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마니아 - 빈티지 전문매장 ‘by 102’ 김여리 대표
빈티지는 ‘대물림’, 그 가치를 아는 이에게 물려주고파!
누구나 ‘집착거리’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돈이 되는 우표나 화폐, 그릇, 빈티지, 저런 걸 왜 모으나 싶은 잡동사니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변함없는 애정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니 단순한 취미를 넘어 그 분야의 ‘능력자’가 된 이가 있다. 빈티지 전문매장 ‘by 102’의 주인장 김여리 대표의 이야기다.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사진설명 - 김여리 대표의 어머니가 30대 입었던 원피스와 중학교때 산 주물동백을 들고 있음
빈티지와 함께 성장한 어린 시절
김여리 대표(41)는 빈티지와 함께 성장했다. 4대가 한 집에 살았는데, 그곳엔 늘 빈티지가 있었다. ‘빈티지’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시절(1980년대)인데도 빛바랜 린넨 장과 샹들리에, 큰 어항과 미싱, 그리고 손수 꾸민 작은 정원이 생활 속에 있었다.
“부모님이 빈티지를 좋아하셨어요. 나들이도 이태원으로 갈 정도였죠. 또 무역업을 하시는 아버지께서 외국을 다녀오실 때면 빈티지 소품을 사오셨어요. 어릴 때부터 빈티지가 익숙했어요. 빈티지를 알아보는 저만의 안목도 그 때부터 생긴 거 같아요.”
그녀의 첫 빈티지는 이태원에서 산 ‘주물동백(크러치 백)’이다. 중학교 때 엄마의 단골집을 따라 갔다가 한 눈에 반했다. 지금도 파티에 들고 다닐 정도로 아끼는 물건이란다.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가방, 신발, 옷. 늘 꾸미는 걸 좋아했거든요. 근데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감각이었던 거 같아요. 중국의 쿵푸 신발을 신고, 실크 재킷과 스웨이드 재킷을 입었거든요. 아빠 옷도 겹쳐 입곤 했으니까, 조금 특이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웃음)
그녀가 주물동백만큼 아끼는 건 ‘드레서’와 ‘일본 미싱’이다. 드레서는 60년대 미국의 화장대로 크고 견고한 스타일이다. 일본 미싱 ‘파인’은 1900년대 제품으로 동네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이모가 다시 그녀에게 물려준 특별한 물건이다.
“빈티지는 ‘대물림’인 거 같아요. 이 물건의 가치를 알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는 이에게 물려주는 거요. 저도 그 가치를 알아보는 이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사진설명 - 1990년대 일본미싱
예고 교사에서 빈티지 사업가로!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원래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쳤다. 10년 넘게 잘 나가는 예고 선생님으로 살다가 돌연 빈티지 사업가로 나섰다.
“학교에서도 즐거웠어요. 학생들에겐 자유를 주되 늘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죠. 그러다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에서 변화가 필요했고, 뭔가 ‘나다운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어요. 바로 ‘빈티지’였죠.”
패션, 가구, 인테리어 전반에서 빈티지 감성을 차곡차곡 쌓아왔던 그녀는 시작부터 거침이 없었다. 어쩌면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할 거 같은 마음에 서둘렀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만의 그림이 그려지는 공간 찾기가 첫 번째. 이태원부터 논현동, 성북동, 판교, 일산까지 안가본데가 없을 정도로 열심히 다녔다. 그렇게 찾아낸 곳이 바로 정발산동 ‘by 102’이다.
“10평에서 15평 정도의 작은 매장을 찾았어요. 이곳은 길쭉했지만, 뭔가 ‘내 공간이야’하는 느낌이 확 왔죠. 뭐든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 같아요.”
그녀는 매장을 계약하자마자 빈티지를 찾아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때가 2013년 10월. 3월에 미리 예매했던 비행기 표라서 참 아슬아슬하게 다녀왔다.
“남성적인 미국 빈티지를 좋아해요. 지금은 오빠가 있어서 미국에 자주 가는 편인데, 미국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빈티지 물건들을 찾고 있어요. 그곳에 창고도 있거든요.”
5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3년 12월, 드디어 ‘by 102’의 문을 열었다.
‘빈티지 여리 조명’ 만들고파
그녀가 꾸려가고 있는 ‘by 102’는 오리지널 빈티지 매장이다. 이곳은 빈티지 마니아뿐 아니라 빈티지 매장 운영자, 카페 운영자, 방송 관계자에게도 입소문이 난 곳이다. 최근엔 블로그를 보고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도 늘어났다.
“스타일을 흉내 내는 값싼 중국제품과는 달라요. 똑같은 물건이 거의 없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거든요. 그리고 제품 하나하나에 스토리를 담고 있어요. 여기에 오면 그들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어요.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자주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웃음)
‘by 102’는 그녀가 좋아하는 ‘컬러, 유리, 조명’이 콘셉트이다. 화려한 조명부터 가구(화장대, 그릇장, 책장, 소품장), 생활소품(계산기, 동전정리함, 라디오, 손잡이), 유리그릇(캔디 볼), 패브릭, 미니카(1980년 영국 제품)까지 미국의 1940년대와 1950년대 제품들이 주로 있다. 구석구석 살펴보면 1950년대 최초 세탁기와 100년이 넘은 미싱, 1960년대 쉐보르 보닛까지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희귀한 물건들도 제법 있다. 최근에 여성스런 패브릭 소품들도 들여왔다.
“90세까지 일하고 싶어요. 물건을 파는 단순한 셀러가 아니라 누군가의 안식처를 꾸며 주는 라이프스타일리스트로요. 그리고 빈티지 조명작가도 꿈꾸고 있어요. 아마도 5년 이내 ‘여리조명’을 선보이지 않을까요.”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까지(일요일, 공휴일 휴무)
위치 고양시 일산동구 무궁화로 141번길 165(정발산동)
김여리 대표가 전하는 빈티지 구입 요령 빈티지는 실패를 많이 한다. 처음부터 큰 것을 시도하지 마라. 패브릭, 스탠드, 화병, 캔디 볼 등 작은 소품 하나만으로도 스타일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쓰임새 있는 것을 구입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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