 계속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는 새우잠을 자며 오븐 앞을 지킨다.
맛있으면서 몸에 좋은 빵으로 유명한 그의 빵. 재료도 특별하다. 느린 숙성반죽으로 만들어내는 바게트의 주재료는 밀가루와 양배추. 소화에 좋다고 알려진 양배추를 썰어 푹 삶아 우려낸 물로 반죽을 하는 것이 키포인트. 우려내고 남는 건더기 또한 오븐에 천천히 건조시켜 곱게 갈아 밀가루와 섞어 반죽을 만든다.
 치즈나 호두 등의 재료 또한 넘칠 만큼 가득히 넣는다. 그의 빵이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학교 때부터 제빵제과 기술 배워 


올해 32살인 최 쉐프의 빵 만들기 경력은 12년. 취미로 빵을 만든 것까지 치자면 그의 빵 경력의 시작은 초등학생이던 13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엄마가 오븐을 사 오셨어요. 집에 오븐이 생기니까 너무 신기해서 빵과 과자 같은 걸 직접 만들기 시작했죠. 그때도 빵 만드는 게 정말 재미있고 즐거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생겨난 그의 꿈은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 보다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의 발길이 영·수학원으로 향할 때, 그는 제빵제과학원을 찾았다.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원은 그가 꿈을 키워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 학과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아 고등학교 진학 당시 전교 2등이란 성적까지 기록했다.
 고1, 모든 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을 할 때 그는 혼자 선생님을 찾아 열외를 신청했다. 이유는 제빵학원에 다녀야 한다는 것. 부모님 호출이 이어졌고, 학교를 방문한 어머니는 딸의 꿈을 ‘무조건’ 존중했다.
고 1때 제과기능사 자격증과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딸 만큼 남들보다 일찍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간 최 쉐프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무조건 신뢰하고 밀어준 부모님께 감사함을 느낀다”며 “한 번도 어릴 때의 진로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행복, 자신의 꿈 잃지 말았으면


지난해, 오랫동안 계획해온 자신의 매장을 오픈하고 자신만의 빵을 만들고 있는 최 쉐프. 그의 빵 만들기 철학은 어릴 때부터 한결같다.
 “빵 만드는 것이 정말 행복하고, 제가 만든 빵을 맛있다고 드시는 분들을 보며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요. 제 마음을 온전히 담아 만든 빵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느껴주시면 좋겠어요.”
 그의 빵이 유명해지면서 하루에 2시간 자던 잠을 1시간도 채 자지 못할 때도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 수 있는 한 많은 빵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잠을 조금 더 자는 것보다 좋다고 그는 말한다. 또, 오랜 시간 기다리고도 빵을 사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그렇게 잠을 자고 어떻게 견뎌내느냐?”는 질문이다.
 그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 채 대답한다. “그래도 빵 만들 때 제일 행복한 걸요.”
마지막으로 자신의 꿈과 부모님의 바람이 맞지 않아 마음 고생하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정말 자신의 꿈이 확고하다면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내 삶이고 내 꿈이니까요.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집중하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확실한 꿈이 있다는 건 행운인 것 같아요. 자신의 힘을 믿고 꼭 꿈을 이루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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